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무의 진료실] 원격통신, 원격의료
커뮤니케이션(communicaitons)은 소통, 대화, 통신이란 의미로 알려져 있다. 이는 누군가의 말, 생각, 등을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는 의미이다. ‘tele-’는 ‘멀리 떨어진’이란 뜻이다. 즉 원격(遠隔)이다. 그래서 이 두 단어가 합쳐지면 telecommunicaitons 즉 원격통신이 된다.
‘멀리 있다’라는 말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딱히 정해 놓은 거리가 없는 것 같다. 펜스 근처에 떨어지는 공을 주워서 홈으로 달려드는 주자를 아웃시키면 “아니 그렇게나 먼 거리에서 포수에게 던지다니 대단한 선수다”라고 칭찬할 것이다. 하지만 투수에게 날아든 공을 포수에게 던져 아웃시켰다면 분명 잘한 것이지만 그렇게 극찬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가까운 거리라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멀다’라는 개념이 정황에 따라 또한 바라보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멀다’와 ‘가깝다’는 서로 달리 바라보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절대적이란 개념은 그리 쉽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 대부분의 사람이 걸어서 다니던 시절에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족히 달포는 걸리는 거리, 가령 보행속도를 시속 2~3km로 하루 10시간을 걷는다고 치면 하루 20~30km를 가게 된다. 일주일에 최소 하루는 쉰다고 보면 6일을 걷게 된다. 지금처럼 직선도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최소 4주 이상 걸릴 것이다. 그래서 지방에서 한양 간다고 하면 ‘그렇게나 멀리’라는 말에 누구나 공감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고속철도가 있으니 반나절이면 도착해 웬만한 일을 다 본다. 그러고 돌아와서 한끼 식사를 하면 그만인 아주 짧은 거리가 된다.
telecommunications는 원격통신이라고 알려진 바대로 아주 먼 거리에 있는 곳에 여러 가지 전달수단을 이용하여 정보를 전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초기에는 봉화를 이용하거나, 연기 신호, 신호장치, 신호기, 빛을 반사하는 기구를 이용하여 내용을 전달하였다. 오늘날 통신은 라디오, 텔레비전, 전화기, 인터넷 등으로 발달해 있다.
communicaitons 즉 통화, 소통에서 말하듯이 통신의 의미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의미를 충분히 짐작하고 남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화기를 이용하여 많은 말을 전달하고 또 돌려받는다. 원격통신의 발달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긍정적 효과와 편리함에 놀라게 된다. 그러나 부정적이고 눈살 찌푸리는 일을 마주하게 되면 회피하거나 공론화되기 전까지는 모른 척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때로는 원격통신의 긍정적 효과가 너무나 극적인 결과를 낳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어느 한 가지 사실로 배척해서도, 아니면 절대적으로 의존해서도 안 될 것 같다.
원격의료라는 새로운 장이 도래하고 있다. 양쪽 진영이 서릿발같은 기세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기세다. 원격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봐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의료의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지역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위해 건강을 돌보는 사람들이 원격통신 기술과 정보제공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거리라는 기본개념을 단순히 접근성이란 단어 하나를 이용하여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에 적용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도 해본다.
개념에 충실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합리화라는 묘한 시대적 착각에 살게 될 지도 모른다. 의료의 정의에 부합하는 좋은 기술이 나오면 좋을 것이나, 영상통화를 아무리 한들 실물을 보고 서로 어루만지고, 반가워하고, 웃고, 우는 가족애를 실현하기란 아직은 요원한 세상인 것은 틀림없다. 남북한 이산가족은 왜 만나러 금강산까지 갈까도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사가 이럴 수가?”라고 하기보다는 우리들은 과연 나의 가족 중에 의사가 된 사람이 있다면 진정 어떤 의사를 기대했던가를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바담풍, 바람풍 사건이 아니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