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언론에 비친 박근혜 당선…“日 민감, 中 신중”
일본이 가장 민감, 사회주의 나라는 사실보도만
박근혜 당선인의 소식을 전하는 아시아 각국 언론은 각 나라의 처지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선진국임을 의식한 일본 언론은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에 많은 관심을 할애하는 한편 한미관계와 아태지역의 안보 등을 감안해 미국의 반응을 발 빠르게 다뤘다. 이웃 나라에서 여성대통령의 등장으로, 꽉 막힌 관료과두정치체제인 일본보다 한국의 정치 선진화가 국제사회에서 더 두각을 나타내지나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느껴진다. 한미안보체제 강화가 예상되므로 미일관계에 미칠 역할도 초미의 관심사로 보인다.
러시아 언론은 대북 관계에 초점을 맞췄고, 아랍권 언론은 저출산 고령화와 경제불평등 등 한국의 경제사회적 난맥상을 중심으로 새 지도자의 출현 소식을 전했다. 사회주의 정권의 언론 검열이 일상화 돼 있는 중국과 베트남은 짤막한 당선 사실 보도에 그쳤다.
20일 오전 현재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영어권 국가인 싱가포르가 비교적 세밀하고 발 빠르게 한국 대선 결과를 전했다. 20일 오전 9시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의 한 대표?신문(영문판)은 외신(AFP)을 전문 인용해 시의성을 맞췄고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영문판)도 대선 투표 개시되는 시점의 기사만 최근 기사로 올려놨다. 나머지 국가들의 미디어들도 대부분 자국어판 매체에서 한국의 대선 관련 기사를 다룬 것으로 확인됐다.
日 언론 박 당선 기사 키워드는?‘여성, 미국’
일본 일간 <요미우리>는 20일 오전 “남녀격차 세계 108위인 한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제목을 붙인 기사를 비중 있게 내보냈다. 이 신문은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남성 우위의 경향이 강한 한국에서는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특히 한국의 기업과 관료사회 등 민관의 고위직(임원) 비율과 세계경제포럼(WEFA) 국가별 남녀격차(남한은 108위)까지 언급하면서 박 당선자의 승리를 ‘여성’ 측면에서 심도 깊게 다뤘다. 또 병역이 없는 여성 대통령에 대한 일각의 우려와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친소관계, 민간기업의 여성 관리직 증대 공약 등도 세밀하게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이와 함께 워싱턴발 기사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은 19일 한국 대선에서 박근혜의 당선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 ‘박 정권과 긴밀히 협력하고 양자와 지역, 지구촌 차원 등 다양하고 중요한 문제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동맹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전 기축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러시아·아랍권 언론, ‘북한’과 ‘위기’ 난제에 초점
러시아 일간 <러시아타임즈(RT)>는 박 당선인의 승리 소식을 전하면서 “당선인이 대북관계를 포함해 이명박 대통령 집권 기간 중 심화된 계층간 소득격차 문제, 사회복지지출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특히 지난 11월 UN에서 평양측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면서 ‘한반도에서의 남북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언급한 점을 인용, “이명박 대통령의 비타협적 대북노선과 달리 박 당선인은 대북 관계개선을 공약했고, 북측 지도자 김정은과 핵무기 프로그램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고 남북관계 변화 가능성에 무게를 둬 보도했다.
아랍권 대표 방송인 <알자지라>는 “남한 최초 여성 대통령 선출(South Korea elects first female president)”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 군부통치자의 딸인 박근혜가 자유경쟁을 통해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한국 연세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조교수로 재직 중인 아랍계 독일인 마티아스 마아스(Matthias Maass)와의 인터뷰를 인용, “한국의 새 대통령은 호전적인 북한과의 관계 개선과 저성장, 고령화 사회에 직면한 저출산과 복지재원 문제, 실업, 부와 소득 격차, 부당한 사회 등 난제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동남아 언론, 당선 사실 위주 ‘신중’ 모드
20일 오전 10시 현재 중국 통신사 <신화사>는 거대한 사진 3~4장과 함께 “남한의 집권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인 박근혜 후보가 박빙으로 선거에서 승리,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뽑혀 5년간 집권할 예정”이라는 짤막한 사실 보도만 내보냈다.
<신화사>는 그러나 후속보도에서 “선친의 독재정치에 대해 마지못해 사과한 박 당선자에 대해 비판여론이 비등했지만, 5선 국회의원인 그의 고향인 대구를 포함한 경상도 지역에선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민감한 대북관계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트 타임즈(The Strait Times)>는 “위기 극복과 경제회생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선택”이라는 박 후보의 당선사례와 함께 한국 대선 소식을 전했다.
말레이시아 일간 <뉴스트레이트 타임즈(New Strait Times)>는 20일 오전 10시30분 현재까지 한국 대선 결과 보도가 없었지만, 19일 오전 한국의 대선 보도에서 “한국에서 보수 진영 후보로 암살당한 독재자의 딸과 진보(liberal)진영을 대표해 북한 피난민 출신자의 아들이 맞붙은 선거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글로브(The Jakarta Globe)>는 자체 취재 기사 대신 한국 대선 당일인 19일 시간대별 상황 요약보도 기사와 20일 새벽 최종 대선 결과를 다룬 AFP 기사 전문을 실었다. AFP는 최종 기사에서 “투표 마감 뒤 개표 시작 3시간이 지나자 한국의 방송 3사가 ‘박근혜 당선 확실’이라는 자막을 내보내기 시작했다”는 점을 머리말로 내세웠다.
남아시아 국가들 대부분 한국 대선 결과 보도
남아시아에서도 보도 열기가 뜨거웠다.
인도 대표 일간 <더 타임즈 오브 인디아(The Times of India)>는 ‘남한 최초의 여성 지도자가 대북관계 개선을 맹세했다(South Korea’s first woman leader vows new North Korea effort)’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이명박 현 대통령이 박 당선자와 같은 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한다는 논평을 내보냈다”고 보도했다.
네팔 등 남아시아 국가 대부분의 언론들도 박근혜 당선인의 소식을 전한 것으로 현지 언론인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