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Arms Market] 무기구매 큰손들, 이제 ‘수출’도 한다

중국 5대 수출국 진입…터키·한국·인도 약진

세계 무기시장의 최대 고객은 단연 아시아다. 인도, 중국, 파키스탄, 한국 등이 전통적인 무기수입 큰손이다. 그런데 이들 나라가 방위산업을 키워 수출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의 주요 무기구매 국가들이 대거 무기 수출국으로 바뀌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평화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SIPRI)의 2013년 백서에 따르면 2008~2012년 5년 간 세계 무기수입 상위 10개국 가운데 아시아가 5개국(인도, 중국, 파키스탄, 한국, 싱가포르), 중동·아프리카가 3개국(알제리,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모두 8개국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무기거래 통계에 관한 한 지리적 구분에 따라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중동을 한 지역으로 묶기보다 아시아·오세아니아와 중동 지역으로 나눠 분석하기도 한다.

한국 방산수출 5년 새 10배 늘어

세계 무기수출국은 미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 전통적 방위산업 강국이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무기수입 1~2위를 다퉈온 중국이 영국을 제치고 5대 수출국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이들 상위 5개 수출국이 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이 최근 무기수출을 급격히 늘려 방위산업 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5년 통계에서는 10위에 그쳤지만, 이스라엘은 2009년 무기·방산장비를 70억 달러어치 수출한 데 이어 2012년 한 해 동안 70억 달러 판매고를 달성했다. 이는 세계 4~6위에 해당하는 방산수출 실적이다. (이스라엘 2013. 1.10. 보도)

한국의 경우 2003~2012년 10년 기간 중 변함없이 무기수입국 4위, 세계 무기수입액 점유율 5%선을 유지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한국도 최근 몇 년 사이 방위산업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출품목이 잠수함·수상함·훈련기 등 고액 장비로 바뀌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방산 수출액은 2009년 11억6600만 달러, 2010년 11억800만 달러에서 2011년엔 23억8200만 달러로 2배 가량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23억5300만 달러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006년 2억5000만 달러에 비하면 5년 사이 10배나 늘어난 셈이다. 수출 대상국은 2006년 47개국에서 지난해 74개국으로 늘어났다. 수출업체는 2006년 47개 업체가 321개 품목을 수출했지만 지난해엔 116개 업체가 2532개 품목을 수출하는 등 큰 폭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뤘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방산 수출이 3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아가 2017년에는 70억 달러 무기·방산장비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중 T-50 초음속훈련기 24대(11억 달러)를 이라크에, FA-50 경전투기 12대(4억5000만 달러)를 필리핀에, 기뢰 제거용 소해함 8척(5억 달러)을 인도에 각각 수출할 가능성이 높다.

터키는 최근 한국의 XK-2 흑표 전차 기술을 전수받아 개발한 알타이 전차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키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또 인도네시아와 중형탱크 공동 개발에 합의하는 등 방산 수출에 힘을 쏟고 있다. SIPRI 통계에 따르면 터키의 2012년 방산수출은 12억6200만 달러로 그 해 세계 5위였다.

이처럼 종래 무기수입국들이 자국의 방위산업을 발전시켜 수출대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 글로벌 무기시장의 새로운 흐름이다. 그것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고가의 무기체계를 도입할 때 수출국이 수입국의 관련 품목을 일정 부분 대응 수입해주는 절충교역(offset trade)과 기술이전이 필수 요건처럼 돼있는 현실이 있다. 중국, 한국, 인도 등 아시아 산업국은 첨단 군사기술을 이전 받아 수출기반을 조성했다. 한국이 1992년 독일로부터 209급 공격잠수함을 들여와 일부 자체 건조한 뒤 습득한 기술로 인도네시아에 209급 잠수함 3척을 11억 달러에 수출하기로 한 것이 그 좋은 예다.

유럽 “방위산업도 비즈니스”

글로벌 무기시장은 아시아 구매국들이 수입을 늘리는 추세 속에 공급은 미국과 러시아, 독일·프랑스·영국·스페인 등 EU의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무기시장을 경제적으로 분석하자면 EU 가입국들을 개별 국가로 취급하는 것이 옳겠지만 국제안보 차원에서는 EU라는 큰 틀로 묶어서 보는 것이 타당하다. 3자 구도는 결국 전 세계에서 어느 나라가 국방비를 많이 쓰고 있느냐는 서열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세계 15대 국방비 지출국 표 참조)

미국은 단독으로 전 세계 국방비의 39%(2012년 기준)를 지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2위 이하 국가를 모두 합쳐도 미국의 국방비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군사력을 건설·유지·운용해왔다. 그러나 지난 2~3년 전부터 중국이 급속히 군비를 증강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물론 중국의 군사력은 건설 초기단계에 불과해 군사적으로 미국의 진정한 적수가 되기에는 크게 못 미친다.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의 군비증강 속도에 주목하며 내심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때마침 미국 국방부는 엄청난 재정적자에 따른 예산 자동삭감(sequester)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다. 미국은 고가·고품질 장비와 비싼 인건비 등 원천적 소요 비용이 높은 데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비 등의 부담을 안고 있기도 하다.

