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석의 분쟁지여행] 간다쟈르수도원에서 ‘마귀’를 만나다
안개는 점점 짙어오고 오늘 일정의 주된 목적지인 간다쟈르(Gandazasar) 수도원으로 향한다. 간다쟈르 수도원은 10세기에서 13세기에 걸쳐 지어졌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이곳 간다쟈르수도원은 세례요한을 기리는 수도원으로 더욱 특별하게 여겨진다.
간다쟈르수도원으로 들어서는 입구. 안개에 그 신비함과 더불어 공포감이 엄습한다.
안개에 수도원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본당으로 들어가는 입구라는데 음산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참배객은 오스트리아 친구 거드와 나 둘뿐이니 오래전 로마의 카타콤베(지하예배당)를 가이드 없이 혼자 들어갔다가 장시간 미로에서 헤매다가 다른 관광객을 만나 간신히 밖으로 나왔던 기억이 난다. 이런 협소한 입구는 나에게 공포를 지나서 화를 나게 만든다.
일단 들어 가보자.
예배당에 놓여진 성구와 아기를 목욕시키는 물통(아래). 아마도 세례나 침례의식으로 쓰이는 아르메니안 정교의 물통이리라. 천장에는 아담과 이브가 그려진 벽화가 진귀함을 더한다. 그런데 너무 어두워서 촬영에는 실패하였다.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안개는 모든 것을 가리고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며칠 동안 음습하고 축축한 기운에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혼자 여행을 다니면 신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건 나만의 얘기는 아닌 듯하다. 주위에 혼자 장기여행을 다니며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다 보면 심심치 않게 신을 만났다는 지인들이 여럿 있다.?나 역시 온정을 베풀고 다니다 보면 찬란한 햇살과 더불어 들려오는 신의 메시지, 그리고 기 막힌 시간에 때맞춰 메신저를 통하여 나에게 전달된다.
며칠 동안 어떻게 보면 거룩하게 보이는 수도원과 초기교회를 다니건만 내 마음은 점점 어두워지기만 한다. 그리고 이번 여정이 점점 두려워만 간다. 왜일까?
밖으로 나와 수도원의 벽을 거닐다 보니 불발된 포탄이 수도원 벽에 박혀 있는 것이 보인다. 이슬람을 믿는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때 이곳 수도원에 날라온 포탄을 신관을 제거한 후 훗날 참배객에게 저리 보여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런 것을 보면, 나는 참 시니컬해지는 버릇이 있다. 지루한 수도원을 한 발 벗어나 주변 언덕을 거닐게 된다. 그리고…, 난 마귀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