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무의 진료실] 명의(名醫)를 찾습니다
어느 병원이 좋은 병원인가, 어느 의사가 좋은가라는 문제는 많은 환자들이 묻고 싶어하는 질문입니다. 제 주변에도 누구의 병세가 이러한데 어떻게 하면 되지요, 혹은 어디로 가야하나요, 라고 물어 오기도 합니다.
저는 세간(世間)에서 말하는 유명의사와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지금 만나는 환자들은 제게 과분합니다.자주 헛다리짚는데 뭐 반갑다고 인사하고 아침에 만나면 ‘선생님’하고 달려오기도 합니다.
여기 꽃동네에서 생활하는 환자들은?소위?’종합병원’이라고 할 만합니다. ‘종합병원’은 알다시피 한사람의 몸에 여러 가지 질병을 가진 경우를 일컫습니다. 노숙하다가 혹은 연고도 없이 또는 있으되 찾지 않는 몸이 되어 결국 이곳에 와서 잠시나마 혹은 영원히 의탁합니다. 지금의 처지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안 되어 갖가지 질병을 달고 지낸 경우가 흔합니다. 제대로 자신을 돌보지 못하여 합병이 발생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때 운이 좋아 당뇨병을 찾아내고 고혈압 환자를 발견하고 때로는 심장질환에 갑상선질환도 걱정되어 병원 가서 확진 받으라고 권유한?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애당초 자신의 몸에 병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사람과 마주치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병세가 점차 깊어지게 되면 점점 확실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정신이 온전하고 충분히 자신의 처지와 상태를 잘 설명할 수 있는 환자를 만나게 되면 명의가 될 확률은 더더욱 확실해집니다.
꽃동네에 입소하면 우선 기본검사를 하는데 흔하지 않지만 질환을 한두 개 가지고 있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만성질환도 꽤나 마주치게 됩니다.
일전에 입소한 노숙자는 그의 다리가 양쪽이 퉁퉁 부풀어 있어 감각도 제대로 못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물어봐도 그냥 아프다는 말만 하고 정신도 그리 맑은 편은 아니어서 제대로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돌보는 이에게 정황을 들어보니?소변 대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해서 아차 싶었습니다. 항문검사와 소변배출 상태를 보니 척추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아파서 꼼짝도 못한다니 아마도 그것 때문인 듯싶었습니다. 그렇더라도 퉁퉁 부어서 코끼리다리처럼 된 것은 설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꽉 껴입은 바지를 벗기는 데도 수분이 걸렸습니다.
멈추지 않고 나오는 배설물 때문에 기저귀를 차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하지를 노출시킨 상태로 살펴보았습니다. 돌보는 이들이 목욕을 시켰지만 여기저기 묵은 때가 아직 피부를 덮고 있었고,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하지를 동여매고 있던 압박붕대를 풀려고 하니 이것이?살 속에 일부 박혀 있어서 매우 힘들었습니다. 환자의 고통스런 표정에도 양해를 구하고 풀어보니 가벼운 상처였지만 압박붕대를 너무 오래 감고 있어서 그것이 문제가 된 것 같았습니다.
양쪽 다리가 감염이 시작되어 염증이 퍼지자 노숙하는 환자는 나름대로 동물적 보호노력을 한 것 같았습니다. 혈압도 높아서 문제가 됐습니다.?단지 그것만이 문제가 아닐 수도 있었지만 우선 보이는 대로 조치를 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그는 점차 회복했고 부기도 거의 빠져서 본인도?만족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야 살 것 같아요.”? 척추협착증에 말초신경이상은 해결이 안 되었으니?앞으로 남은 숙제였습니다.
엑스레이 사진 촬영과?기본 혈액검사, 혈압 측정 그리고 진찰소견-사실 이것이 중요했습니다-으로?급한 불을 끌 수 있었으니 ‘명의 아닌가’라고 한다면, 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나쁜 의사는 아니니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물리적 평가에 따르면 엄연히 그 환자에게는 명의가 될 수 있지만 단지 심한 상태를 적절한 진단과 상응하는 요법으로 치료한 기술자에 불과합니다. 아직 그의 마음을 아직 얻지 못했으니 반풍수가 되는 것입니다. 좋은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은 그렇습니다. 기술을 얻고 싶은 사람, 기술과 마음을 얻고 싶은 사람 등?각양각색이지만 결국 마음을 얻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의사는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을 가장 잘 알고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최고의 의사일 것입니다.?때로는 명망있는 병원에서 “아니, 의사가?이렇게 되도록 뭐 했어요?”(실제 그런 일은 잘 없겠지만)라고 하는 말을 듣더라도 여태껏 당신과 함께 호흡하며 당신의 불편함을 인내하고 들어준 그 의사, 때로는 실수도 하고 당신에게 불쾌감도 줬던 그 의사야말로 아마 최고의 의사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