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 터키 지즈레,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Day 7-A: 누사빈에 펼쳐진 평화와 자유의 물결, 그리고···

집회장 바로 앞은 참가자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가득하다. 그 철책 너머는 김군이 넘어간 시리아 땅이다.
집회장 바로 앞은 참가자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가득하다. 그 철책 너머는 김군이 넘어간 시리아 땅이다.

[아시아엔=이신석 분쟁지역전문기자]

Day 7-A

누사빈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자 여인네들과 아이들이 가득찼고, 버스는 다행히 어제와 다르게 누사빈 시내로 진입할 수 있었다. 아마도 여인들이 시내 진입을 요구 했었던 듯 하다.

그러다 탁 트인 시야가 펼쳐졌다. 그쪽을 응시하자 중년의 사내가 수리(시리아)라고 하길래 사진 몇장을 찍으려고 내리려니 경찰 장갑차와 인파가 길을 가로 막길래 무슨일이 생겼나 호기심이 생겨 하차했다.

많은 이들이 모여 Stop the War를 주장하던 집회의 모습
많은 이들이 모여 Stop the War를 주장하던 집회의 모습

그곳은 집회 현장처럼 보였고 경찰은 약 10대의 장갑지프와 장갑버스 서너대를 배치해 인파를 감시하고 있었다. 집회 현장에 들어서려니 집회참가자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가방이 폭발물로 의심 되었는지 가방을 열라고 요구하기에 열어 보였다. 카메라가 보이자 기자라 짐작을 했는지 빙그레 웃는다.

집회 참가자들
집회 참가자들

한 무리의 인파에게 물어보니 금번 동남부 지즈레에서 일어난 전쟁을 멈춰 달라는 즉, 동족 쿠르드인을 위한 평화시위 ‘STOP THE WAR’라고 했다. PKK 가담으로 희생된 자녀들의 ‘어머니 모임’에 가입한 쿠르드족 여성 대원들, 활동가들 그리고 금번 집회를 주최한 누사빈 사라까야 여성시장 등도 참석을 하였다.

쿠르드계 여기자
쿠르드계 여기자

터키 기자들, 쿠르드족 여기자들을 촬영·취재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기자 역시 중동의 평화와 공존을 떠올린다. 눈 앞에 펼쳐진 시리아 국경 앞에서.

낙후된 쿠르드의 도시인 누사빈 시내를 한참 걷다 타는 목마름에 차를 한잔 마시려는 즈음 특수경찰의 장갑지프 문이 열린다.

집회 참석자 대부분이 초록 노랑 빨강이 섞여있는 쿠르드족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다. 이는 터키사회에서는 금기시되고 있으며 당신이 만약 이 스카프를 착용한채 이스탄불의 중심을 걷고 있다면 극우주의자들의 테러 대상이 될 것이다.
집회 참석자 대부분이 초록 노랑 빨강이 섞여있는 쿠르드족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다. 이는 터키사회에서는 금기시되고 있으며 당신이 만약 이 스카프를 착용한채 이스탄불의 중심을 걷고 있다면 극우주의자들의 테러 대상이 될 것이다.

내동댕이 쳐지는 내 육신의 파편들
그들은 손가락 하나를 까닥 거리며 자신들에게 오라고 한다.

다가가니 “어디서 왔니? 너 누구니” 묻더니 신분증을 요구 하길래 주었더니 이번엔 카메라를 달라고 한다.

Why? 왜?

무조건 달라고 하길래 “이건 내 프라이버시야. 원하거든 니네 경찰서로 날 데려가렴!”이라며 세게 나갔다.

카메라를 내놓으라는 군경과 실랭이를 하다가 기자의 모자는 땅에 구르고 가방도 땅에 던져졌다. 순간 중심을 잃은 기자는 땅바닥에 구르고 만다. 일어서니 새파랗게 어린 병사가 총을 들이대며 화를 낸다. 누가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지 헷갈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린 병사는 내가 비웃는줄 알았는지 여긴 오토만 제국이라며 너희 북한 대통령 김정은 운운하며 조롱을 한다. 총을 들고 겁을 주는 어린 병사 10여명에 둘러쌓여 조롱과 비웃음을 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들은 한명을 여럿이서 둘러싸고 조롱하며 비웃는 것이 이력이 났는지 거침이 없다. 책임자로 보이는 나이든 군경은 내 여권을 챙기더니 부하들의 횡포를 방관하며 그들의 기를 세워줌에 주저가 없어 보인다.

다시 그 새파란 병사가 왜 너가 쿠르드인 집회를 가냐고 묻는다. 기자가 “너희 터키 기자들도 있던데 난 안되냐”고 되물으니 이 새파란 병사는 웃기게도 여기는 오토만 제국의 땅이며 터키 기자는 괜찮아도 너는 안된다고 하면서 난생 처음 보는 요상하게 큰 개머리판을 가진 소총으로 내 머리를 찍으려 든다. 그 심각한 상황 속, 기자는 그의 얼토당토 않은 사고와 말에 이게 현실인지 이게 꿈인지 구분하기 힘든 혼미한 상태가 된다.

마침 그때, 본부에서 경찰장갑차가 도착해 기자를 연행해갔고, 새파란 병사를 찾아 눈빛으로 쏘아 볼려고 찾으니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런 한심한 부류의 인간을 가끔 만나는 터키, 아니 그들이 자부하는 오스만투르크제국이여···.

손을 장갑차에 대고 다리를 벌린 채 샅샅이 몸 수색을 당하고 장갑차에 태워져 경찰서로 끌려간다.

내 이름이 오딧세이였던가?
감시를 받으며 끌려가는 차안에서 오늘 내일 열린다는 지즈레는 열리지 않고 계속 전쟁중이고, 나는 지즈레를 향해 부단히 노력하고 부딪치지만 허망한 몸짓 일 뿐. 오랜 시간이 흘러도 지즈레에 이르지 못하고 온갖 고초를 겪고 또 눈 앞에 새로운 고행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름은 오딧세이. 지즈레를 목전에 두고 끊임 없이 다가가려 하지만 과연 나는 그 곳에 도달할 수 있을까?

어느덧 누사빈 경찰서에 도착했다.?이제부터 경찰이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서 나를 겁박할 것이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전통쿠르드 스커프를 머리에 올리고 담배를 꼬나물고 마치 산속에서 금방 내려온 듯 한 그녀의 모습은 PKK 그 자체. 자유에 대한 헌신, 자유분방함, 아름다운 눈. 이는 우리가 잃어버린 노스탤지어의 향기가 아닐까? 체게바라 시대에 끝나버린 그 낭만의 삶.
전통쿠르드 스커프를 머리에 올리고 담배를 꼬나물고 마치 산속에서 금방 내려온 듯 한 그녀의 모습은 PKK 그 자체. 자유에 대한 헌신, 자유분방함, 아름다운 눈. 이는 우리가 잃어버린 노스탤지어의 향기가 아닐까? 체게바라 시대에 끝나버린 그 낭만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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