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석의 페르시아 순례길⑩] 이란경찰에 IS 테러리스트로 붙잡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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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5749077954 [아시아엔=이신석 ‘분쟁지역’ 전문기자] 분쟁지역이나 험지를 다니며 가장 신경 쓰이는 점이 국경경찰이나 군인들에게 붙잡혀 조사를 받는 것이다. 꼭 1년 전 터키 쿠르드거주지역에서 연행돼 나흘간 치욕의 시간을 당한 경험이 있는 나는 특히 민감해 단단히 방어막을 치고 이번 순례길에 나섰다. 어디 작년뿐이겠는가? 십수 차례 비슷한 경험을 겪고 나면 국경수비대 보면 만정이 떨어진다.

12일 저녁 경찰이 내가 묵고 있는 호텔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내 여권을 뺏더니 내일 오전까지 경찰서로 출두하라고 말한다. 내가 “난 그냥 순례중이다. 어제 걷다 몸이 아파 택시를 타고 호텔에 왔을 뿐이다” 하고 말해도 형사는 이거저거 ‘조지기’ 시작한다. 같은 답을 들은 그는 사라지며 내일 출두하라고 다시 내게 말한다.

그가 떠난 후 나의 어떤 행동이 이들에게 조사를 받게 됐을까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게 없다. 작년 터키에서의 장면들이 머릿속을 바삐 지나간다.

‘이란 친구들 특기가 간첩 만드는 건데, 뭣 때문에 경찰로 부르는 것일까? 사진 맘대로 찍었다고? 잘못 걸리면 스파이로 몰려 종신형까지 때린다고 들었는데···’

온갖 불안감이 몰려온다.

억지로 잠을 청했다. 아침 일찍 이슬람 사원에 가서 기도하고 사제의 도움을 받아 풀기로 하니 잠이 조금씩 온다.

밤 사이 호텔에 묵고 있는 경찰 ‘프락치’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를 동영상으로 찍어 형사에게 보내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이튿날 새벽,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모스크에 기도하려 가려 호텔문을 나서려는데 문을 안열어 준다.

나를 체포하려 오려는 건가? 호랑이한테 붙잡혀 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라는 말이 순간 떠올랐다.

나는 경찰에 가면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순례 중이다. 이 나라에선 무슬림이 초법적이니 만약 문제가 생기면 무슬림으로 풀어야 한다.’

1485749079233두시간쯤 뒤 그러니까 아침 9시 쯤 나는 예상대로 형사 앞에 앉아야 했다. 그런데 잘 풀려가는 조짐이 확 들어왔다. 영어를 잘하는 조사관이 온 것이다. 통상 그렇지만 중앙아시아나 이슬람 국가에서 나라에서 영어를 하는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다.

조사관은 내게 몇마디 물어보더니 눈짓이 달라진다. ‘무혐의!’다.

그에 따르면 “수니파 무슬림인 중앙아시아 출신 IS 대원이 시아파 무슬림 성지에 폭탄을 터뜨리러 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는 걸 들으니 타지키스탄 출신 테러리스트로 접수됐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출신의 이신석, 내가 폭탄 투척 전사라?

내 입에서 쓴웃음이 나왔다. 그들은 미안한 눈치를 보이면서 나러더 가도 좋다고 한다.

나는 왜 그들에 의해 만 하루 동안 테러리스트이자, IS대원으로 몰려야 했나? 지금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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