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석의 분쟁지 여행] 이란의 환상적인 물가

이란으로 도착하여 국경 노루드즈에서 이곳 아제르바이잔주의 주도 타브리즈(Tabriz)까지 400km가 조금 넘는데 20달러에 택시를 혼자 대절해서 왔습니다. 더욱이 택시기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니 왕복요금을 그렇게 지불해야 했습니다.

이란이 교통비가 저렴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이스라엘의 이란 내 핵기지 폭격설 등으로 인해 자국 화폐가치가 최근 급격하게 떨어져 저처럼 이란을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희소식입니다. 하지만 여기가 어디입니까? 전세계 최고의 친절(hospitality)를 자랑하는 이슬람국가 이란입니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현지 이란인에게 도움을 받고 종종 그들의 가정에 초대되어 숙식을 해결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이 말은 별로 돈쓸 일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즉 이란에서 당신이 여타 국가처럼 여행다니며 경비를 지출했다면, 당신은 이란을 제대로 여행하고 다닌 것이 아닙니다.

친절합니다. 부드럽습니다. 예의 바릅니다. 여긴 이란입니다.

한데….

도착한 저의 숙소 광경입니다

다 좋은데 여행하면서 숙소가 가장 큰 고통입니다, 이란에서는.

비싼 곳은 너무 비싸고, 싸면 이렇습니다. 저 뻘건 담요는 어느 호텔을 가든 있습니다. 저는 밤에?옷을 입고 춥지만 저 담요는 덮지 않고 거의 뜬눈으로 새우잠을 잡니다.

또한 샤워실과 화장실은 공용입니다. 간신히 눈을 붙입니다.

아침이 밝아 숙소를 나와서 공원을 거닐어봅니다.

책과 잡지를 파는 가판대는 아직 시작 전이네요.

그저께 예레반을 떠나면서 제대로 먹지 못해 배가 고픕니다. 식당을 찾습니다.

간신히 식당을 찾아서 음식을 주문하니 양의 족발과 수육 그리고 골이 나옵니다.

고기에 양념이 배어 있지가 않아 그냥 먹다맙니다. 골은 결국 먹지 못했습니다.

차 즉 홍차를 마시러 티하우스에 왔습니다.

방금 먹었던 양족발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였습니다. 내가 이란을 좋아하는 이유는 티하우스를 동경해서였습니다.

자리에 빼곡히 앉은 남자들이 물담배와 그냥 담배를 피우며,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 말입니다.

이란은 음주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기에, 일이 끝난 저녁에 친구들, 동료들끼리 모여서 차를 연신 마시며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늘어 놓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도시 타브리즈는 아제르바이잔 민족의 도시입니다. 이란 즉 페르시아인이 많지 않은 도시인 것이지요.

주류 민족인 페르시아인에게 밀려난 아제르바이잔 민족이 저녁마다 모여서 하는 얘기는 현지인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곳은 국경에서 타브리즈로 오면서 여러 번의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고, 많은 비밀경찰들이 대화를 들으며, 정치나 종교적인 주제를 갖고 얘기하다가는 어디선가 나타나는 경찰에게 끌려가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이방인에게 선뜻 사진모델이 되어줄 수 없음은 이란뿐만 아니라 전체 카프카즈지역에서 공통된 그들만의 ‘사정(?)’입니다.

이곳에서 저는 바히드를 만났었지요.

길을 걷다가 학교에서 수학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젊은 친구를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합니다. 이란 정부차원에서 서방의 문화가 퍼지는 것을 두려워해서 인터넷이나 영화, 음악 등에 대한 제재가 심하지만 이들은 어떻게든 그들 나름의 노하우를 발휘하여 블록을 뚫고 인터넷을 즐기고, 서구의 패션과 문화를 따르려 합니다.

드디어 아름다운 이란의 두 여성을 만납니다.

전세계 공용어인 “너희들 이쁘다” 라고 하니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원래는 히잡으로 머리가 보이지 않게 해야 하는데 저 친구들은 뒷머리만 아슬아슬하게 가렸습니다.

내가 너희들 하고 커피 한잔 하자고 해도 이슬람법에 저촉되지 않느냐고 묻자, 자기들이 커피를 대접한다며 카페테리아로 저를 데려갑니다.

여인들의 주된 관심사는 ‘외부 세상에서 들어온 너의 눈에 우리들이 어느 정도로 보이냐? 촌스럽지 않냐?’ 같은 것들입니다.

