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근 칼럼] 담뱃값 인상분 이렇게 쓰자

[아시아엔=김명근 칼럼니스트/행복한한의원 원장] 중독이란 심리적, 육체적인 의존 때문에 벗어나려 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실험실의 쥐도 마찬가지다. 마약에 중독된 쥐는 끊임없이 마약을 원한다. 그런데 브루스 알렉산더라는 심리학자가 다른 생각을 했다. ‘내가 저 쥐들과 같은 환경에 처해있다면 나 역시 마약을 하고 싶어질 것’이라고. 그렇다. 쥐에게 사육상자란 포로수용소 수준의 환경이다. 그래서 그는 쥐 공원을 만들어 스트레스 없이 살게 해 주었다. 당분과 몰핀을 섞은 물과, 그냥 맹물의 두 종류를 공급했다. 쥐는 당분이라면 환장을 한다. 하지만 쥐 공원의 쥐들은 몰핀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반면 이웃 동네의 보통의 사육상자 속의 쥐들은 급격히 몰핀 중독에 빠져 들었다. 이번에는 쥐 공원의 쥐들을 강제로 중독을 시켰다. 맹물을 없애고 몰핀이 섞인 물만 공급을 한 것이다. 57일이 지나 쥐 들이 충분히 중독되었다고 판단될 때, 그는 다시 맹물과 몰핀 섞인 물을 동시에 주었다. 놀랍게도 쥐들은 금단증상으로 비틀대면서도 맹물만을 마셨다. 단 며칠 만에 쥐 공원의 쥐들은 스스로 중독에서 벗어났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정부의 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상황이 안 좋기는 했다. 미국이 남미에 대한 내정간섭을 강하게 하던 시절이다. 명분은 “남미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흘러 들어오는 마약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알렉산더의 연구를 인정하면 “어이, 미국! 당신네 국민들 환경이나 잘 보살펴”라는 주장에 할 말이 없어진다. 학계에서도 받아들이기를 꺼려했다. 어떤 현상의 원인이 여러 가지일 때 사람들은 그 중에 통제하기 가장 쉬운 것을 핵심원인으로 생각하고 싶어 한다. 사회적 스트레스의 감소보다는 마약의 공급을 통제하는 것이 쉽다. 악마 취급을 하기에도 스트레스를 주는 상사나 기성세대보다는 마약 공급상 쪽이 훨씬 편하다. 학자도 사람이다 보니 대중이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는 여전히 꺼린다. 해로우면서도 존재하는 것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러기에 학원폭력은 애정 결핍에 시달리는 아이를 줄이고, 경쟁을 줄여야만 해결되고, 도박중독을 줄이려면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담뱃값 인상이 국회를 통과했다. 의학적으로 흡연은 중독으로 분류된다. 중독을 다루는 일반론은 중독 대상에 최대한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라는 것이다. 그리 보면 말은 된다. 그런데 가격이 묘하다. 세수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즉 흡연율이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을 수준에서 결정이 되었다. 게다가 그렇게 얻어지는 세수를 모두 일반회계에 배당을 하겠단다.

흡연율을 줄이려면 더 좋은 방법이 있다. ‘담배의 효능’에 대한 연구부터 해야 한다. 흡연이 어떤 쾌락을 제공하며, 어떤 고통을 감소시키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러면 덜 해로우면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체재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에서 그런 연구는 힘들다. ‘담배의 효능’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순간 악마 추종자로 몰리기 때문이다. 정부라면 의심받지 않고 이런 연구를 할 수 있다. 이미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방법도 있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충분한 여가와 운동시간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금연 성공률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늘어나는 세수를 흡연연구, 근로환경 개선, 정신건강 증진의 목적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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