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 터키 지즈레,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Day 1: 상념 품은 채 다시 또 터키로····
[아시아엔=이신석 <아시아엔> 분쟁지역 전문기자]
Day 1
Many times I’ve been a traveler
I looked for something new
In days of old when nights were cold
I wandered without you
(아주 오래 전부터 길 위에서
늘 새로움을 좇았지만
당신 없는 지금은 회한과 외로움에 지친 나의 늙어가는 모습.)
늦게 다시 만난 그에게 그토록 내가 의지 하고 있었던 걸까?
출국장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랜 친구인 영화배우 엄춘배 군은 우리반 반장 이었던 A군이 급성간암 판정을 받았고, 자신은 경주에서 상경하여 병실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모 교수의 글에 항상 등장하는 “내 친구 A”, 그가 말이다.
그랬다.
무거운 후원물품을 끌고 다닐 내 모습에 지래 겁을 먹었고, 이번에 가면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던 걱정은 친구의 급성간암 판정으로 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가고자 하는 터키 동남부 도시 지즈레(Cizre)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공무원 및 교사 소개령이 내리면서 시작된 통행금지가 점점 격상되어 주민전원 소개령이 내려진 상태라 출입이 금지되었다. 나 같은 외신기자는 접근조차 힘들게 되어, 여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나를 힘 빠지게 만든다.
마음을 잘 추스리고 더 낮은 곳에 임한다는 자세로 취재와 봉사를 하려는 마음을 다잡는다. 애초에 내가 명예욕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인천공항에서 국제기를 타고 이스탄불 아타투르크 공항에 초저녁에 도착하면 보스포러스 해협을 건너서 아시아 쪽에 있는, 주로 국내선과 저가항공기가 드나드는 사비하궤첸 공항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터키 동남부 마르딘(Mardin)으로 향하게 된다.
공항에서 하룻밤을 노숙 하는 일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 씻지 못해 불쾌한 냄새가 남을 괴롭게 하는 것은 원치 않는 상황이다. 여러 개의 짐을 노숙 상황에서 온전하게 운반하고 보관하는 일도 신경 쓰인다.
통찰력 깊은 여행자가 되어야 하고, 잘 숙련된 군인이 되어야 하며, 날카로운 지성을 지닌 기자가 되어야 하며(요원하기만 하다), 낮은 곳을 지향하는 순례자가 되어야만 무사히 여정을 마칠 수 있다.
공항에서 스페인 말라가에 거주하다 우크라이나 친정에 가는 스벹라나(Svetlana)를 만나서 서로의 짐을 맡아주며 아침까지 맥주도 같이 마시고 얘기를 나눴지만, 마음 속으로는 ‘내가 관광이나 하러 온 건 아닌지’라는 생각에 점점 마음이 어두워진다.
날이 밝고 스벹라나와 작별을 나누고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서구여행자에게 유명하기도 하고 몇해전 한국 TV드라마에서 소개되기도 하였던 마르딘(Mardin)으로 향하지만 관광객으로 전락한듯한 씁쓸함이 가시질 않아 마음의 짐이 무거워진다.
마르딘에서 만나기로 한 하키(Hakki)라는 현지활동가는 면식도 없이 인터넷에서 연락 몇번 주고 받은 사이인데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질 않을까 하는 못미더움이 남아있지만 내 머리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터키의 지인들과의 약속으로 이미 복잡하다.
쿠르드족 친구는 고향을 떠나 휴양지에 카페테리아를 열었다고 놀러 오라는둥, 다른 터키 친구는 하맘(터키식 목욕탕)에 매니저가 되었다고 이번에 놀러 오지 않으면 다신 안 보겠다고 놓은 으름장이나 신경 쓰이는 난 관광객이 되고 말았다.
그저 둘러보고 놀고 가는 관광객 말이다.
보틍의 사람들은 백이면 백 ‘아름다운 이스탄불’이라고 칭송을 하는데도, 나는 터키를 가면 이스탄불을 포함하여 많은 관광지가 있는 중서부 지역은 무조건 건너뛰고 동부로 향한다. 가려진 터키 동부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소명이라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해결하지 못한 여러 상념들이 혼재된 채 나는 어느덧 마르딘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