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한글날, 국경일 지정돼야
한글날은 단순히 공휴일이 아니라, 국경일이어야 한다. 1948년 제헌국회에서는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을 4대 국경일로 제정하였다. 이때 한글날도 국경일로 지정했어야 했다.
한글창제는 1443년이다. 조선 건국이 1392년이니 개국 이래 50년만에 이루어진 장거(壯擧)다. 한글은 우리의 얼이요, 정체성의 뿌리다. 한민족이 고유의 문자를 가지게 됨으로써 삼국통일 이래의 한민족의 정체성이 비로소 정립되었다. 아울러 이때 확보한 4군 6진은 우리 국토를 정립하였다.
한글날을 국군의 날과 더불어 공휴일에서 빼기로 한 것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91년인데 이는 놀랍고 부끄러운 일이다.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무슨 소리를 하더라도 대통령이 “한글날은 오히려 국경일로 정해져야 하는 것 아니요?” 라고 한마디 했더라면 좌중은 숙연해졌을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가장 번듯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육군사관학교 11기가 아닌가? 육사출신의 역사관과 바른 판단력은 이런 자리에서 빛나야 되는 것이 아닌가?
오늘날 국경일은 정부 기념행사 말고는 국민 대부분에게는 그냥 ‘쉬는 날’이다. 이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이러니 한글날을 수십개 공휴일 중 하나로 보는 풍조가 생겨난 것이다. 이제는 4대 국경일에 마땅히 한글날을 더하여 5대 국경일로 지정하는 것이 좋겠다. (통일이 되면 우리 민족의 ‘하나’ 됨을 상징하는 개천절로 통일을 가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광화문 현판을 바꾸게 되는데 한자로 쓰느냐 한글로 쓰느냐는 것으로 논란이 많다. 광화문을 건축할 때는 6백년 전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리에 한글 현판이 걸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세종로 한가운데 세종대왕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의 정체성과 국가적 긍지를 표상하고 있다. 광화문은 세종대왕상을 마주보고 있는데 한글로 써야 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한글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표상하며 컴퓨터 시대에는 더욱 편리함이 돋보이는 보물이다. 더욱 발전시키고 세계에도 널리 퍼뜨려야 한다. 스물네 자 외에 지금은 쓰지 않는 ·(아래아), ㅿ(반치음), ㆆ(여린히읗), ㆁ(옛이응)을 추가하면 세계의 다양한 음운을 훨씬 근사하게 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동남아의 자기 문자가 없는 민족에게 한글을 익혀 쓰도록 하는 것은 바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에 부합한다.
컴퓨터 시대에 한글은 그 우수성을 더 유감없이 발휘한다. 한자를 쓰는 중국은 발음을 먼저하고 그 중에서 글자를 고르는 2단계 절차를 거친다. 한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위구르어와 티베트어를 한자로 표기하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다. 문자는 없앨 수 있겠지만 말은 민족이 없어지기 전에는 없어질 수 없다. 차라리 문명개화된 한글을 쓰라고 권하고 싶다.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했다. 어떤 박물관보다도 후세대에게 국민교육을 시키는 장이 되고 세계인에 한국을 알리는 명소가 될 것을 기대한다.
한글날은 상징적 개천절의 실재(實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