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실종’ 김군, 월남전 ‘부인호 일병’ 재판 안되길

 터키 킬리스에서 바라본 시리아.
<사진=이신석> 터키 킬리스에서 바라본 시리아.

 

[아시아엔=이신석 분쟁지역여행가] 1972년 월남 안케패스 전투에서 실종된 제주출신 부인호 일병을 아십니까?

내로라 하는 한국의 대표작가이며 동시에 월남전에 참전하였던 네 분, 안정효 황석영 박영한 이상문님의 월남전을 소재로 한 소설에서는 항상 부인호 일병의 이름과 그를 소재로 전투중 낙오 이탈하여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그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미 40년이 지나 노인이 된 월남전 참전용사들이 모이면 치열한 안케패스 전투 얘기를 하다가 거론하는 그 이름 부인호 일병입니다. 월맹군에게 사로잡혀 바로 북한군에게 넘겨져 선전도구로 이용되곤 했습니다. 북한에서 뿌리는 삐라에는 늘 그가 등장하였으니까요.

‘전사하였다’거나 ‘지금 북한에 생존해있다’는 추측만 40년이 흐른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30만이 넘는 월남전 참전용사들도 부인호 일병에 관한 진실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치 시리아 국경을 넘어간 김군의 행방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김군의 행적과 실종원인 등에 대해서는 각종 매체에서 보도됐습니다. 나름대로 김군을 걱정하는 보도도 있지만 일부 인터넷에서는 여러 추측과 억측으로 비하된 댓글들이 그와 가족들을 다시한번 절망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실의에 가득찬 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할 이유가 무엇인지요? 이제 갓 18살의 대한민국 국민인 그가 극악한 IS의 선전 책동에 속아 국경을 넘어간 진실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아직 미성년인 김군의 의사결정 후의 행동이 스스로에게 책임이 따른다는 그간의 SNS 대화흔적, IS 사진, 주변인물 이야기가 별 확인절차도 없이 마구잡이로 일반에 공개되고 있습니다.

필자도 젊은 날 군사관련 잡지의 용병모집 광고에 현혹된 기억이 어제 일 같습니다. ‘항공료 지급’, ‘두둑한 수당 보장’ 같은 문구를 보며 흥분하던 시절을 저도 보냈습니다. 제 생각에 김군은 IS의 선전모집에 속은 것이라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해 9월 터키정부는 IS에 인질로 잡혔던 자국민 49명을 구출해냈습니다. 표면상으로는 시리아 내전 및 IS에 강경한 미국이나 영국과는 상반되게 중립 입장을 고수해 온 터키정부의 노력으로 인질 전원이 무사귀환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석방된 건지, 구출된 건지는 정부가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귀환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번 일본인 IS 인질사건을 접한 일본정부도 이에 근거하여 터키정부에 협조를 구해 놓았다는 외신을 접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더 늦기 전에 ‘형제의 나라’인 터키정부의 협조를 받아 김군을 구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IS 선전도구로 쓰이다가 결국에는 버려질 운명에 처할 김군을 구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김군이 40년 전 월남에서의 부인호 일병처럼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2015년 1월 26일 이신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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