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 터키 지즈레,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Day 6: 격전지 이딜 합류하는 쿠르드 청년의 굳은 결의
[아시아엔=이신석 분쟁지역전문기자]
Day 6
간밤에 우연히 한번 마주친 자나(24세)의 쿠르드족 지즈레 친구가 만나고자 해서 잠시 망설였다. 이 저녁시간에 보자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나에게 적군일까? 아군일까?
아군이여도 예상치 못한 질문에 원하는 답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면 적이 되는 젊은이들과의 만남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에 썩 달갑지는 않았지만, 궁금했다. 그가 나를 왜 보자고 했는지.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서구적으로 매장을 꾸민 카페 테라스(cafe terrace)로 오라고 하길래 ‘그러마’ 승낙을 했다.
담배 연기가 짙게 깔린 카페에 들어서니 그와 여럿의 친구들이 자리를 권한다. 그가 메신져로 보내준 사진은 죽은 PKK의 모습이 담겨 있는, 다소 충격적인 사진이었다.
출처와 진위는 확실치 않으나 대화를 계속 나누니,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내가 이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묻는 일종의 심문 자리가 되었다. 적당히 둘러대고 피곤이 밀려오는 즈음 자리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어서야 그의 행동을 이해 하게 되었다.
그는 봉쇄가 되는 이딜(idil)로 들어갔다. 예상컨대 그는 아마도 PKK에 합류하여 도시게릴라전을 펼치려 들어간 건 아닐까?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것은 비장한 결심을 했다는 증명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이딜로 떠나는 버스를 잡아타고 예의 군인이 지키는 검문소를 통과해 도시에 이르면 특공경찰이 지키는 검문소를 지나는데, 버스에서 내리라고 재촉을 하여 내리니 필자는 통과 할 수 없다고 하길래 쿨하게 ‘그러마’ 대답하니 이들이 반대편 검문중인 버스를 잡아준 덕에 다시 미드얏(midyat)으로 향하게 된다.
그들의 안내를 거부하고 이딜 진입을 원한들 더욱 이상하게 보일 것이라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검문소에서 반대편 차량으로 갈아타게 된 동기가 궁금한지 히잡을 쓰지 않은 ‘신여성’이 필자를 빤히 쳐다 보길래 알아듣기 쉽게 영어를 해주니 제법 따라온다.
검문소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다가 직업이 뭐냐고 물으니 영어선생님이시란다. 그래서 충분히 영어를 잘 할 만한 학력의 터키 사람들이 왜 영어가 시원치 않냐고 질문 했더니, 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 적에 문법을 위주로 배워서 그런단다. 어디선가 많이 듣고 체험했던 과거 한국의 영어교육이 떠올라 쓴웃음이 나온다.
미드얏-이딜-실로피(silopi) 루트는 필자가 통과하지 못하는 구간이기 때문에 미드얏-누사빈(Nusaybin)-실로피 구간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하고, 미드얏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누사빈으로 향했다.
버스는 거친 황야를 지나는 가운데, 군데군데 온천물이 솓는 수증기와 유황 냄새가 버스 안까지 가득찬다. 문득 개발하여 유원지로 만들면 어떨까 하던 생각이 미치던 즈음 아니나 다를까 유원지가 나타나고 곧 버스는 터미널에 도착했다.
누사빈(nusaybin) 도시와 그 너머에 시리아 땅이 보인다.
“김군이 넘어갔던 그 땅” 시리아.
김군을 생각하니 또다시 가슴이 먹먹해진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으면 그 길을 택했을까? 우리 기성세대는 이에 대해 너무 무책임 하였다. 그리고 책임감에 그를 찾아 헤매던 얼마전 내 모습이 오버랩 된다.
경찰서에서 고초를 당하던 모습이 떠오르는 와중에 지금 내린 이곳에서도 군경의 경비가 삼엄하게 펼쳐진다.
도시로 진입은 꿈도 꾸지 못하고 버스를 알아보니, 버스는 있는데 기사들 면면이 ‘버스요금 흥정에 애 좀 먹겠구나’ 혼자 생각하고 다시 미드얏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탄다.
별 소득없이 왔다갔다 시간을 축내고 있다.
내일이면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호텔 로비에서 티비를 보는데 지즈레에서 터키군인 한명이 pkk에 의해 죽음을 당하였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후 필자는 체크아웃을 미루고 가벼운 복장으로 실로피를 다녀 오기로 결정한다.
생동감 있고 따스한 정이 흐르는 기사가 고맙기는 한데
조심해서 다녀야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