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근 칼럼] 최경환장관 ‘실패가능성’ 큰 이유는?

[아시아엔=김명근 행복한한의원 원장]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냉소적인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투자란 성공한 투기고, 투기란 실패한 투자”일 뿐일까? 굳이 학술적인 정의를 내린다면 투자란 고유가치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는 재화를 구입하여 정당한 가치를 되찾았을 때 파는 행위다. 반면 투기란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기준으로 재화를 사는 행위다. 그런데 고유가치라는 것이 문제다. 객관적인 고유가치라는 것이 있을까? 페라리 자동차를 생각해 보자. 운송수단으로서의 가치만 따진다면 절대 그 가격이 될 수 없다. 가격의 상당 부분은 신분증명 용도로 쓸 수 있다는 것에서 나오는 가치다. 예술품의 심미적 가치나 내 이름으로 등기가 된 집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의 가치도 마찬가지다. 쉽게 계산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가치란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평가한 평균값일 뿐이다. 그리고 그 구매의사는 심리적인 욕구의 반영이다.

이것이 투기를 둘러싼 가격 변동의 원인이다.

가격의 상승기에는 집단의존 심리가 작동한다. 모두가 다 같이 하면 안전한 것처럼 보이는 심리다. 이 심리의 배경에는 혹시 손해를 보게 되도 모두 같이 당하는 것은 마음이 덜 쓰리다는 무의식이 깔려 있다. 나 혼자 사지 않아서 뒤처지게 되면 나는 집단 내의 위치가 낮아진다. 하지만 모두 샀다가 모두 손해를 보면 집단 내의 내 위치는 변동이 없다. 물론 이런 것들을 머릿속에서 따지는 것이 아니다. 집단생활을 오래하면서 형성된 본능이다. 이성은 본능에 홀려 열심히 사야 할 이유를 찾게 된다. 결국은 너, 나 할 것 없이 투기의 대열에 참여하게 된다. 가격은 순식간에 폭등한다.

하락기가 되면 달라진다. ‘후회하고 싶지 않다’라는 심리가 작동된다. 그때까지 사지 않고 버텼던 사람들은 “봐라 내가 옳았지”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상승기에 나 혼자 뒤처지는 것이 아닐까 불안했던 마음에 대한 보상도 받고 싶다. 이성이 앞서 사지 않았든, 형편이 안 돼 사지 못했든 마찬가지다. 폭락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웬만큼 떨어져서는 절대 사지 않는다. 하지만 뒤늦게 투기에 뛰어든 사람들 역시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는 마찬가지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진 버티게 된다. 결국은 길고, 지루한 하락이 이어지게 된다.

새 경제팀이 들어선지 석달 째 되어간다. 새 경제팀은 부동산 경기침체가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이것이 경제침체의 주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은행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을 사라고 계속 풀무질을 해대고 있다. 부동산 침체가 경기 부진의 원인인지, 높은 부동산 가격이 경기 침체의 원인인지는 경제학 칼럼에서 다룰 일이지, 심리학 칼럼에서 다룰 내용은 아니다. 어쨌든 부동산이 적절한 가치보다 더 떨어졌다고 보는 사람들은 적절한 대책이라고 환영을 한다. 아직도 높다고 보는 사람들은 투기를 조장하는 짓이라고 욕을 한다. 투자 유도인지, 투기 조장인지를 정확히 판단할 방법은 없다. 외국의 사례 역시 참고자료일 뿐이다. 집에 대한 심리적 가치는 역사, 사회 보장 제도, 정부에 대한 신뢰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의 반응에 따라 사후 평가가 가능할 뿐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있다. 새 경제팀의 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분명하다. 집을 살 능력을 가지고도 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에 매우 강하게 묶여 있다. 확실한 바닥에 가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 자본주의가 도입된 이래 많은 정부가 시장의 흐름 자체를 뒤집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크게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인간은 심리적 동기에 많이 좌우된다는 것, 그것이 정부가 실패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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