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시선] “미국, 전쟁게임 넘어서라”

*한 주간 주요 이슈들에 대한 아시아 주요 언론의 사설을 요약 게재합니다.

태국 <Bangkok Post> (5월1일자 사설)

“자연재해 정책,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이번 주 태국에서 열린 제69회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를 주목해보자. 총회에서는?’자연재해’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제를 얘기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아태지역에서는 자연재해에 대비해 최근 몇년 사이 많은 훈련을 받아왔다. 2004년 발생한 쓰나미는 엄청난 자연재해에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줬다. 예방대책도 없었고, 쓰나미가 물러간 뒤 남은 사망자와 폐허, 혼란 속에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이후 태국 안다만해(Andaman sea)을 비롯한 모든 연안지역에 쓰나미 경고 시스템이 설치됐다. 또한 태국은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높은 시민정신을 보여줬다. 2011년 발생한 홍수와 쓰나미, 화재, 붕괴사고 등에서도 태국인들은 몸소 희생자 지원에 동참했다.

하지만 재해가 미리 예정돼 있던 것도 아니고 여전히 미진한 것도 많다. 쓰나미에서 나타났던 실수들을 점검했으면서도 재해 전문가들과 관료들은 또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정부는 쓰나미에 대비해 지역마다 재해 예방 대책을 만들어뒀지만 홍수나 화재, 붕괴사고 등 다른 많은 자연재해들에 대해서는 사전이나 사후에 어떤 대책도 없었다.

Escap 총회를 이끌고 있는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 노엘린 헤이저(Noeleen Heyzer) 사무부총장은 좀더 강력한 재해 대책과?관리, 책임을 강조했다. 아태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지난 10년간 태풍에서부터 금융위기까지 각종 재해로 모두 80만명의 사람들이 숨지고 250만명이 다쳤다.

지난 주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건물 붕괴에서는 380명 이상이 숨졌는데, 그들 대부분은 가난한 여성들이었다. 공장주는 잡혔지만 헤이저 부사무총장은 건물 인허가에 책임있는 지역 관료들까지 더 많은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을 더 크게 지울수록 재해도 그만큼 더 예방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아유타야(Ayutthaya)에서 현수교가 무너져 4명이 숨지고 많은 사람들이 다쳤는데, 정부당국은 구조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것은 명백히 관리 책임이다. 현수교를 그대로 내버려둬 사람들이 지나가도록 만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 책임자가 누구든 법으로 처벌해야 다른 지역에 있는 또 다른 부실 구조물들도 수리를 하거나 폐쇄시키거나 하는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다.

최근 파타야에서는 쾌속정 2대가 부딪히는 사고로 한국 관광객 2명이 크게 다쳤다. 선박 운전자는 벌금형에 처해질텐데, 선박운송을 담당하는 관료는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헤이저 사무부총장은 정부당국이 지역의 각종 재해들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 있을지 모를 자연재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례 Escap 총회는 사실 재미가 없는 편인데, 자연재해에 관한 이번 주제는 관계자들이 꼭 한번 주목할 만하다.

UAE <Khaleej Times> (5월1일자 사설)

“미국은 ‘전쟁게임’을 넘어서야 한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인 독수리연습(Foal Eagle)이 끝나면서, 한국과 미국은 호전적인 북한이 경계를 늦추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착각이다. 환태평양지역을 둘러싼 ‘불안한 화해’는 지역의 평화를 지속시켜 나가는 기준이 아니다. 한껏 고조된 긴장 속에서 벌어진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북한을 스탈린주의 정권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이는 일본이나 대서양까지도 위협하는 일이었다. 1만여 미군과 한국군이 참여한 이번 훈련은 북한을 자극했다.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이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두 나라는 최근 한국에 가해지는 공격은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의 합의 문서에 서명한 바 있다.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힘을 과시하는 것은 공산주의 국가가 의도를 갖고 행동하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다. 즉 무력이나 강요에 의존하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북한은 두달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위험하다. 오히려 막판까지 와서 미사일을 장착하고 경계를 높이며 새로운 테러를 감행해 왔다. 미국이 군사훈련을 연기했다면 김정은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전쟁게임’을 통해 이웃나라들에 존재감을 높이고 한반도 영해에 군함을 더 가까이 배치하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북한 <로동신문>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한반도 핵전쟁을 부추기는 ‘공격 훈련’이라고 설명한 이유다.

백악관은 북한이 이런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북한 정권에 다가설 만한 뭔가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군사훈련은 한미동맹의 일환이며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는 미국의 사고방식은 북한이 숨은 의미를 너무 많이 읽어내기 시작하면 정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한미연합훈련은 미국 입장만 생각하다가 오히려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말레이시아? <New Straits Times> (4월 29일 사설)

“유권자의 자각과 다수의 목소리가 루머를 약화시킨다”

말레이시아 13대 총선(5월5일)을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가 근거 없는 소문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일부 노년층 유권자는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속아 왼쪽 검지에 잉크를 발랐고, 선거 당일 투표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는 주장에 대해 선관위는 선거 때 사용할 잉크는 특별할 뿐 아니라 철저한 보안 속에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위원회는 이미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위조 수법에 대한 대응 교육을 마쳤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투표에 참여했다는 표시로 유권자의 왼쪽 검지에 검정 잉크를 바른다.

