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시선] 명절에 보면 안다…”큰 도시는 큰 고독이다”
에라스무스는 말했다. “큰 도시는 큰 고독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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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큰 도시 양곤의 파고다 앞에서, 한 여자가 길 가운데 쪼그리고 앉아 자유를 팔고 있다. 광주리에 가득 담겨 푸른 창공을 비상하기를 갈망하는 작은 새들을 사서 자유롭게 풀어 주라며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작고한 작가인 이청준 선생은 일찍이 그의 소설 잔인한 도시에서 이와 같은 상황을 피력했다. 오랫동안 교도소에서 형을 살고 나온 한 사람이 교도소 앞에서 팔리는 새를 사서 날려주고 갈 데가 없어 며칠을 머문다. 그는 생각한다. 자유를 상징하는 저 새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해답을 한 밤에 나무숲에서 알게 된다.
새를 파는 가게 주인이 불빛이 강한 전등을 비치자 우수수 떨어지는 새들. 그 비밀은 새의 가장 긴 날개죽지를 잘라서 감옥에서 나온 사람이 자유를 갈망해서 풀어준 새가 더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가까운 나무숲까지만 날아갔다가 다시 붙잡혀 사람들에게 팔린다는 사실을.
우리들 역시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더 날아가지 못하고 더구나 좁은 광주리에서 살면서도 그 사실조차 모르며 사는 한 마리 새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