[민병돈 칼럼] ‘어버이날’ 단상···”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아시아엔=민병돈 전 육사교장] 달력은 현대인의 바쁜 일상에서 잊고 지내기 쉬운 부모님을 ‘어버이날’에나마 생각하게 해 준다. 어려서는 철이 안 들어 생각 없이 지냈고, 젊어서는 먹고 살기에 바빠서 챙겨드리지 못한 부모님을 이날 하루나마 생각하며 자신의 불효를 뉘우치게 해주는 달력이 고맙기도 하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부모의 자식이고 자식들의 부모가 된다. 부모는 자식을 낳아 정성을 다해 기르지만 자식들은 그러한 부모님의 고마움을 모르고 자란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성숙해지면 결혼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며 걱정도 하고 “자식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고 믿으며 늙어가고 죽어간다. 사랑하는 자식들을 두고 떠난다. 부부사이에도 평생의 친구들과도 이별하게 된다. 회자정리(會者定離)는 인생의 철칙이며 진리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후회가 남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철들고 난 후 끊임없이 후회하며 괴로워하던 불효가 끝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미 부모님께 효도할 때를 놓쳤기 때문이다. “나무는 고요히 서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쳐주지 않고, 자식은 효도하고자 하나 부모님은 지식의 효도를 기다려 주지 않으신다”(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라는 명구는 효도하기를 머뭇거리지 말고 마음먹은 즉시 (부모님 살아 계실 때) 행동에 옮기라는 말이다. 행동이 따르지 않고 생각만 하는 것은 효도가 아니며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는 효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어버이날’같은 것 정해놓고 ‘효도행사’를 해가며 효도하라고 요란하게 강조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요즈음은 ‘어버이날’에 즈음해서 학교나 언론기관들은 앞다투어 효도를 강조한다. 우리의 오랜 전통적 미덕인 효도가 빛을 잃고 사라져가고 있음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즈음 언론매체를 통해서 접하는 일부 자식들의 부모를 향한 끔찍한 패륜행위에 사람들은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고 있다. 효교육의 부재의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한다. 효교육은 학교나 언론매체에서 강조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부모 책임 하에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른바 가정교육을 통한 인성함양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우리 가정은 옛날의 대가족이 아니라 핵가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예전에 아이들이 대가족 속에서 부모의, 부모에 대한 효행을 보고 자연스럽게 따라 배우던 효도를,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지 않은 오늘의 가정에서는 보고 배우며 몸에 익힐 기회가 없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이러한 핵가족에서 아이들이 부모, 특히 아버지 얼굴 보기도 어려운 것이 오늘의 가정형편이다. 아버지는 이른 아침에 출근했다 밤늦게 돌아오시고 아이들은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을 전전하며 지낸다. 밤에 집에 와서도 가족 간의 대화가 어렵다. 가정교육을 통한 인성의 함양은 포기한 채 지식의 확대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고 느끼며 통탄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인성함양을 소홀히 한 지식의 확대가 얼마나 가공할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뼈저리도록 알게 해 준다. 늦었지만 오늘날의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가정교육을 통한 자녀의 인성함양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하여 ‘어버이날’을 따로 정할 필요 없이 매일매일이 ‘어버이날’이 되는 세상을 보게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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