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석의 분쟁지여행] 아제르바이잔 ‘다디방크’ 수도원



곧 이어 거드가 나에게 싸로의 부인이 국제적십자사에서 일하는데

이곳 어려운 환경의 몇 아이들을 선정하여 도움을 국제적십자사에 청했는데 제대로 된 답변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도울 방법이 없겠냐며 묻기에 부인 얼굴을 보며 “아이들 상태가 어떤지 좀 들어 보자구” 묻는 순간 싸로가 “네 도움은 필요 없어! 우리 자체적으로 해결할 거야” 하며 부인을 막아섰다. 이제 인내는 없다.

부들부들 분노에 휘청이는 몸을 일으켜 의자를 박차고 그에게 한방을 날리려 다가가자 싸로는 그 넓은 홀을 지나 끝에 있는 계단까지 도망가더니 자기를 때리면 당국에 간첩으로 신고하겠다고 나에게 맞서는데

거드가 나를 말리며 “토니! 진정해. 우리가 이 지역에서 위험해져!” 그러니 몸에 힘이 빠진다. 거드가 나를 진정시키려고 싸로에게 “토니는 오래 전부터 너의 나라에 와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달하며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야. 싸로 네가 믿던 안 믿던 말이야” 하였다.

난 제풀에 지쳐 방으로 돌아와 어서 동이 밝기를 기다리며 작고 뚱뚱한 싸로에게 저주의 말을 가슴 속에 되내인다. ‘싸로 너라는 마귀 때문에 어려움에 봉착한 몇 아이들이 빛을 잃는다. 넌 단언코 인간이 아니다.’

동이 밝아 눈을 뜨고 기계적으로 옷 입고 짐 챙겨 세수도 양치질도 생략하고 바로 집밖으로 나왔다. 질척하고 약간 경사진 곳에 배설을 한다. 문을 나오니 예약한 택시가 도착해 있다. 택시기사 로버트가 간밤에 뭔 일 있었는지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담배 하나 줘 로버트!”

곧 이어 거드도 서둘러 나오고 떠나려니 싸로도 출근 한다며 뒷자리 내 옆에 앉는다

거드는 오늘 밤 여기서 하루를 더 묵는다니 때리고 도망가는 것은 삼가야 할 듯했다.

국도변의 어느 박물관. 표지판이 있어 박물관은 맞는데 직원은 보이지 않는다.

싸로 즉 마귀를 내려주는데 약수를 청한다, 거드의 오늘밤이 걱정되고 아직 내가 이 지역에 있기에 마지 못해 손을 잡는다.

‘뚱땡이 마귀! 너의 극락왕생은 절대 없다.’

가드를 내려주고 우린 밥을 먹고 오늘의 목적지인 Dadivankh 수도원으로 향한다.

늘 이렇다. 외부세계로 통하는 길 하나만 포장되어 있고 나머지 길들은 비포장에 무너진 잔해에 둘러쌓인 주택가다. 콘스탄티노플 조약에 의거하여 카톨릭과 동방정교회로 나눠지고 이곳에는 동방정교회에 속하는 깨끗하게 보수된 아르메니아 사도교회가 무너진 주택가 뒤로 보인다.

다디방크수도원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부서진 탱크가 치열했던 전적지였음을 말해준다. 이 지역은 구글맵에서도 아제르바이잔으로 표기가 된다. 전쟁으로 아르메니아가 지역을 탈취하고 나고르노카라바흐공화국을 만들었지만 국제사회에선 아직 이를 인정치 않고 전쟁 이전처럼 아제르바이잔의 영토임을 인정해준 것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루과이만이 이를 인정 한다는데, 우루과이 수뇌부가 혹시 아르메니아 출신이 아닌가 의심해본다.

운전기사 로버트의 말로는 여기서 산 하나만 넘으면 아제르바이잔 영토이고 사실상 외국인의 통행은 불허 되는 지역이라고 한다. 로버트는 이 지역에는 겨울에 먹이를 찾아 늑대 여우가 심심찮게 내려온다고 한다.

빛바랜 조화와 부서진 탱크가 묘한 조화를 이뤄내는 것이 내 마음을 나타내는 듯.

차는 가파른 산을 오른다.


드디어 다디방크 수도원에 다다른다. Shushi에서 약 3시간 반을 비포장도로로 달려와서 맞는,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수도원의 전경이 펼쳐진다.

앞서가는 왼쪽의 거드, 오른쪽의 로버트는 산에 오르는 즈음부터 매우 신실한 모습과 눈빛을 보이더니 뒷모습은 고난의 역사와 인생이 담긴 듯 내 눈에 비쳐진다. 난 조금 뒤떨어져 시선을 먼곳에서 주변으로 바라보며 기억에 담는다. 그때


수도원의 외곽을 책임지는 듯한 호위무사가 나타난다.

여러마리의 덩치 큰 녀석들도 있었지만 이 아이에게 빵을 주는 동안 누구도 나서지 못한다. 이 아이가 무리의 대장임에 틀림없다. 코카서스는 ‘카서스 오브 챠카’라는 견종으로 거대하고 맹폭한 늑대 등 산짐승으로부터 가축을 지키는 견종이다. 터키와 이란에도 캉갈이라는 덩치는 무서운 개들이 있다. 산이나 들에 이런 덩치의 변종 개가 많다. 이 녀석은 그리 크지도 않고 마치 스누피의 주인공인 비글처럼 생긴 모습이다. 그러나 난 이 녀석이 대장임을 한눈에 알아본다. 아주 오래 전 유기견을 모아 키우던 애신의 집에 몇번 봉사를 다녀서 그 수천 마리의 유기견 중 깡패짓을 하는 개는 덩치가 크고 무서워 뵈는 인상을 가진 아이가 아니란 걸 알기에.

음식을 다 내어놓자 녀석은 한번 쓰윽 쳐다보고 다시 숲으로 사라진다.

수도원으로 들어가지 않고 위로 나있는 산길에 올라서 그 주변을 눈에 담으려는데 이 깊은 산속에서 더 들어가도 민가가 있는지 하교길의 소년을 만났다.

지체 없이 배낭에서 아이팟을 꺼내어 소년에게 건넨다.

“세상 반대편에서 전하는 사랑이야 소년!

난 네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야 하는 등하교 길에 아름다운 음악을 담아 듣고 다닌다면 얼마나 세상이 아름다와 보이겠니? 난 그저 그런 너의 아름다운 모습을 멀리서 상상할께.” 소년은 어리둥절하지만 선물 받은 기쁨에 얼굴이 빍아지는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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