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킬리스 현지르포 ①] 김군은 왜 메르투르 호텔에 묵었을까

[아시아엔=이신석 분쟁지역여행가] 터키 킬리스에서 실종된 김모군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시아엔> 칼럼니스트인 이신석 분쟁지역여행가는 지난해 11월초 킬리스 일대에서 4박5일 머물며 시리아 난민들을 만났다. 그는 “전쟁과 분쟁으로 인해 어린이들이 집과 가족을 잃는 비극은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고 했다.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분쟁지역만 여행하는 그는 이번에 실종된 김군이 묵었던 호텔에 체크인을 시도했으나 방이 없다는 이유로 투숙을 거절당했다. 이씨는 김군 이전에 이 지역을 방문한 유일한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씨의?현지르포를 몇 차례 나눠?싣는다. <편집자>

킬리스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킬리스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사진=이신석>

김군 생각을 하면 가슴이 멍해온다. 꼭 두달전 그곳에서 만난 시리아 소년들 얼굴이 오버랩돼 떠오른다.?내가 투숙을 거절당한 바로?그 호텔에 김군이 묵었었다니.

1층에는 커피숍과 야외 테라스가 길거리로 나와 있는 특이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거기 묵으면 외부인과의 접촉이 쉬울 것 같아 호텔 체크인을 시도하였으나, 방이 없다는 구실로 퇴짜받은 바로 그 호텔.

가지안텝에서?80km 떨어진 킬리스로 나를 태워준 운전기사는 “밀입국 브로커들과 접촉하려면 이 호텔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주저 없이 나는 호텔로 걸어들어가 체크인을 하려 했던 것이다. 아, 그런데 그곳에서 하루를 머문 김군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두달전 찍은 사진을 다시?찾았다. 눈부시게 푸른 하늘이 더 슬프다.

올리브나무와 오렌지나무 , 가시덤불 너머의 시리아 하늘
올리브나무와 오렌지나무 , 가시덤불 너머의 시리아 하늘 <사진=이신석>

올리브나무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시리아의 하늘이다.

스페인에서는 올리브 수확철에 돼지를 풀어놓아서 떨어진 올리브를 먹게 하여 최상품 돼지 뒷다리 ‘하몽’이 탄생한다고 한다.

18살 한국청년 김군은 올리브나무 아래 대신 기어서 저 너머 그 땅으로 간 게 아닐까? 그 땅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모두가 말하는 바로 그 땅, 시리아.

다른 종교와 민족 그리고 장기독재로 인하여 친척 간에도 서로 밀고하여 동족은 물론 가족간 살육과 비극을 낳은 땅이 이제는 인간으로서 마지막을 포기한 자들에 의하여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아 가슴이 멘다. 소년은 지금 그곳에 있을까? 왜, 어떻게 갔을까? 소년은 왜 그 땅에 가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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