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 터키 지즈레,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Day 10: 멈추지 않는 살육의 땅에 마린스노우가 내리길···
[아시아엔=이신석 분쟁지역전문기자]
Day 10
한국은 구정 연휴 기간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이 곳에선 연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아침을 대충 터키식으로 해결하고 커피를 판매하는 제과점으로 향했다. 몇번 봤던 친구인데 이 친구 이상하게 몸을 비틀고 나에게는 가까이 오지 않는다. 내 눈이 틀리지 않다면 ‘성적소수자’로 보인다.
일부러 그에게 환한 미소를 짓고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기꺼이 과감(?)한 포즈를 내어 보인다. 난 이런 사람이 좋다. 무슬림 사회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것은?몇배나 힘든 인생이리라.
그에게 또다시 환한 미소를 보내자 그도 미소로 화답한다. 외국인과 나누는 친근감의 표현을 여러 누군가가 지켜볼 터,?약간 오버하면서까지 우정을 과시해주자.
커피를 마시고 시장길을 걸었다.?여러 가게에서 차를 얻어 마시며 지나갈 즈음,?도살장 안으로 들어가는 양을 보게 된다.
양은 주인이 평상시처럼 모는 대로 순순히 도살장으로 들어선다. 곧 죽음이 닥칠 텐데 상황을 모르는 건지 달관한 건지 선한 눈빛만 도살장 밖으로 내보이며 마지막이 될 환한 바깥 세상을 쳐다본다. 아~. 매번 이런 모습을 보고 느끼면서도 육식을 즐기는 내가 너무 싫다.
결국은 양의 죽음에 너무 과민해졌는지 속이 엉망진창이 되어 숙소로 피신하게 되었다. 페이스북에 상태를 올렸더니 마침 의사 직업을 가진 가장 오래된 친구가 증상을 듣고 처방을 내려줬다. 준비한 항생제를 복용하고 한 시간 여 지나자 호전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오후가 되었다. 지즈레에 가지 못하고 여기서 주저앉게 되면 어떡하나 걱정에 호들갑을 떨고 있는채.
다시 정신을 차리고 수분을 보충할 겸 제과점에 들르니 유스프(20세)가 일하고 있는 걸 발견하고 너무 기뻤다. 그는 한참 전쟁 중인 이딜과 지즈레 사이 협곡에서 소도시로 나온 젊은 친구다.?몇번 만나면서 필자를 극진하게 대하길래 애정이 많이 가는 친구다.
난 그의 어머니께 드리라며 후원품 중 손목시계를 건네며, 여자친구 주지말고 반드시 어머니 갖다 드리라고 두번이나 확인 대답을 받았다. 어느새 그의 눈은 젖어 있었다.
남을, 그것도 이방인 사내를 극진하게 대하는 그의 심성의 깊이를 알 거 같았다. 어느날 이방인이 다가와 건넨 온정은 그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기억되고 이 멈추지 않는 살육의 땅에 marine snow가 되어 내리리라 믿는다.
비트(은신처)에서 나오지 않고 시간을 너무 허비했나 보다. 심신은 충전되었고, 내일 다시 누사빈(Nusaybin)을 거쳐 실로피(silopi)로 가려고 마음 먹는다. 이를 다시 깨끗이 닦고 전투준비에 나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