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 터키 지즈레,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Day 3: 터키 비극은 자국민 향한 ‘야만의 민족말살’

미드얏 풍광
미드얏 도시. 거리는 한산하고 터키 정부군의 쿠르디족 공격에 견디다 못해?지즈레에서 피난 온 난민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

[아시아엔=이신석 <아시아엔> 분쟁지역전문기자] 길거리에서 환전을 하고 하릴없이 장터를 걷다 차이를 길에서 마시고 있는데, 우연히 하키를 만나 본격적으로 미드얏 투어를 시작했다.

난민의 입장이 된 여러 무리의 지즈레 사람들을 만났다. 각자의 터전이 부서진 사진을 앞다투어 나에게 보여주며 하소연을 늘어놓는 그들의 얼굴에서는 관심조차 없는 유수의 서구 언론과는 다르게 <아시아엔> 분쟁지역전문기자임을 증명하는 신분증과 명함을 연신 들여다보며 고마움을 눈빛으로 전한다.

마음속으로 나에게 다짐을 한다.

‘세상 사람들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당신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당신들의 이야기를 전하겠노라’

난민이 되어버린 지즈레 사람들이 미드얏 구석 찻집에 모여 고향 얘기를 늘어놓고 있다.모든 서방의 언론이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을 아시아엔을 통하여 알려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난민이 되어버린 지즈레 사람들이 미드얏 구석 찻집에 모여 고향 얘기를 늘어놓고 있다.모든 서방의 언론이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을 <아시아엔>을 통하여 알려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호텔로 돌아오는 늦은 오후, 영어로 나에게 “차를 마시고 가라”고 말한 터키인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그는 무역업에 종사하며 주 거래는 러시아와 하고 있는데, 지난번 터키 하타이주에서 터키군이 러시아 군용기를 격추시킨 사건으로 야기된 러시아와 터키간의 갈등은 무역, 관광업, 인력 및 가스 수출금지 등으로 이어져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한다. 미국과 러시아가 배후 조종하는 국제사회에서 터키는 이용만 당하지만 정작 터키 대통령인 에르도안은?주변국과 문제만 야기시킨다며 이는 터키인들의 생업과 직결이 되어 너무나 힘들다고 토로한다.

기자는 터키라는 나라가 오스만투르크 시절부터?주변국에 야만과 참혹한 대물림의 역사를 남겼듯이, 현재 쿠르드족의 터전인 동남부에서 자행되고 있는 전쟁은 자국민을 향한 ‘야만의 민족말살’이라고 되내이고 싶다.

소녀들과 포즈
미드얏 중심가에서 만난 소녀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신석 전문기자(오른쪽)

전장으로 향하는 전날 밤, 하키의 정보에 의하면 지즈레로 향하는 길이 내일 열린다고 했는데 다시 또 닫힌다고 얘기를 한다.

하키는 (버스가 불타는 현재의 지즈레 상황을 보여주며) “여러 명을 붙잡고 물어봐도 확실하게 아는 이가 없다. 버스터미널에서 직접 알아보니 지즈레로 떠나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 답은 명료해진다. 부딪혀야 한다.

기자는 우천 예보가 있는 다음날 아침 지즈레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늘 그래왔듯, 전장으로 가기 전에는 입안 치아 구석구석 여러 번에 걸쳐 열심히 닦고, 숙련된 군인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것들을 준비한다.

△우천과 추위에 대비한 항공점퍼?△워커는 멋을 낼 때 신는 것이니 벗어두고 가벼운 런닝화?△카메라 충전 여분 배터리 및 충전기?△구급약품 및 생수?△침대에 늘어놓고 가상의 상황을 반복적으로 상상하며 돌발상황 대처 시뮬레이션?등이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게 눈물이다.?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에 대한 공포를 희석시키기 위한 연민의 시간을 갖는다.

그립다.

자나와 난민이 되어버린 그의 지즈레 친구들. 이들의 신상을 밝히기 어려운 점은 이해주길 바란다.
자나와 난민이 되어버린 그의 지즈레 친구들. 이들의 신원을 밝히기 어려운 점은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One comment

  1. 단순 번역 기사가 아닌, 한국어로 온전히 쓰여진 지즈레 기사는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기사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별일 없이 무사히 취재 마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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