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석의 분쟁지여행]아제르바이잔, 수도원에서 만난 친구의 선물
난 내 소임을 다했다는 안도감에 다리가 풀린다.
이제 수도원으로 들어가 관광객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보자꾸나.
아무도 없는 수도원에 아까 산을 올라오던 택시를 보았는지 다리를 심하게 저는 청년이 아랫마을에서부터 뛰어 올라와 우리에게 양초를 사라고 권하여 몇개 샀다. 거드와 로버트가 양초를 밝히기 위해 수도원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수도원은 4세기에 지어졌으니 아르메니아가 동방정교회의 아르메니아 사도교회를 최초로 국교로 받아들인 AD 301년 즈음에 지어진 수도원이라고 한다. 이보다 오리엔탈정교회에 속한 시리아의 정교는 다수의 무슬림들에게 둘러싸여 그 명맥을 유지하기가 더 힘들었으리라.
다디방크수도원의 모습
수도원의 뒷문
택시기사 로버트가 경건한 모습으로 초를 밝히는 모습을 거드가 사진에 담고 있다. 다디방크수도원 내부.
나에게도 기도하라고 로버트와 거드가 권했다. 나는 모든 걸 내려놓고 기도했다. 이런, 그건 나의 모습이었다.
거짓으로 얘기하고, 남을 속이고 빈정대고, 내 잘난 맛에 살고,
사업 한답시고 거들먹거리고…그렇다 마귀는 싸로가 아니라 나의 내면 깊이 존재해온 것이다. 싸로의 모든 나쁜 언행은 내가 젊은날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던 나의 모습, 내 모습이 싸로를 통해 마귀로 보였던 것이다. 그를 통해 나를 보았던 것이다. 내려 놓고 내려 놓아도 여기에 와서 사랑을 전 하는 일을 한다 하여도 난 끊임없이 겸손해야 하거늘…
밖으로 나와 수도원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촬영하고 돌아서는데
내 친구가 다시 왔다. 로버트의 통역으로 소년의 말을 들어보니 이랬다. 집에 가서 부모님께 수도원 참배객에게 그것도 처음 보는 동양인에게서 낯선 선물을 받았다고 하니 답례로 호두 등을 갖다드리고 물건 사용법을 물어보라고 하셨나 보다. 아무리 설명해도 사용법을 못알아 듣기에
학교에 가면 컴퓨터가 있냐 물으니 선생님이 쓰신다고 한다.
그럼 선생님께 사용법을 알아내어 등하교길에 들으면 좋겠어 하며 꼬마 친구를 아쉬운 포옹과 함께 돌려 보냈다.
같이 따라온 바둑이 녀석을 옆구리에 안고, 뒤돌아 보고 또 돌아 보는 모습에 눈물이 내 두 눈에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래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마음 속으로 다음 번 여정을 결정한다.
로버트가 봉지를 열어 호두를 깨먹고 도토리는 어떻게 먹는지는 모르지만 소년의 소중하고 소박한 선물을 내 허락 없이 개봉하여 먹는다. “야, 이거 내꺼야” 하며 구박하고 웃고
우린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이 낄낄 대며 산을 내려간다.
이제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