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석의 페르시아 순례길③] “나는 패잔병이야”···카펫에 누워 포기할까 생각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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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이신석 ‘분쟁지역’ 전문기자] 하루 40km를 걷는다는 것은 보통 각오가 아니면 어렵다. 더욱이 낮에는 햇볕이 내리쬐고 밤에는 으스스한 날씨의 사막에서 매일 강행군이다. 모텔에 들어가면 눕기 바쁘게 잠이 쏟아진다.

담배 한 모금과 와인 한잔이 얼마나 심신을 풀어주는지 나처럼 험한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잘 안다. 사진에서 보듯이 둘째날 호기롭게 앉아 카메라에 포즈를 취했는데, 이틀 더 걸으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발바닥엔 여기거기 겹겹이 물집이 생기고, 누가 달려들어 내 옷에서 무얼 꺼내가도 저항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페르시아 패잔병이다!

내 멋대로 카페트에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이란 티를 몇잔 마시니 몸이 풀린다. 내 세상이다.

닷새 되던 날 열 손가락 모두 염증이 생겨 병원을 다녀왔다. 체력이 급격히 저하된 탓이리라.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 말이다.

내 맘 한 귀퉁이에서 속삭임이 들린다.

“토니(내 영어이름), 포기해. 충분히 니가 할 만큼은 한 거야.”

페북에 이런 생각을 올렸더니 “몸 다치지 말고 어서 귀국하라”는 반응이 절반이 넘는다.

어쩐다? 두어 시간쯤 지났을까? 내 가슴이 벌렁벌렁 뛴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고함을 친다. “너 이신석,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냐?”

이튿날, 짐을 꾸려 다시 행진에 나섰다. 2017년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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