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석의 페르시아 순례길⑧] 낯선 곳서 만나는 익숙한 것들
[아시아엔=이신석 ‘분쟁지역’ 전문기자] 나는 이란에 오기 보름 전 <아시아엔> 이상기 발행인과 한잔 했다. 잔뜩 기대해서인지 어떤 컨셉으로 이번 여행을 다뤄야 할 지 답이 안나왔다. 그때 이 발행인이 말했다. “옛 페르시아와 현대 이란의 만남, 이런 거 어떨까?” 했다. 작년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풀린 것도 나의 이번 여행을 가능케해준 계기도 됐다.
맞다. 그런 방향으로 잡고, 순례길을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상기 발행인은 나의 순례가 끝날 즈음 테헤란으로 오마고 약속했다. 이란에는 아시아기자협회 부회장인 푸네 네다이 여기자도 있다. 출판사 대표인 그녀는 이란의 상당한 실력자로 알려져 있다.
나의 이번 순례길 미션 중에 하나는 내가 분쟁지역 전문기자로 있는 아시아엔을 이곳에 널리 전파하는 것도 있다. 나는 아시아엔 스티커를 방문지마다 나눠주며 소개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하나같이 신기해 하고 세상에 아시아 여러나라의 기자가 함께 참여해 만드는 매체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 했다.
또 하나, 이번 여행이 종전의 것과 다른 것은 나를 취재하는 매체가 몇 개나 있다는 것이다. 기자인 내가 취재를 당하고 신문과 방송에 소개된 것이다. (어느 신문? 어느 방송인지 기억나나?) 아마 그들이 보기에 머나먼 한국에서, 그것도 기자가 와서 자기네 나라 이슬람 순례지를 걷는 것이 나름 기사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 몸은 피곤해도 동업자 기자들을 만나니 한결 뿌듯하다.
나는 지난 1월 7일 이렇게 써서 이상기 발행인 카톡으로 보냈다.
“안녕하십니까? 여긴 크리스마스와 뉴 이어도 없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늦게나마 새해인사 올립니다. 지금도 사막입니다. 모든 순례가 그렇지만 좀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하고 춥고 외로운 시점입니다. 가는 곳마다 아시아N을 조금씩 알리고 있습니다. 취재활동은 전면 금지되어 있고 심각한 위험에 처하기에 소극적으로 임합니다. 어제 오늘은 이곳 국영티비에서 저를 인터뷰하고 오늘 아침 걷는 사막에도 찾아와 카메라 작업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힘 내시고 저도 힘 내고요. 야생동물에게서 해를 당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입니다. 아무도 안 가는 길, 지금은 무슬림에게조차도 잊혀진 길, 자연환경과 동물의 습격 그리고 사막의 타는 듯한 햇빛과 갈증을 엮어내어 조금이나마 아시아N에 보탬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