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 터키 지즈레,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Day 5: “내 고향 지즈레가 행복하지 않으면 나도 행복할 수 없다”
[아시아엔=이신석 <아시아엔> 분쟁지역전문기자] 밀린 사진과 기사정리, 그리고 많은 분들이 후원 해주신 물품 전달과정에 담긴 사진과 내용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야 하기에 오늘은 ‘재정비의 날’로 삼기로 했다.
이딜은 내일 다시 찾아가서 봉쇄 전 주민들의 표정과 폭풍전야를 담기로 결정했다.
지난 며칠간 불면과 강행군에 폭식을 했는데도 허리사이즈가 줄어듦을 느끼니 이 직업도 할만하다.
지난밤 메르신(Mersin)으로 아예 이주한 메틴하고 통화를 했는데 매일 같이 몇번이나 웃으면서 통화하던 예전과는 달랐다.
그래도 지즈레(Cizre)에서 나온 난민 중에 조금 여유가 있었는지 그는 메르신 바닷가에 카페테리아를 인수하여 장사도 잘된다고 하기에 난 그의 앞날이?순항하기를 바랐다.
한편으론 비록 친구이긴 하나 그가 조국을 등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어젯밤 그가 또 카페에 손님이 가득 찼다길래 ‘돈벌이가 괜찮은 듯 하네’ 생각하던 찰나 익살스러운 평상시의 메틴이 정색한다.
“토니! 내가 아무리 돈을 벌어도 난 가난한 사람이야. 내 고향 지즈레가 행복하지 않으면 난 행복 할 수가 없어”라며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의 진심을 듣고, 나도 그가 행복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아침부터 하키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침을 먹으러 오라기에 냉큼 한걸음에 달려가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 받고 왔다.
하키의 아버지는 59세로 나보다 몇살 더 자셨을 뿐인데도 대가족을 데리고 사는 사람이라 그런지 기자가 이딜(Idil)에 다녀온 얘기를 하면 안전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연신 해주신다.
또 자신들의 고향 지즈레를 알리는 기자에 대한 믿음과 깊은 마음 씀씀이는 하루에 다섯번 꼬박 기도를 하는 신실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듯싶다. 나보다 훨씬 어른스럽다.
응접실에서 티비를 보다가 뉴스에서 모레 지즈레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폐허가 된 지즈레가 먼저일까? 아니면 봉쇄된 채 전쟁에 돌입하는 이딜이 먼저일까?
오늘은 이 고민 하나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