저는 대답합니다. “너희들은 ‘강남스타일’이다.” 그들은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합니다.

제가 잘 하는 짓을 좀 하다가 얼마 후 페이스북 주소를 교환하고는 헤어집니다. 기분좋습니다. 또 걷습니다.

길에서 만난 아이입니다.

페르시아 고양이의 고향답게 길고양이도 멋지게 생겼네요.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자 녀석은 금방 알아보고 저를 주시합니다.

걷다가 작은 공원을 지나치다 벤치에 앉아서 쉬려는데 어딘지 몸이 좀 불편해 보이는 아저씨가 차를 한잔 대접하겠으니 따라오라고 합니다.

전 따라 갑니다.

그는 알고 보니 이 작은 공원의 관리인입니다.

그는 자신의 작은 경비초소로 저를 초대하여 차를 끓이며 이맘 호메이니와 사진을 찍게 포즈도 취해주고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코란 한 구절을 읽어 주고, 기도하며 대화를 이어갑니다.

그는 신실한 무슬림 신자로 보입니다.

한참 후 차가 준비되자 이런저런 정치외교 얘기도 합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상대가 뭘 말하고 싶은지 이해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예의바른 사람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그가 양말을 벗어 엄지발가락이 없어진 것을 보여 줍니다.

아~그래서 거동이 약간 불편했구나 생각하는 사이에 그는 상의를 걷어올리고 흉터를 보여 줍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1981년 발생한 이란-이라크전쟁의 참전군인입니다. 당시 그는 발가락을 잃고 상체에는 포탄의 상흔을 입었던 것입니다.

이슬람 시아파-수니파 간의 종교전쟁, 이란의 팔레비왕조가 물러난 후 이맘 호메이니와 사담 후세인의 대결. 페르시아계 이란인과 아랍계 이라크인과의 전쟁은 무려 8년을 끌다가 끝났습니다. 결국 누구도 이득을 얻지 못하고 양국의 경제는 나락에 빠진 즈음, 그제서야 그들은 휴전협정을 합니다.

차를 다 마셨습니다. 이제 길을 나서야죠.

그는 제가 시야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저 모습 그대로 저렇게 서있었습니다.

제가 그의 종교인 무슬림을 이해하고, 그의 전쟁의 상흔을 역사적으로 육체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것과 동시에 그는 저의 남은 여정의 행운을 빌어줍니다. 우리는 친구입니다.

길을 걷다가 보니 검은 깃발이 보입니다. 이것은 제가 그리도 걱정했던 시아파 최대의 명절인 아슈라 기간이 다가왔다는 의미입니다. 아슈라 기간에는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교통 등 모든 비지니스가 올스톱합니다. 일주일 정도 우울한 분위기 속에 자학하는 이슬람 신자들이 있기에 보는 것만으로 무서운 광경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뾰족한 쇠끝이 달린 채찍으로 자신의 등을 내리치며, 또는 칼로 자신의 몸을 자해하며 길거리행진을 합니다.

이슬람은 원칙적으로 자신의 몸을 자해, 자학하는 행위는 금지된다고 하지만 오랜 기간을 내려오는 종교적인 행사라서 일부 용인하는 듯합니다.

떠나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좀 뭔가 걸리는 일이 있습니다. 바히드(가명) 때문입니다.

3 comments

  1. thank you for this beautiful report from tabriz city ,

    also welcome to tabriz again to have your nice reports.

    peoples of korea can undrestand very of iranian cultures , special tabriz peoples cultues.

    also can grow up bussines ,science and technology and culture side cooperation between two big nation.

  2. 돌펭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이란 북서부에는 아제르바이잔인들이 대거 살고 있습니다.,,에스파한 이나 테헤란 보다는 볼 것이 없지만,주류민족인 이란인들에게 눌려서 살아가는 그들도 좋은 마음씨를 갖고 산답니다…다음편엔 제가 그런 내용을 살짝 섞어 올려 볼렵니다..거듭 감사합니다.

  3. 안녕하세요. 글 잘 봤습니다.
    이란 사업을 하고 있어서 관심있게 봤습니다. 저는 주로 테헤란쪽과 사업하다보니 타브리즈는 이름만 들었을 뿐 잘 알지는 못했는데, 이렇게 글을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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