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근 칼럼]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금지, ‘고통과 공포’ 길러낼 뿐
사람이 행동하게 만드는 동기는 복잡하다. 하지만 크게 나누면 네 가지다. 모든 동물은 두 가지 동기에 따라 행동한다. 쾌락추구 동기와 고통회피 동기가 그것이다. 인간처럼 기억력이 뛰어나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는 동물은 약간 더 복잡하다. 아직 닥치지 않은 상황에도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망 동기와 공포 동기라는 두 가지 동기를 더 가진다.호기심 동기는 이 중 어떤 동기에 해당할까? 뇌 과학자들은 쾌락 동기에 속한다고 한다. 호기심을 느낄 때 뇌에서는 도파민 분비가 늘어난다. 주로 쾌락에 반응하는 물질이다. 인간은 호기심을 느끼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쾌락 동기는 희망 동기로 연결이 잘된다. 특히 호기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사람의 뇌에는 새로운 일에 적응을 해야 할 때 활성화 되는 전대상회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이라는 부분이 있다. 학습이 주로 호기심의 충족이라는 과정으로 이뤄지면 이 부분이 강화된다. 이 부분이 강화된 사람은 낙관적이 되고, 적극적이 되고, 희망에 더 잘 반응을 한다.

고통과 공포 역시 함께 묶인다. 공포 동기에 주로 반응하는 사람은 우측편도체(right amygdala)가 다른 사람보다 더 발달된다. 고통, 통증, 혐오 등에 주로 반응하는 영역이다. 시험에 대한 공포, 야단에 대한 걱정 등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책을 잡는 순간 우측편도체가 활성화되는 아이로 변해간다. 매사에 회피적이 되고, 적극성이 줄어들게 된다. 작은 고통도 견디기 힘들어 하는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것이 아니다. 고통과 공포에 계속 노출된 결과다.

한동안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이 불었다. 안녕들 하시냐는 질문은 내가 지금 안녕하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미래도 불투명하다. 주변 사람들도 안녕하지 못한 것 같다. 고통 동기, 공포 동기, 혹은 변형된 공포 동기인 불안 동기가 작동할만한 상황이다. 그런데 대자보를 써 붙인다. 상황을 논리적으로 성찰하겠다는 자세다. 공감을 나누자는 것이다. 미래를 바꿔보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안 하던 짓을 하는 것이다. 전대상회피질을 활성화시켜야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불안한 상황에서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것. 공감의 장을 만들어 상황의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 보자는 것. 훌륭한 자세다.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사회에 대한 성찰을 깊게 만들 수 있는 좋은 접근이다. 이러한 접근이 결국 면학으로 이어진다. 사람을 공부하게 만드는 것은 관심이다. 호기심이다. 프랑스 같은 나라는 ‘바칼로레아’라는 시험으로 그런 자세를 본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써 붙일 능력이 되는 아이가 대학 공부를 할 자격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교육부가 학생들이 대자보를 써 붙이는 것을 금지시키라는 지시를 교육감들에게 내렸다고 한다. 이유가 황당하다. 면학 분위기를 해치기 때문이란다. 어느 나라는 그런 대자보 쓸 수 있는 능력 있는 아이를 골라 공부시키겠다고 하고, 어느 나라는 그런 행동이 면학 분위기를 해치니 막아야 한다고 한다. 사회에 대한 관심도 없이, 고통회피 동기, 공포 동기에만 주로 반응하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목적일까? 6월이면 지방선거가 있다. 교육감도 다시 뽑는다. 그토록 황당한 비교육적인 지시에 대해 어느 교육감이 거부했는지, 어느 교육감이 순응했는지를 잘 기억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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