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 터키 지즈레,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Day 2: 고통 받는 ‘보통의 메소포타미아인들’을 위해

마르딘 공항에서 미드얏까지 택시운전을 해주었던 아랍인 기사
마르딘 공항에서 미드얏까지 택시운전을 해주었던 아랍인 기사

[아시아엔=이신석 <아시아엔> 분쟁지역전문기자] 현지 유심칩을 바꿔 끼우고 마르딘 공항에 도착하여 현지활동가 하키에게 전화를 하니, 어라? 바로 받더니 두시간여 떨어져 있는 미드얏(Midyat)으로 오라고 한다.

공항청사를 나와서 장시간 비행과 지난밤 공항노숙으로 너덜너덜 해진 육신을 버스에 싣기가 피곤해서 택시와 흥정을 하니 부르는 금액이 터무니 없어 자리를 뜨려는 찰나, 그 중 한 택시기사가 내가 원하는 금액에 수긍을 하길래 그 택시를 타고 미드얏으로 향했다.

유명한 관광지 마르딘을 지면서 속으로 ‘서방 관광객들은 여기를 왜 오는지? 볼 것은 당나귀와 메소포타미아 평원뿐인데’ 하며 생각하던 즈음, 어라 바깥 풍경이 심상치 않다.

가난한 동네로 보이는 지역을 지나며 돌과 구릉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나를 내려 앉힌다. 지즈레 출입 금지, 친구의 투병 소식, 관광객이 되어버린 허탈감, 오기 싫은 이스탄불 경유 등의 이유로 인하여 한껏 시니컬해진 마음이 가난으로 고통받는 농촌을 지나며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더구나 터키의 택시비를 대충 알고 있는 나로선 제법 먼 구간을 이동하는데 ‘너무 깎았나’ 하는 미안함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을 아랍인이라 소개한 기사는 신실한 무슬림 신자로 나중에 흥정 했던 요금에 웃돈을 드리자 한사코 받지 않는다는걸 억지로 손에 쥐어 주어주고 택시를 내렸다.

마르딘은 터키인·쿠르드족·아랍인·시리아인들이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곳으로 각자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기에, 자신을 아랍인이라 소개한 택시기사도 아랍에 대한 자부심으로 넘치리란건 말할 것도 없으리라.

현지 활동가 하키를 길에서 만나 너무 피곤하니 호텔로 가자고 했더니, 한사코 자신이 얹혀있는 숙부의 집으로 나를 안내 한다. 들어선 빌라에 손님 접대용 방으로 나를 이르게 하고 인사를 나누는데, 집안에는 숙부와 아들들 그리고 며느리들 또 그리고 손주 아이들 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랬다.

그들은 모두 지즈레 출신으로, 집과 직장 학교 모든 것을 놔두고 이곳으로 왔다. 터키정부의 PKK소탕을 위한 주민 소개령이 한달전에 내려옴에 따라 이곳 미디얏으로 피난 와서 빌라를 빌려 거주하는 피난민 즉 난민의 입장이었으며, 집과 직장 가구 등 살림살이는 물론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파괴된 채 이곳에서 고향으로 가는 길이 열리기만 바라고 있었다.

그나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이라서 그런지 이런 빌라를 얻었나 싶지만 난민의 심정은 매한가지.

하키와 자나의 가족들. 한국에서 후원 해주신 물품을 받고 들뜬 분위기의 응접실 풍경
하키와 자나의 가족들. 한국에서 후원 해주신 물품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고맙다.

며칠 후 고향길이 열렸다는 그들에게 한국에서 지인들이 모아준 후원물품을 나눠줄 시간이 되었다. 특히 꿈과 희망으로 살아야 할 어린이들에게는···.

후원물품을 나눠줄 때에는 평정을 잃지 않고 예절과 겸손에서 우러나오는 자세를 유지해야만 한다. 받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후원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고 자칫 하면 받는 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낼 수 있으니 그렇다.

하키와 자나의 가족들. 한국에서 후원 해주신 물품을 받고 들뜬 분위기의 응접실 풍경
하키와 자나의 가족들. 한국에서 후원 해주신 물품을 받고 들뜬 분위기의 응접실 풍경

이곳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전달하라고 한국을 떠나기 전 받은 후원물품을 꺼내 하키 가족들에게 나눠줬다. 정성을 다해 물품을 준 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일본에 거주하는?두 아이의?어머니 △남준기 내일신문 기자 △서울 영동고 동문들 △송은정 메르세데스벤츠 이사 △최혜영 창원대 교수 등등.

모든 것을 두고 나왔기에 아이들이 학습하고 놀 수 있는 학용품과 물건이 전무한 난민 신세에 처해있어, 아이들이 한동안 잊지 못할 사랑의 기억이 되길 바랬다.

더불어 모든 것이 파괴된 그들에게, 지구 동쪽 끝에서의 관심은 그들이 자라나며 넓은 식견을 지닌 훌륭한 젊은이로 자라날 것이라는 기대와 확신도 내게 갖게 만든다. 전쟁과 참혹함으로 고통 받는 힘없는 보통의 메소포타미아인들에 Marine Snow가 되기를.

지즈레를 떠나온 어른들은 “삶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고 한다. 삶의 현장이 초토화 되어 난민이 된 지금 막대한 지출은 차치하더라도, 늙고 병든 당신이 돌아가서 재기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한다.

터키 에르도안 정부에 섭섭함을 금치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가 시작하여 정부가 끝낸 작금의 사태에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열변 아니 힘빠진 모습으로 개탄한다. 늘 그래 왔듯이···.

하키의 숙부는 터키정부가 이번 지즈레 사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 관심도 주지 않는다며 개탄한다.
하키의 숙부는 터키정부가 이번 지즈레 사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 관심도 주지 않는다며 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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