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亞 첫 女대통령 박근혜, ‘대한민국국격’ 어떻게 높일까

동아시아 첫 여성 지도자 박근혜의 과제

구로다 가스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지난 5월 일본 정보 온라인매체인 <JP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를 일찌감치 대통령으로 예상해 눈길을 끌었다.

한일관계에서 첨예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극우성향을 보여 한국인에게는 욕을 많이 먹는 인물이지만 1980년부터 주재기자를 하며 한국의?현 상황을?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외국기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는 정치 발전 단계를 순차적으로 매우 현명하게 밟아 왔으며 앞으로의 흐름은 여성 대통령”이라며 “여성 대통령을 선택함으로써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는 단번에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일본에서는 ‘또 한국에게 추월당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한국이 해냈다’ 등 ‘정치한류’가 휘몰아 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0일 ‘남성격차 108위 한국, 획기적인 여성대통령’이라는 기사를 통해 “유교문화 영향 아래 남성 우위의 경향이 강한 한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태어난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구로다 지국장의 예상대로 일본의 네티즌들은 부러워하는 모습이다.

“동아시아의 첫 여성 리더. 일본에서는 언제 여성 총리가?” “한국은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일본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여전히 어려운데 유능한 여성을 정당하게 평가해주는 사회는 언제쯤 올까?‘ “한국 기업 약진에, 싸이가 미국에서 주목받고, 여기에 여성 대통령까지 탄생하니 이 나라, 흐름 제대로 탄 듯”

아시아 첫 여성 지도자는 스리랑카 반다라나이케????

동아시아권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이 첫 여성 리더다. 그러나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여러 여성 지도자가 오래 전에 나왔다. 현재 태국의 잉락 친나왓 총리, 방글라데시 셰이크 하시나 와제드도 여성 정치 지도자다.

아사아권에서 첫 여성 지도자는 스리랑카에서 탄생했다. 시리마보 반다라나이케 전 스리랑카 총리는 1959년 암살된 남편(SWRD 반다라나이케 전 총리)을 대신해 1960년 스리랑카자유당 총재가 돼 그 해 총선에서 승리, 세계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됐다.

인도 초대 총리를 지낸 자와할랄 네루의 딸인 인디라 간디도 1966년 총리직을 맡았다. 파키스탄 대통령과 총리를 지낸 줄피카르 알리 부토의 맏딸인 베나자르 부토는 1988년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올랐다.

필리핀에서는 벌써 두 명의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1986년 필리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된 코라손 아키노와 2001~2010년 대통령을 지낸 글로리아 아로요. 코라손 아키노의 남편은 야당지도자 베니그노니노 아키노, 아로요의 아버지는 1961~1965년 대통령을 지낸 디오스다도 마카파갈이다.

인도네시아 메가와티 수카르노푸르티는 인도네시아 국부인 아흐메드 수카르노의 딸로 1983년 정계에 입문해 2001년 대통령이 됐다.

아버지 후광으로 된 아시아 여성지도자, 말로 좋지 않아

이들은 공통적으로 남편이나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정치에 입문해 정상의 자리까지 올라갔지만 주변인들의 비리와 본인의 무능으로 대부분 결말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아시아형 여성 리더’란 말에는 부정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

훼드라라는 필명의 정치 블로거는 “아버지나 남편을 대신해 정계에 입문한 개도국형 여성지도자들은 애초에 자신만의 정치비전이나 철학 없이 당시 정치권의 필요에 의해 혹은 갑자기 뛰어들면서 비리나 부정으로 실각할 수 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당선인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에 힘입어 정치에 입문했고, 부모가 암살 등을 겪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아시아형 여성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외신들도 박근혜의 경우 메르켈 같은 선진국형 여성 지도자라기보다는 아버지의 지위를 승계한 개도국형 여성 지도자에 가깝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즈는 20일자에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한국에서 여성들의 지위를 곧바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전문가들은 그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 판단의 결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 경제 상황이 이들 나라와 많이 다르다. 또 박 당선인의 경우 10년 넘게 정치 생활을 해 오며 지난 총선에서는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고 지금의?자리에 올라 기존 개도국형 여성 지도자들과 구별된다.

박근혜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여성성’을 자주 언급했다. 그는 “어머니와 같은 헌신적인 모성 리더십, 청렴한 여성 리더십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박정희 딸이란 꼬리표를 어떻게 떼어내고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능력을 보여줄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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