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님, ‘한글’ 어지럽히는 저들을 용서하소서···개소름·갠톡·고나리질·고대짤·뇌섹남·닥눈삼·베댓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오늘은 10월 9일 한글날, 그런데 우리 한글에 기막힌 사태가 벌어져 보통 걱정이 아니다. 바로 학생 청소년들의 막말 언어문제다. 어느 중학생 딸을 둔 어머니가 올린 아이의 막말 이야기를 인용한다.

“어제 이민호 오빠 나오는 드라마 본방사수했어? 나 완전 심쿵했잖아. 이번 회에 인생짤 여러 개 나와서 개이득! 핵꿀잼이었다니까. 공부하러 가야 돼? 그럼 나중에 갠톡할게. 읽씹하지마.”

아무리 읽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세종대왕이 듣고 기절초풍하실 말이다.

세종대왕
세종대왕 <사진=위키피디아>

몇 가지 아이들의 신조어를 보자.

1. 개소름 : 심한 추위나 공포 또는 충격 따위로 피부에 돋아나는 소름

2. 갠톡: ‘개인 톡’의 준말.

3. 고나리질 : ‘관리 질’을 변형한 말로 사람을 통제하고 지휘하며 감독하는 짓.

4. 고대짤 : 너무 오래되어 더 이상 재미를 주지 못하는 그림이나 사진.

5. 곰손 : 손끝이 야무지지 못하고 어설픈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6. 남사친 : ‘남자 사람 친구’를 줄여 이르는 말.

7. 뇌섹남 : ‘뇌가 섹시한 남자’를 줄여 이르는 말.

8. 닥눈삼 : ‘닥치고 눈팅 삼 개월’을 줄여 이르는 말.

9. 두둠칫 : 춤추면서 박자에 맞추어 몸을 가볍게 움직이는 모양.

10. 베댓 : 베스트 댓글. 다른 사람의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

비단 이것뿐인가? 이것이 우리말이라니 언어문화의 장래가 정말 암담하다. 요즘 우리는 남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서로 질서를 지키고 조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존경을 뜻하는 예(禮)를 지켜야 한다. 그 예 중에서도 말은 때와 장소와 상대에 따라서 가려써야 한다.

얼마 전 커피 전문점과 백화점을 찾았는데 “커피 나오셨습니다.” “이 옷은 30%세일 이십니다” 라며 손님에게 존칭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커피와 옷에 존칭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무식도 유분수지 누가 이런 말을 가르쳤을까? 존칭어는 어떤 대상을 높여서 말할 때 사용한다. 무분별하게 갖다 붙이는 존칭어는 점점 천박해지고 경박스러워 우리말에 혼란만 줄 뿐이다.

<논어> ‘계씨’(季氏) 편에 군자가 생각해야 할 선지식(善知識) 중에 “무책임한 말을 하지 않도록 한마디를 하더라도 깊이 생각을 해서 하라”는 구사(九思)와 <예기>(禮記)에 구용(九容)이라는 말이 나온다.

“군자유구사(君子有九思) 시사명(視思明) 청사(聽思聰) 색사온(色思溫) 모사공(貌思恭) 언사충(言思忠) 사사경(事思敬) 의사문(疑思問) 분사난(忿思難) 견득사의(見得思義)”

해석하면 이렇다. “군자는 아홉 가지 생각함이 있으니, 볼 때는 밝게 보기를 생각하고, 들을 때는 밝게 듣기를 생각하며, 얼굴빛은 온화함을 생각하며, 말은 진실함을 생각하고, 일은 공경함을 생각하며, 의심스러우면 물을 것을 생각하고, 성이 나면 나중에 닥칠 환난을 생각하며, 이익을 얻는 것을 보면 의(義)를 생각해야 한다.”

‘구사’는 <예기>에서 말한 ‘구용’과 상관이 있다. ‘예기’에 보면, “군자의 용모는 점잖고 조용해야 하기에, 발은 진중하고, 손은 공손하며, 눈은 단정하고, 입은 듬직하며, 말소리는 조용하고, 머리는 곧으며, 기운은 엄숙하고, 서 있는 모습은 덕스러우며, 낯빛은 씩씩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율곡 이이는 “몸과 마음을 가다듬으려면 ‘구용’이 절실하고, 학문을 진취시키고 지혜를 더하려면 ‘구사’가 절실해야 한다”고 했다. 최한기(崔漢綺)는 “‘구용’과 ‘구사’가 표리(表裏)를 이루므로 신기(神氣)를 밝게 닦아 변화시키면 용모도 변화되어 강유(强柔)와 화열(和悅)의 기상이 일마다 마땅하게 된다”고 하였다.

우리의 얼굴은 ‘신기’가 바깥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신기’를 닦은 사람은 자신의 얼굴을 남에게 물을 필요도 없이 거울에 비춰보면 바로 화열인자(和悅仁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의 얼굴은 나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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