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킬리스 ‘김군 실종’ 경찰발표에 드는 ‘의문점’

[아시아엔=이신석 분쟁지역여행가]경찰이 21일 터키 킬리스에서 실종된 10대 김모군이 “납치나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시리아 접경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잠정결론 내렸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분쟁지역여행가 이신석(53)씨가 경찰발표의 의문점을 지적하는 글을 <아시아엔>에 보내왔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초순 킬리스 일대에서 4박5일간 머물며 시리아 난민들을 만났다고 했다. <편집자>

21일 경찰 중간발표를 보면 의문점과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다. 본인은 터키를 20여회 다녀온 사람으로서 이스탄불과 앙카라보다는 주로 무슬림의 온정과 외지인에 대한 환대문화가 남아있는 오지 및 쿠르드족이 많이 사는 동부지역을 주로 여행하였다.

우선 김아무개(18)군과 동행한 홍아무개(45)씨에 대해 드는 의문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홍씨의 행적은 아래와 같다.

1)메르투르호텔 직원에 따르면 홍씨는 김군이 지난 10일 사라진 후 이틀 동안 30분 정도 외출하고 방에만 있었다.

2)호텔직원이 홍씨에게 파출소에 실종신고를 직접 하라고 했으나, 신고를 하지 않았다.

3)홍씨는 한국전화가 없어서 인터넷을 통해 주터키대사관 전화번호를 알아내 호텔직원에게 대신 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홍씨가 김군을 찾으러 다녔으며 12일 대사관에 신고하였다”고 발표했다. 앞선 보도 및 호텔직원 증언과 상반되는 것이다. 수사권을 가진 경찰의 발표가 취재를 통한 언론보도보다 정확할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하지만 필자가 홍씨에 대해 의문은 다음과 같은 점이다.

1)해외여행 특히 위험지역으로 알려진 킬리스로 가면서?휴대폰은 갖고 있지 않았다?

개인여행자의 생명선이나 다름없는 휴대폰을 갖고 가지 않았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김군이 홍씨 대신 갖고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경찰이 홍씨의 휴대폰 소지 여부를 수사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수사발표에서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로밍을 하지 않아도 해외로 나가면 긴급전화를 걸 수 있다는 메시지와 외교부의 여행지역 관련 메시지가 들어온다. 홍씨는 여행 출발 전에 인터넷 검색으로 가는 지역이 어디인지 어떤 상황인지 사전에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김군 부모에게 얘기하지 않았을까? 안했다면 왜 그랬을까 의문이 든다.

2)홍씨는 김군이 사라진 후 호텔에 이틀 더 머물렀다. 왜 그랬을까, 그리고 무엇을 했을까?

여행지에서 방 안에만 있는다는 것은 방 안에 뭔가 외부와 통하는 매개체가 있다는 얘기다. 바로 휴대폰이다. 이를 통해 음악을 듣고, 메신저를 하고,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 이게 정상이다. 그런데 홍씨의 행동은 이런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 언론보도 및 경찰 발표대로라면 비정상적이고 해외여행에 소양이 없는 사람으로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찰이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했는지 궁금하다.

김군 등의 이동경로는 이랬다. 이스탄불~가지안텝~킬리스~시리아 국경. 이스탄불에는 공항이 두 개 있다. 처음 이곳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은 환승하면서 종종 애를 먹는다. 이스탄불의 주공항인 아타투르크 공항에 도착하면 통관절차를 밟은 뒤 짐을 찾아 밖으로 나와 도보로 15분 이상 걸리는 국내 항공이 이용하는 국내선청사로 이동해야 한다. 이는 나은 편이다. 자칫하면 저가항공이나 외국항공을 이용할 경우 사비하 공항으로 40여분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일행이 가지안텝까지 이동하여 첫날 호텔에 투숙하였다?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전문가든 초보자든 첫날 낯선 도시에서 호텔을 찾아가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경찰은 이들이 가지안텝에서 대중교통(버스)을 이용해 킬리스까지 1시간 걸려서 이동하였다고 발표했다. 한마디로 불가능한 일이다. 필자가 방문 당시에 버스는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 등 하루 2회 가지안텝에서 킬리스로 운행했다. 이마저 버스정보를 얻는데 여러 군데알아보며 한참 걸렸었다. 호텔 밀집지역에서 버스터미널은 떨어져 있다. 연결성도 매우 안 좋아 필자는 택시를 대절하여 킬리스를 다녀왔다. 그런데 휴대전화도 갖지 않았다는 이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 발표대로라면 보통 여행자가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도 없이 홍씨 일행이 이 코스를 통해 실종지점까지 갔다는 것이다. 터키 여행을 아주 여러 번 다닌 베테랑 여행자도 힘든 여정을 완수한 셈이다.

3)가지안텝과 킬리스가 간단한 구글링만으로도 IS로 가는 전초지라는 점을 홍씨는 알고 있었다.

홍씨는 김군이 사라지고 즉각 경찰에 연락을 취하고, 그 즉시 이스탄불 대사관에 연락을 취했을 수 있었다. 그것이 안 되면 서울의 외교부와 한국경찰에 충분히 연락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신고시간이 늦춰졌을까? 그 이유는 홍씨를 조사하면 금세 알 수 있는 것들이다.

4)경찰은 “이번 사건이 납치가 아니고 IS에 자발적으로 가담키 위하여 시리아로 밀입국하였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번 발표가 최종이 아닌 중간발표라고 했다.

필자는 지난해 11월 가지안텝과 킬리스에서 현지인 10여명 이상과 만나 대화를 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일단 브로커에 넘겨지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 사람들한테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들 말을 종합해보면 탈북자들이 중간에 인신매매꾼에게 속아 이곳저곳으로 팔려 나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김군이 밀입국 에이전트(브로커)에 연계되는 즉시 그는 자의의 몸이 아니게 된다.

그가 도착한 곳이 IS가 아닌 야지디족이나 쿠르드족 마을 그것도 아니면 다른 군벌세력 지역일 수도 있다. 아니면 김군은 순교나 선교를 위해서 갔을지도 모른다. 인계된 후로는 자신의 의지를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은 막힌다. 운이 좋으면 SNS나 유튜브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경찰이 IS가 일본인 인질 몸값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요구한 사례에 비추어 에둘러 사건을 덮으려는 것이라고는 믿고 싶진 않다. 경찰 말대로 중간발표이니 최종발표를 좀더 기다려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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