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혁명 1년 ‘타흐리르 광장에서 만납시다’

이집트 민주화 혁명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월21일에는 이집트 하원의원 선거까지 있었지만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독재자가 사라진 자리는 이제 이슬람 세력들이 차지했다.

요즘 논의되고 있는 주제들, 즉 여성들이 히잡이나 니캅을 써야 하는가, 음악과 미술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동성결혼은 정당한가 등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19세기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

이미 100년 전, 셰이크 무스타파 압델 라제크(Sheikh Mustafa Abdel Razek)가 ‘관대한 이슬람’을 표방하며 기독교를 인정하고 힌두교도를 위한 장소까지 마련했건만 그런 셰이크 무스타파의 이집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군인들 손에 넘겨진 이집트에서는 여자들이 바닥에 질질 끌려가고, 정부 당국이 쏜 총에 젊은이들의 눈알이 터지고 타 종교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미래가 어둡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다. 앞서 피를 흘린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다시 힘을 내야 한다. 어쩌면 내가 쓴 시 ‘타흐리르 광장에서 만납시다’를 다시 한 번 읊조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타흐리르 광장에서 만납시다?

?
시인 아말 돈쿨(Amal Donkul)이여
타흐리르 광장에서 만납시다
당신의 돌 케이크는
나일강물을 먹고 자란 사람을 재료로 썼구려
집집마다 케이크가 있네그려

시인 압둘 라만 알 샤르카위(Abdul Rahman Al-Sharkawi)여
타흐리르 광장에서 만납시다
못된 도둑들을 심판하려 땅이 봉기했소
영원할 것 같은 그 권력을 심판하려 말이오?

위대한 군인 사둘 딘 엘 샤즐리(Sa’dul-din El-Shazly)여
타흐리르 광장에서 만납시다
당신의 훈장을 매 한 마리가 가져가 버렸구려
시체 위로 그 매가 날고 있소
생명의 문 끝자락에서 말이오

행동하는 지성 압둘 할림 칸딜(Abdul-Halim Kandil)이여
타흐리르 광장에서 만납시다
당신에게 독사를 선물했던 그 독재자는
지금 수증기처럼 증발하고 있소

시인 살라 자힌(Salah Jahin)이여
타흐리르 광장에서 만납시다
혁명의 위대한 밤이 우리에게 왔소
시인 압둘 라만 알 압노우디(Abdul-Rahman Al-Abnoudi)에게 말해 주구려
이집트의 하늘과 땅을 두고 맹세하자고
그래서 이 위대한 혁명이 영광과 존귀를 받을 수 있게

스페인 시인 로르카(Lorca)여
타흐리르 광장에서 만납시다
달리, 갈라, 부뉴엘도 함께 오시오
안달루시아의 개는 잊어버리고
붙잡혀 있는 낙타를 생각합시다
지금 샴 엘 셰이크(Sharm el Sheikh)에 갇혀 있소

위대한 혁명가 체 게바라(Che Guevara)여
타흐리르 광장에서 만납시다
아이들이 탱크 뒤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구려??
당신의 웃옷은 이집트 깃발 색깔과 같소
여인들이 많이 좋아하네그려

온 세상이여
타흐리르 광장에서 만납시다
우리 조국 이집트를 위해서 기도하는 사람이 많구려
자유를 갈망하는 목소리도 들리는구려
이곳은 순교자의 천국이오

*타흐리르 광장(Tahrir Square)은 이집트어로 ‘해방’을 뜻한다. 수도 카이로의 중심지에 있으며 이집트 민주화의 메카로도 불린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낸 시민혁명 1주년을 기념해 수 만명의 시민들이 이곳에 모여 군부퇴진과 무바라크 처벌 등을 요구했다.

번역 이명현 기자 EnjoyMiracle@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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