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무의 진료실] 손톱, 발톱 그 참을 수 없는 번뇌

우리가 살아가면서 매일 하는 것 하나 꼽으라면 밥을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한 순위가 될 것 같다. 가령 1~2주일에 한번 신경 써야 하는 것을 꼽으라면 글쎄, 손발톱 관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손발톱(nail)은 무심코 지나기에는 사실 좀 까탈스러운 면이 있다. 특별히 예쁘게 보이게 하려면 치장을 하고, 소위 메니큐어를 하게 되지만, 그런 화려함을 자랑하고 싶지 않다면 잘 다듬어진, 그리 길지 않은 손톱을 우선으로 칠 것이다.

가끔 손톱(finger nail)을 자르지 않고 수십년 길러온 사람들이 화면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 별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한번쯤 손발톱을 돌보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우리 마을에는 잘 아시다시피 제대로 걷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다. 휠체어에 의지할 수 있는 것도 다행인데 오랜 시간 마비상태로 지내온 사람들은 소위 신경 이상으로 인해 말단부위의 변화가 오고 있고, 이미 신경성 및 퇴행성 변화가 있는 것이다.

팔, 다리가 마비되면 움직이지 못한다. 움직이지 못하는 근육은 급속하게 퇴행성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겉모습은 빼빼 마른 것처럼 보인다. 피부는 반짝반짝 빛나기도 하지만 사실 그렇게 피부가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피부가 얇아져서 가벼운 자극에도 상처가 잘 생긴다. 정상인들에 비해서 감염도 쉽게 되고, 때로는 붓기도 잘하여, 피부 밑 살 속으로 염증이 잘 퍼진다.

그중 손발톱도 똑같이 영양장애로 인한 변화가 오는데 손톱이 말린다. 파고들기도 한다. 두툼해진 손발톱은 쉽게 부서지고, 깨어지는 것은 다반사다. 갈라진 피부 사이로는 세균이 침입하여 염증도 잘 생긴다. 이런 손톱을 돌보는 이들이 애써보지만 염증이 퍼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으니 의사를 찾게 된다.

처음에는 가슴에 화가 밀려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 자신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 손발톱을…’? 이런 마음이 휘감아온다.

이들은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저런 연유로 가까울 것 같지 않던 손발톱 관리와 치료, 나아가 손, 발관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이것도 참 인연인 것 같다. 하지마비로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분들은 바짝 마른 체형을 가지고 있다. 경직된 하체는 반들거리는 피부로 마치 윤기가 많아 보이는 듯하지만 실은 피부가 너무 얇아져서 그런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발목은 폄변형(extension deformity, 신전변형), 혹은 굽힘변형(flexion deformity, 굴곡변형)으로 마비되어 있으며, 발가락은 서로 겹쳐서 있거나 이미 딱딱하게 굳은 상태로 고정되어 있다. 발톱(toe nail)은 대개 매우 두꺼워져 있으며 이것은 발톱이 어떤 정상 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부석부석해져 있으며 일부분은 깨어진 모습도 보인다.

손발톱의 구조
Nail fold: 손발톱주름
Nail matrix: 손발톱바탕질
Lunula; 초승달 (속손톱)
Hyponychium; 손발톱끝아래허물
Nail bed: 손발톱바닥
Proximal nail fold: 몸쪽손발톱주름
Nail matrix : 손발톱바탕질
Nail bed : 손발톱바닥
Distal groove : 먼쪽 고랑
Eponychium, Cuticle: 손발톱위허물, 원시 손발톱피부
Bone: 뼈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 5집 참고>

몸쪽 발톱주름(proximal toenail fold)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되어 보였다. 가장자리쪽 발톱주름(lateral toenail fold)은 발톱판(toenail plate)이 가장자리로 파고들어서 붉게 부풀어 올라 있다. 때로는 고름주머니가 달려있기도 하고, 고름이 발가락 전체를 둘러싸고 있기도 하다.

환자의 하지가 감각이 없어서, 아무런 증상을 호소하지 않더라도 그 염증을 다스려 주고 살을 파고드는 발톱을 제거해야 한다.

손발톱(nail)은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나이가 들면서 허술히 다루다 보면 손톱밑 가시처럼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라는 것으로 바뀐다. 특히 마비가 되어 증상을 못느끼는 환자들은 섬세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염증이 퍼진 다음에 발견하게 되는 수도 많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미 초승달모양의 속손톱(lunula)은 사라진지 오래다. 손발톱 피부띠(onyx dermal band)도 사라져버려 구분이 힘들다. 때로는 손발톱 바닥(nail bed)과 손발톱판(nail plate)이 거의 분리된 상태여서 조금만 건드려도 벗겨질 것 같은 데 실상은 그러지 않다. 손발톱 뿌리(nail root) 부위가 몸쪽 손발톱주름(proximal nail fold) 속에 꼭꼭 숨어 있다.

누구나 보면 그냥 콕 건드리면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실상은 건드리면 아프다, 그것도 매우 아프다. 왜냐하면 신경 끝이 근처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사구체(glomus body)이다.

나는 환자를 대하면서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간혹 그럴 때도 있지만 대부분 환자는 이미 의사를 대하는 것부터 두렵다. 의사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대한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환자가 되어 보면 안다. 가짜가 아닌 진짜 환자가 되어 보면 그렇다.

“할머니, 안 아프도록 주사 놔 드릴게요. 그냥 따끔해요.” 애기 다루듯이 한다.

간혹 어떤 직원들은 왜 지시하고 소리 지르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그럴 때 “다 배운 사람이다. 알아서 해야 한다. 다만 의료시술은 마치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 때로는 자신의 영감을 믿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의사 스스로 속앓이를 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들은 모른다. 의사의 마음이 얼마나 아파야 환자가 제대로 낫는지” 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잠시 후 입가에는 약간의 떨림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나 웃는 듯한 얼굴로 나를 맞이한다. 나는 그것이 수술을 승락하였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 다음은 내가 할 일을 성심껏 하는 것이다. 결과는 다만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이다.

기술을 제공하고 그것으로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남다른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기술자의 그것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용서와 사랑, 그리고 부족함에 감사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냥 반들거리는 얼굴에 만족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보이는 것에 감격하기 바쁠 때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동경도, 진실도, 아무런 가치도 모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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