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석의 분쟁지 여행] 이란대사관 영사들은 까다롭다?

이란대사관에서 비자 발급 업무를 주로 하는 영사들은 까탈스럽다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었다.

이란대사관에 다다른 아침,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최대한의 예의와 무슬림에 대한 존중의 눈빛과 몸짓을 머리 속에, 마음 속에 그려 넣었다. 여성 영사를 보니 첫 눈에 내 위 아래를 보는 눈빛이 날카롭다. 하지만 난 마음 속으로 ‘당신의 하는 일 그리고 종교를 이해합니다’ 라며 내 여권과 신청서를 갖고 사라진 그녀를 기다렸다.

잠시 후 나타난 그녀는 자세하게 출입국 지정 국경을 설명해 주더니, 비자수수료를 받는데, 유로를 소지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그 즉시 유로를 받고 비자접수를 하고 10분만 기다리라고 한다. 본디 비자수수료는 한참 떨어진 시내에 위치한 지정은행에 가서 납부하고 영수증을 첨부해야 하는 여러 번의 불편함이 있는데 원스톱으로 해결해 준다니 믿거나 말거나 기다려 보자.

잠시 후 그녀가 나타나 내 이름을 불렀다. 상냥스럽게 비자에 관한 설명을 해준다. 어라, 근데 너무 친절하다 못해 이 기분은 뭐지?

비자를 받아들고 밖으로 나와, 공원의 벤치에 잠깐 앉아서 영사의 눈빛과 몸짓 그리고 자그마하지만 상냥하고 또렷한 음성이 그제서야 생각이 난다. 세상에 이렇게 상냥할 수 있을까?

난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리고 눈물이 찔끔 나온다.

이제 비자도 얻었으니 이란으로 향하자~.

아라랏산을 배경으로 한 오스트리안 친구 거드(Gerd)의 사진이다.

나는 예레반을 수차례 방문했어도 저렇게 선명한 사진이 없다. 비오는 날, 스모그 탓에 한번도 제대로 내 눈에 들어온 적이 없으니까.

노아의 방주가 있는 아라랏, 아르메니아의 영혼 아라랏, 하지만 지금은 아르메니안은 갈 수 없는 터키의 땅이다.

아무튼 아라랏을 지나서 남으로, 남으로 간다.

휴게소에서 햇빛에 잘 익은 과일과 건과류를 구경한다.

저 위의 음료수는 배로 만든 사이다인데 어릴 적 마시던, 사제 사이다가 생각나 종종 사먹었다.

아무데나 차를 세우면 휴게소(?)가 된다.

여자들은 불편합니다~.

아르메니아 남부 고리스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사진을 찍다가 흠짓 놀랐다. 왜냐구요? 깜박하고 군용트럭을 같이 찍어서다.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지역은 1992년 끝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전쟁 또는 인종청소가 자행된 지역이기에 매사 조심해야 한다.

버스에서 내려 구형 러시아제 라다택시를 타고 도착한 민박집이다.

주인을 만나서 대충 얘기하려는데, 아르메니아어와 프랑스어만 가능해 손짓 발짓 다 동원했다.

미루어 짐작컨대 터키의 학살을 피해 마르세이유로 이민을 갔다가 다시 돌아와 고향에 정착한 사례인 듯싶다. 불현듯 빠삐용이 감옥에서 그렇게도 인종차별적으로 욕하던 아르메니아인들이 생각난다. 당시엔 구소비에트연방이라서 세상에 어디에도 없는 아르메니아를 나는 찾고 또 찾았다. 지도상에서… 중학교 때 얘기다.

민박집 식탁에서 무서운 것이 발견됐다.

붉은 열매는 그렇다 치고, 저것은 물이 아니다. ‘차차’라는 술이다.

수많은 아르메니아인을 알코올중독에 빠지게 하고, 수많은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만든 차차 구즈베리라는 노란 열매를 끓여 증류해 만드는 술이다. 주로 농촌에서 가정마다 만들어 마시는데 알코올 농도가 무려 50도에서 80도에 이르는 무서운 술이다.

더욱이 차차를 마실 땐 첫 잔과 마지막 잔은 반드시 원샷을 해야 하는 현지 주법이 기다리고 있고, 잔의 크기는 우리네 소주잔의 세배 크기이니 그 공포감은 필설로 형언키 어렵다.

이 지역은 장수 지역이라 차차가 그 몫을 더한다 하는 낭설로, 음주를 권하는 지역이오니 각별히 조심 조심하실 것!

고즈넉한 민박집의 모습.

하지만 밤에는 무척 추웠다.

다음날 아침 고리스를 떠나 이곳 카판으로 왔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아르메니안 네 자매와 사진을 한장 찍었다.

그리고 메그리로 이동했다. 육로로 국경 건너기는 내가 좋아하는 여정이다.

대개 차에서 내려 짐을 끌고 이민국 세관을 거쳐 출입국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현지 경찰과 군인에게 감시의 눈길을 받게 된다.

개중엔 보따리 장사꾼이 많아서 북새통을 이루는 곳도 있고, 양국의 관계가 원활치 않아 삼엄한 곳도 있다. 특히 밤에 통과하면 을씨년스러운 날씨와 분위기가 맞아 떨어져서 기분이 묘해진다.

새롭게 입국하는 나라에 들어서면 현지 화폐가 없어 고충을 겪게 된다. 또 숙소가 있는 인근도시까지 택시를 타야 할 경우 기사들의 바가지 상혼과 맞서는 ‘재미’가 쏠쏠하다.

말로는 재미가 그렇지만 그들의 바가지와 때로는 위협적인 언동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아무리 여행을 많이 다녀도 절대로 노하우가 쌓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하지만 어떠랴. 우리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율 부린너가 연상되는 추억도 생긴다.

내가 이번에 국경을 통과하면서 감히 말한다. “아르메니아 메그리와 이란 노르두즈 국경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펼쳐져 있는데 그 아름다움은 세계 최고다.”

아르메니아의 멋진 산과 협곡을?바라보며?가방을 끌고 길고 긴 1km 정도의 다리를 건너면 완전히 낯선 풍경이 나타난다. 바위산에 나무 한그루 보기 어렵고 그 익스트림한 장관이란 이루 표현하기 어렵다.

이제 이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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