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킬리스 현지르포②] 김군, 올리브 숲 너머 시리아 어느 곳에 있을까
[아시아엔=이신석 분쟁지역여행가] 터키 킬리스에서 실종된 김모군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시아엔> 칼럼니스트인 이신석 분쟁지역여행가는 지난해 11월초 킬리스 일대에서 4박5일 머물며 시리아 난민들을 만났다. 그는 “전쟁과 분쟁으로 인해 어린이들이 집과 가족을 잃는 비극은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고 했다.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분쟁지역만 여행하는 그는 이번에 실종된 김군이 묵었던 호텔에 체크인을 시도했으나 방이 없다는 이유로 투숙을 거절당했다. 이씨는 김군 이전에 이 지역을 방문한 유일한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씨의 현지르포를 몇 차례 나눠 싣는다. <편집자>
시리아 국경에서 약 300m 떨어진 군부대.
김군은 저 전망초소와 경비병의 경계를 뚫고 그곳으로 갔으리라. 연일 계속되는 한국인 청년의 IS가담설에 마음이 우울하고 무거워진다. 연재 칼럼을 쓰면서, 두달 전 다녀왔던 Mertur Hotel과 킬리스의 풍광, 헤어지는 연인들의 입출국 게이트, 그리고 김군이 걸어가서 엎드려 기어갔을 그 광야의 실루엣이 떠올라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랍의 봄을 외치며 수많은 북아프리카 젊은이들이 자유를 그토록 갈구했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절망 끝에 그들은 IS를 택하고 있다. 참혹했던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체첸 전사들은 이제 희망을 잃고 돈벌이를 좇아 IS에 가담하게 된다.
다게스탄의 전사들도 희망이 좌절되자 IS에 가담한다. 위그르의 독립투쟁 전사도, 땅을 잃은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의 아제르바이잔 전사도 희망을 잃고 IS에 투신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식민지 침탈로 막대한 부를 쌓고, 식민지 국민들을 데려다 노동력을 착취했다. 피식민지 출신 주민들은 차별과 박해, 불균등한 기회에 절망하며 IS대원이 된다.
학생운동이 실패하고 낙망해 여객기를 납치했던 적군파와 뭐가 다르랴?
18살 김군은, 한줄기 빛마저 들어오지 않는 어둠의 절망에서 홀로 눈물 흘리며 올리브 나무를 헤치고 가시덤불에 몸을 찔려가며 절망조차도 없는 그 광야의 땅으로 스스로 걸어간 것이리라.
올리브나무와 오렌지나무 그리고 가시덤불의 저 땅을 김군은 절망보다 더한 선택을 찾아서 건너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