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애기봉등탑 철거, 박근혜가 화낸 이유는?

애기봉 등탑이 관할 해병 2사단장 지시로 철거되었다고 한다. 이를 대통령도, 국방부장관도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애기봉 등탑이 북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이나 탈북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를 잘 알고 있던 사람으로서 혹시 안보실장과 국방부장관이 관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일과 관련해 국방부에서 일이 처리되는 과정을 보고 어이가 없고,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경위를 알아보니 애기봉 등탑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본 해병 2사단장은 국방부 시설국에 보고했다고 한다. 시설물 철거에 관한 문제이니 국방부의 승인이 필요하였을 것이다. 해병 2사단장은 국방부의 승인을 받고 철거한 것이다. 국방부장관은 이를 몰랐다고 하는데, 필시 시설국장이 전결 처리했을 것이다. 시설국장은 장차관에게 보고를 하든가, 전결로 처리했더라도 사후에 구두보고라도 했어야 한다.

국방부 시설국장은 공병 소장이 한다. 관재업무를 담당하는 주무관이나 과장은 공무원일 수도 있으나 장군인 국장은 공무원보다는 넓고 높은 차원에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국방부에서는 장관주재 보고회의와 차관주재 보고회의가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린다. 이 자리에서 각 실국장들은 국방부 전체가 처한 문제와 돌아가는 형편을 알게 된다. 시설국장이라도 평소 회의에서 대북업무를 담당하는 정책기획관이 하는 보고를 주의 깊게 듣고 있었더라면 애기봉 등탑 철거가 간단치 않은 것임을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 혹시 국장이 놓칠 수도 있으나 이런 일을 조정, 보완하라고 있는 것이 실장이고 차관이다. 이번 해프닝은 국방부장관이 제대로 된 참모보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된다.

현재 우리 국방부는 조직관리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한 것 같다. 지휘관의 책임은 결심이다. 결심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으며, 따라서 지휘관은 외롭다. 이런 지휘관을 보좌하는 것이 참모장이다. 참모장은 지휘관을 총체적으로 보좌하며 각 참모는 참모장을 보좌하는 것이 정통 독일식 참모교리다. 지휘관은 전체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참모장으로부터 종합된 건의를 받아야 한다. 각개 참모들의 건의를 받고 지휘관이 종합하도록 하여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국방부 조직의 운영에 대하여 다시금 숙고해야 하겠다. 지휘관은 참모의 능력과 성향을 잘 알고 거기에 맞는 운용을 해야 한다. 사람은 각각이다. 자기가 알아서 하는 사람이 있고, 쥐어 줘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일정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고급장교와 공무원이라도 각양각색인 것이다. 더욱이 차관 이하 참모진을 자기가 구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관은 자기의 업무 스타일에 맞춰 재구성, 훈련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는 외로워 보인다. 총리가 국정 전반의 참모장 역할을 해야 되는데 불충분하지 않은가? 비서실장은 청와대 참모장인데 허점이 보인다. 여당으로서 새누리당은 아젠다 설정에서부터 어긋나고 있다. 벌써 차기 대권후보자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제기한 선거구 조정문제를 정치권을 전반적으로 조정하는 한 계기로 삼아야겠다. 경제는 정치와 별개가 아니다. 정치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대통령의 최대 아젠다인 경제도 탄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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