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 터키 지즈레,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Day 8: 누사빈과 미드얏 시장, 같은 신분·다른 처지

쌀쌀했지만 밤새 비내림으로 상쾌했던 아침. 에스텔(estel) 자미 앞에서
쌀쌀했지만 밤새 비내림으로 상쾌했던 아침. 에스텔(Estel) 자미 앞에서

[아시아엔=이신석 <아시아엔> 분쟁지역전문기자]

Day 8

괜찮아졌다.

아침부터 비바람이 몰아치는 몹시도 추운 아침이지만 화석연료를 난방에 사용하여 매캐하게 연기가 뒤덮는 도시의 아침보다는 상쾌했다.

전날?경찰서에서 잡혀가는 바람에 마음이 많이 피폐해졌지만 형사들에게서 얻은 정보도 꽤 있었다.

“지즈레는 이미 평정된 상태이며 곧 당신도 방문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PKK 청년들에겐 반갑지 않은 사실일 것이다. 특히 PKK는 자신들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애국청년이라 생각하기에 만약 테러리스트라 표현하면 당신의 신변은 보장할 수 없다.(이점에는 나도 동의한다. 카페 테라스에서 이미 겪은 바 아니던가) 그들이 아무리 선하고 순수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이 점에도 난 동의를 한다) 여기 이 누사빈(Nusaybin)엔 여러 세력이 모여들어 혼란스러운(kaos)상황이다.”

경찰들은 PKK나 IS, 이들을 지원하는 러시아 출신의 체첸, 다게스탄 그리고 발칸의 보스니아, 코소보, 알바니아인들이 모여들어 혼란하니 신변의 주의를 기울이라고 전한다. 또한 접경국 이란과 이라크의 스파이가 근교에서 대거 활동하고 있다는 정보도 제공해준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제의 고행이 아무런 소득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터키 경찰들을 통해 이러한 귀중한 정보를 얻게 되었고, 연행되며 올라탔던 경찰 장갑지프의 내부는 그간의 호기심을 덜게 해주었다.

외부에서 열쇠 없이는 열리지 않는 구조와 문짝이 무거운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때 장갑의 두께가 제법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안전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한다.

꽉 막혀보이는 외부와 달리 장갑지프 안에는 에어컨이 구비 되어 있었고, 최루성 연막탄과 휴대 및 편리한 AK소총이 총알이 장전된 상태도 비치되어 있었다. 지프의 상부는 자동소총 또는 기관총이 거치되어 방호 상태에서 화력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그야말로 소형장갑차의 형태를 갖춰놨다.

불에 반쯤 타버린 채 경찰서 앞에 세워진 경찰버스, 로켓포와 총격으로 인한 탄흔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찰서와 주변 건물들은 이 지역의 치안상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형사에게 연행 당하던 중이라 사진 촬영이 불가능했음이 아쉬운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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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운데)와 이 지역 주민들

이 지역 보통의 경찰들은 서구언론의 취재진을 만나면 대개 신경질적인 반응과 함께 너그러움을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오스만제국이 세계 1차대전에 패하고 국토는 연합국에게 의해 여러 갈래로 분리되었던 가슴 아픈 역사가 있었고 지금도 열강에 의해 받고 있는 불이익이 현재진행형이라는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있어선지 서구 열강의 기자들은 그들의 최일선 주구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2015년 12월초 지즈레에 통행금지가 내려지고 군경의 작전으로 전시상태에 돌입 하던 즈음, 많은 기자들이 지즈레에 몰려 들어 앞다투어 취재를 했으나 지즈레 시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들의 실상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대신 BBC로 대표되는 서방 언론의 보도는 획일적이었고 덕분이 이 곳의 참혹한 현실은 지구 어디에서나 한번쯤 일어났을 법한 ‘잊혀진 전쟁’으로 여겨졌다.

이 지역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는 이들은 그 많던 기자들이 취재해 간 것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고 분통 터뜨린다.

사라카야 시장의 참모가 쿠르드족 스커프를 두른 모습
사라카야 시장의 참모가 쿠르드족 스커프를 두른 모습

기자 역시 사라카야 누사빈 시장을 만났을때 그녀의 표정에서 이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리 반가워 하지 않는 첫 인상에 더해, 어디서 듣도 보지도 못한 언론인이 카메라를 들이대나 하는 표정이 순간 지나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때 기자는 쿠르드 전통문양의 스카프를 두른 시장의 여성참모의 스카프를 만지며 스카프가 주는 의미에 대한 존중을 보이며 여성참모를 집중적으로 찍어대자 사라카야 시장이 환한 웃음을 짓는다. 순간 기지가 발휘되던 찰나였다.

기자 또는 방송인들이 ‘전쟁패키지’ 즉 현지안전을 담보 받고 카메라맨과 운전기사를 동행시켜 기동력과 편안함까지 보장받는 분쟁지역 취재 행태가 아이러니하다. 이는 전쟁의 아픔을 겪는 지역민에게서 신뢰를 외면 받는 지름길일 뿐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의 취재만이 전쟁을 이해할 수 있으며, 지역민들과 아픔을 같이 할 때 옥고로 거듭날 수 있다.

어제의 아프지만 소중했던 경험을 머리 속에서 정리한 후 거리로 나왔다. 날이 어둑어둑 해지는데 경찰이 여기저기 도로와 거리를 통제하길래 무슨 일인가 카메라를 들고 갔더니 미드얏(Midyat) 시장의 일정 때문이란다. 경찰이 도열하고 호송하며 호들갑을 떤다. 누사빈 경찰은 시장을 경호하는 것이 아니라 감시를 했는데. 상반된 모습의 양 시장이 오버랩 된다.

현 미드얏 시장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한다. 씁쓸하다.

미드얏 시장의 행차. 누사빈 시장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미드얏 시장의 행차. 누사빈 시장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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