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DMZ에서 만나라!
동아시아의 역사를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한국, 중국, 일본, 북한, 이 네 나라에 있어 ‘신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이 말은 사실이다. 이 네 나라와 국민들에게는 전쟁과 희생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지난 2년간 중동에서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급진적인 정치 변화를 겪었듯, 우리는 이번 겨울 동아시아에서 평화로운 변화를 지켜봤다.
19일 한국에서는 박근혜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자민당이 선거에서 압승해 아베 신조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했다. 지난 달 중국에서는 시진핑이 권력의 전면에 나섰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1년밖에 안 됐지만, 지난 주 로켓 발사 성공으로 김정은 체제도 새롭게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동아시아의 복잡한 정치지형은 티베트 우화 <쥐와 고양이>를 떠오르게 한다.
먼 옛날, 쥐가 많은 큰 농장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고양이는 몇 년 간 먹고 싶은 만큼의 쥐를 잡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양이는 점점 늙고 쇠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당연히 예전처럼 쥐를 잡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다. 그래서 고양이는 모든 쥐를 불러모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 이렇게 말했다.
“쥐들아! 너희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불렀어. 지금까지는 내가 너희에게 못되게 굴었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너희를 괴롭힌 게 후회 돼. 그래서 지금부터 나는 새롭게 변할 거야. 앞으로는 더 이상 너희를 괴롭히지 않을게. 내가 바라는 건 너희가 하루에 두 번씩, 줄을 서서 내 앞을 지나며 내가 베푼 친절에 대한 감사 표시로 인사를 했으면 하는 거야.”
이 말에 쥐들은 동의했다. 그리고 교활한 늙은 고양이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줄 맨 뒤에 서 있던 쥐를 잡아 먹어 버렸다.
권력질서가 재편된 현실로 다시 돌아와보자. 지도자 4명은 티베트 우화에 나오는 쥐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를 생각하며 스스로 고양이가 되고 싶을 것이다. 경제, 기후, 에너지, 인구문제가 심각해지고, 이 네 마리 고양이 주변에 거대한 쥐들이 존재하는 현재 상황에서 그 누구도 마지막 쥐가 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나는 한국, 중국, 일본, 북한 등 4명의 지도자에 대해 이상기 아시아엔(The AsiaN)?발행인이 뉴스레터를 통해 밝힌 제안에 감사한다. 그는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를 상징하는 DMZ에서의 2013년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내 생각에 이 회담은 동아시아에서의 우월 다툼을 마무리짓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마법의 손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4명의 지도자가 교체된 이 중요한 시점에 이들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신 우리는 이들에게 강한 4개국 연합이 가져올 장점들을 고려해보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이 네 국가가 힘을 모으지 않는 한 강한 아시아는 이루어질 수 없다. 뒤로는 러시아나 미국 같은 세력들이 아시아 경제의 네 축이 단결하지 못하도록 손을 쓰고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중국과 일본에서의 노벨상 수상자 탄생, 싸이와 삼성으로 대표되는 엔터테인먼트와 기술 분야의 새로운 별로 등장한 한국을 지켜보며 세계, 특히 아랍 국가들은 세계에 번영을 가져올 새로운 방향인 ‘뉴 실크로드(New Silkroad)’의 재건을 바라고 있다.
티베트 우화는 사라진 쥐들의 친구들이 고양이의 계획을 알아채면서 고양이가 몰락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쥐들은 고양이를 물리치기 위해 단결하고 마침내 고양이를 물리치는 데 성공한다. 따라서 고양이가 되느냐, 쥐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과 다음 세대의 미래에 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강물이 항상 얼어 있는 것은 아니다. 열을 조금만 더해도 이 네 나라를 잇는 강물은 그들의 국민들을 위해, 나아가 전 인류를 위해 흐르게 될 것이다.
*원문은 아시아엔(The AsiaN) 영문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www.theasian.asia/archives/50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