투표 당일 사바(Sabah)와 사와라크(Sawarak)에서 외국인들이 특별 수송기를 타고 와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위원회는 이들이 귀화한 말레이시아인일 것이며, 만약 수상한 사람이 있다면 경찰이 제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니봉 테발(Nibong Tebal) 지역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과 같은 어리석은 일을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위원회는 선거관련 사기에 대한 모든 대응 방법을 마련하고 있고, 그것이 루머에 불과하더라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불합리한 상황일수록 유권자로서의 권리와 선거 과정 그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높아질 것이다. 정당, 시민단체 등은 유권자가 적절한 교육을 받고 당국의 진행에 따르도록 힘써야 한다. 결국 위원회와 경찰 등 13대 총선의 성공적 진행에 관계된 사람들 역시 우리와 같은 소망을 공유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국민이다.

필리핀?<Philippine Daily Inquirer> (5월 1일자 사설)

“여전히 일자리가 없다”

필리핀의 최대 문제는 높은 실업률이다. 2013년 1월 기준, 실직자는 289만명, 능력 이하의 일을 하는 사람은 793만 4000명에 달한다. 이 중 41.8%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운 좋게 직장을 구하더라도 임금이 터무니없이 낮다. 마닐라에서 하루 최저 임금은 456페소(약 11달러, 1달러=41.1페소)로 정해져 있지만 6인 가족의 하루 생활을 위해서는 최저 임금의 거의 3배에 달하는 1200페소가 필요하다. 오락비, 의료비 등은 제외하고 말이다.

게다가 대규모 쇼핑몰, 패스트푸트 체인점을 포함한 많은 회사들은 6개월 이상 근무한 직원은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법적 규제를 피하고자 6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는 관행이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이런 관행에 대한 제재를 서두를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노동단체들은 하루 최저 임금 85페소 인상을 요구하는 청원을 제출했지만 노동절인 오늘, 대통령궁은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해 정부가 다른 형태로 비금전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국가 수입 중 50%가 소수에게 집중되고 6%가 극빈층인 하위 20%에게 돌아가는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 중 하나다. 사실상 전례 없는 부를 창출한 모든 근로자들에 대한 고려는 뒤로 한 채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에게 거대한 위험이 될 뿐이다.

대만 <The China Post> (4월 30일 사설)

“감시자와 감시 당하는 자”

대만의 지하철에서 일어난 한 남녀의 짙은 애정행각(오럴섹스) 동영상이 페이스북에 올랐다. 홍콩 관광객이 올린 그 영상은 하루 동안 1만여 명에게 퍼졌다. 다음날 이 소식은 지역신문의 1면을 장식했고 경찰에 접수됐다. 소셜미디어의 위력이다.

4월 13일 ‘이손 A1’이란 닉네임의 청년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좋아요(likes)’ 50만 클릭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결혼을 반대하는 여자 친구 아버지가 이를 충족할 경우 승낙을 해준다는 대화 내용을 캡처해 첨부했다. 그의 청원은 곧 퍼져 나갔고, 한 유명 포럼사이트에까지 올라가 불가능해 보였던 ‘좋아요’ 50만 히트를 달성했다. 그는 유명인사가 됐고 미래의 장인어른은 승낙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최근 ‘좋아요’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람들은 ‘좋아요’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여러 이색 도전을 약속한다.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사람들의 독립심이 결여되고 의존화 돼가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가 놓친 부분은 미디어노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줄고 대중들이 스타가 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졌다는 사실이다.

스마트폰의 확산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곳에 늘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나라에서는 모든 사람이 잠재적 기자(혹은 파라라조) 또는 잠재적 타깃이 될 수 있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사람들은 사적, 공적영역의 경계가 흐릿하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클릭을 바라는 이들은 유명인이 되고 싶다는 욕망뿐 아니라 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스마트폰을 통한 확산은 사소하고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혁명의 함축된 의미를 읽어 소셜미디어의 잠재적 이익과 해를 분별해야 한다.

파키스탄 <The Nation> (5월 2일 사설)?

“투표권 없는 해외 파키스탄인”????

450만 국외 파키스탄인들의 투표권 획득 노력이 좌절됐다. 이들은 5월11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투표권을 얻지 못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국외인들의 총선 투표 거절 이후 이므란 칸 야당 후보?등이 올린 청원에 대해 대법원은 약식 명령을 내렸다. 대법원은 선관위가 17조 조항에 의거해 국외인들의 투표권 실현을 위해 노력하라고 했으며 선관위는 이번 총선 후 국외인들의 투표가 가능하도록?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경제에서 국외 파키스탄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이들이 송금하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해외 파키스탄인들은 되돌아와 살 모국과 그 곳 동료들의 삶에 늘 관심이 많다. 첨단 시대에 국외자들을 위한 투표 시스템 하나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선거분야가 뒤쳐진 데에는 파키스탄 전반에 퍼진 관료사회의 후진성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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