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 터키 지즈레,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Day 12: 쿠르드 후원운동이 불붙길 바라며
[아시아엔=이신석 <아시아엔> 분쟁지역전문기자]
Day 12
미드얏은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뉘는데 쿠르드인들이 많이 몰려사는 지역과 아랍인들이 몰려사는 에스텔 지역으로 나뉜다. 기자의 숙소는 에스텔에 있다. 첫날 현지정보원?하키와 그의 형제가 숙소를 여기에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늘 들르던 제과점에 앉아 인터넷을 접속하는데 한무리의 여학생이 합석이 가능한지 묻는다. K-POP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자신들을 고교 마지막 학년이라 소개한 소녀들은 각자 대학에 진학하며 이 지역을 떠나 이스탄불, 앙카라, 이지미르, 하타이 등 대도시로 간다고 간다. 영어를 잘하는 순서대로 더 큰도시로 간다고 하는 것을 보아 아마도 성적순으로 대도시 대학들의 입학 허가를 받나보다.
왁자지껄 떠들며 여러 얘기를 나누고 같이 사진도 촬영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풋풋한 청춘의 향기에 전쟁도 잠시 잊는다. 모두 아랍계인 그녀들에게 형제 숫자를 물어보면 늘 놀라운 대답이 돌아온다. 12남매, 10남매.
늘 느끼는 거지만 남성위주의 마초사회인 터키에서 미혼의 여성들은 기자를 건성건성 대하는 듯하다. 아마도 가부장적인 남성들이 여성들을 수동적으로 길들이기 때문일 것이리라. 때문에 기자가 터키 여성들에게 신뢰할 만한 중요한 정보를 얻기란 어려운 편이다.
수다스런 그들과 헤어지고 쿠르드인이 많이 모여사는 지역으로 이동하여, 유창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영어를 구사하는 중년남자를 만나 그에게 여러 얘기를 듣는다.
미드얏은 원래 기독교인들이 살던 지역이었고 어릴 적 자신의 학급에 무슬림은 네명 밖에 없었다고 한다. 1993년 이슬람 터키 정부의 암묵적인 묵인 아래 매일 한두명씩 기독교인들이 길거리에서 무슬림에 의해 죽어 나갔다고 한다.
박해받던 기도교인들은 종교난민이 되어 주로 북유럽과 네덜란드, 독일 등에 정착하였다는 말을 들려주며 현재 미드얏에는 기독교인들이 거의 없으나 카톨릭, 개신교, 정교회 교회는 있다고 한다.
유럽인들과 한국인들도 선교를 위해?많이 온다고 한다.?이 말을 듣는 즈음, 숙소 매니저가 보여주던 선교를 나왔던 한국인 어느 종교단체의?엽기적인 동영상이 오버랩 된다. 그 동영상을 보여준 매니저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길래 그냥 웃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너무 창피해서 그 한국 종교단체를?설명하기 망설여진다.
또 다른 이는 묘한 정보를 나에게 알려준다. 지즈레에는 시리아에서 온 약 3백명의 쿠르드 특수부대가 PKK와 합류하여 저항 중이라고 한다.?충분히 가능한 얘기란 생각이 들었다.(며칠후 기자는 이 정보를 확인하고자 디야르바키르(Diyarbakir)로 향했다.)
지즈레가 아닌 다른 지역에 사는 쿠르드인은 이번 사태를 방관만 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한다. 저항하는 그들을 위해, 정직한 그들을 위해, 비겁한 다수는 그저 저항기념비나 하나 세워주고 끝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며칠간의 스트레스로 복통에 괴로워 하는 즈음 하키의 페이스북을 보니, 한국에서 후원품을 모아 현지에 전달하려는 기자에게 영감을 얻고 자신도 형제들과 지즈레 시민들을 위해서 후원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 후원물품이 도착하기 시작했나 보다. 때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즉각 하키에게 연락해 한국에서 받아들고 온 후원물품을 몽땅 그에게 갖다 주었다. 무슬림 신자이며 젊고 유능한 그에게 힘을 보태는 것이 이유 여하를 떠나서 옳으리란 판단이 섰다.?우리 한국인이 촉매가 되어 온 쿠르드인의 심금을 울리는 후원운동에 불을 붙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됐기?때문이다.
<아시아엔>?지면을 통해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묵묵히 기자가 하는 일에 힘을 보태주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풍요가 낳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하여 살육과 피로 점철된 역사의 땅, 이곳 메소포타미아 평원에 여러분의 성원은 MARINE SNOW가 되어 평화와 공존의 싹을 틔우게 될 것이라고?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충분히 좋은 온정의 씨앗을 뿌리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