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석의 페르시아 순례길①] 무슬림조차 안 가는 길을 걷다, 이란 시라즈~야즈드~마슈하드
이신석 <아시아엔> 분쟁지역 전문기자가 2016년 말부터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시라즈를 거쳐 마슈하드에 이르는 도보행진에 나섰다. 사막과 숲과 언덕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2000km에 이르는 長征에 나선 이신석 기자는 출발 전 “그동안 중앙아시아와 남미, 중동 등 분쟁지역을 숱하게 다닌 경험을 이번 이란땅을 종횡으로 걸으며 새길을 열고 싶다”고 했다. <아시아엔>은 이 전문기자가 현지에서 보내온 사진과 글을 연재한다. 통신 사정이 매우 불확실한 현지사정에 따라 이신석 기자의 페이스북과 <아시아엔> 이상기 발행인과의 카톡 교신을 재구성해 싣는다. (편집자)
[아시아엔=이신석 ‘분쟁지역’ 전문기자] 12월 25일 시라즈(Shiraz)를 출발해 어느새 한달이 지났다. 한국은 설 연휴로 다들 고향에 가거나 국내외 여행을 갈 것이다.
이란이 개방되기만을 기다리던 나는 테헤란에 도착해 시라즈를 거쳐 조로아스터 발상지인 야즈드(Yazd)를 들러 최종 목적지 마슈하드에 도달하는 목표를 꼭 이룰 생각이다.
여긴 크리스마스나 신년도 없어 시간 사는 줄 모른다. 가도다고 사막이다. 모든 순례길이 그렇지만 주변은 지저분하고-아니 그냥 더럽다는 표현이 정확할 거다-힘들고 위험하고 춥고 외롭다.
취재활동은 전면금지되고 심각한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이미 두차례 경찰에 연행돼 간신히 벗어나기도 했다.
그래고 가는 곳마다 ‘아시아N’을 조금씩 알리고 있다.
순례 도중 이란 국영티비에서 나를 인터뷰하고 내가 걷는 사막길까지 찾이와 카메라 작업을 하고 돌아갔다.
타는 듯한 햇볕으로 발자욱 떼기가 힘든 사막을 지나 숲으로 갈 때는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야생동물이 겁난다. 몇 번 마주치긴 했지만 아직까지 해를 당하지는 않았다.
아무도 안 가는 길, 지금은 무슬림에게조차 잊혀진 길을 간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나를 붙들어주고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