러시아는 국방비에서 중국에 추월 당한 지 오래지만 무기체계에 관한 한 미국에 버금가는 기술수준과 실전능력을 자랑한다. 사실 중국의 최신형 무기는 대부분 러시아제 무기를 들여다 그대로 베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이 무기 몇 대 수입해 곧바로 복제본을 만들어도 내놓고 항의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잠재적국인 미국을 겨냥해 중국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데다 최대 무기 수입국인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세계 전역에 무기체계를 수출해 2012년 점유율 26%로 미국(30%)을 바짝 뒤좇고 있다. 러시아제 무기는 미국제나 EU제에 비해 성능 면에서 대등 또는 능가하는 수준이면서 가격은 반값에 불과해 비용대비 효과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항공기와 대공 미사일 등 첨단 무기체계는 초기 도입가격이 저렴한 데 비해 유지·운용비가 미국·EU 것에 비해 훨씬 높고 수명이 짧아 경제성이 높은 것만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소련 해체 이후 공산권 동맹국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미국의 동맹국이나 영향권 아래 있는 나라들은 호환성 등의 이유로 러시아제 무기 도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EU는 아시아 무기시장의 주요 공급역할을 맡고 있다. 2012년 독일·프랑스·영국·스페인·이탈리아 등 EU 5개국의 무기 수출은 세계시장 22%를 차지할 정도로 활발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점유율에 상당한 근접한 수치다. EU 무기수출의 가장 큰 특징은 방산기술 이전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올해 취역식을 가진 한국의 수리온 헬리콥터가 한 예다. 한국우주항공(KAI)은 2006년 유럽 에어버스사의 자회사인 유로콥터와 퓨마헬리콥터를 기반으로 한 기동헬기 개발계약을 맺었다. 유로콥터 관계자에 따르면 수리온 헬기는 80% 한국 기술진에 의해 재설계된 8.5t급 신형 헬리콥터다. 한국은 최근 유럽에서 사정거리 500㎞의 타우러스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이 동급 재즘(JASSM)미사일 수출승인을 2008년 이래 계속 미뤄왔기 때문이다.

일본 무기개발능력, 중국 한수 위

최근 한국의 KF-X3 입찰에서 유럽은 유로파이터의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한국을 공동생산국으로 영입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한국의 한국형 차기전투기사업(KFX)에서 유럽이 파트너로 결정되면 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전투기 개발계획이 없는 EU국가들이 보조 공격기로 KFX기를 수입·운용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우에 따라 유럽국가들이 한국산 비행기를 수입해 운용하는 광경을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런 자세는 유럽이 방위산업을 군사안보 차원보다는 주로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시아 무기시장의 ‘초신성’은 역시 중국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군사기술과 무기체계를 러시아에 의존해 왔다. 지난해 9월 취역한 항공모함 랴오닝호는 러시아의 바랴크를 우크라이나를 거쳐 인수해 개조한 것이다. 중국은 현재 독자 기술로 베이징급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있지만, 사출기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인 인공위성 발사 성공으로 입증된 우주항공 분야 기술을 바탕으로 J-20과 J-30 등 스텔스 전투기 독자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무기수출의 최대 고객은 전통적으로 파키스탄이다. 최근 들어 수출 대상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은 경제총량으로 일본을 능가하고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국가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도 일본을 압도한다고 판단하고 미국을 근해지역과 연해지역에서 견제할 만한 해·공군력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력이 일본을 앞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육군력이나 핵탄도 미사일 전력은 당연히 중국이 일본을 누를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센카쿠열도 근해에서 중국과 일본 간 해상전투가 벌어진다면 일본이 우세하다는 것이 러시아 전문가들의 평가다. 발진기지가 가까운데다 해군력은 일본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일본을 눌렀다고 확실히 자신할 때까지 ‘건함 드라이브’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염가무기 상당량 비공식 거래

일본이 자체 군사기술을 개발해 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본은 언제라도 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는 로켓을 개발해 성공적으로 발사해왔다. 또 F-4 팬텀을 면허생산한 데 이어 1970년대 자체 개발한 미쓰비시 F-1의 후속기로 미쓰비시 F-2를 생산했다. 2차 대전 당시 세계 최고 잠수함 건조기술을 자부하던 전통을 살려 해상자위대는 현재 4200t급 소류급을 비롯한 잠수함 21척을 국내 생산·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평화헌법에 따라 스스로 무기수출을 자제하고 있지만 무기개발 능력은 중국보다 한수 위라는 것인 일반적인 평가다.

정리하자면 글로벌 무기시장은 수직적 구조를 갖고 있다. 맨 꼭대기에 미국·러시아·EU 등 3대 무기수출국이 첨단 군사기술을 독점하고 동맹국과 중립성향 국가들에게 무기를 팔고 있다. 미국의 경우 FMS(Foreign Military Sales)라는 무기공급체계를 수립해 외국 정부가 미국 정부 구입가로 무기를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대신 기술이전 허가 등에서 각종 제한을 가하고 있다. 또 각국을 FMS등급으로 나눠 공급무기 수준과 시기 등에 차별적 대우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범주엔 중국과 한국, 일본과 인도, 터키와 이란, 우크라이나 등 일정한 정도의 자체 무기개발 능력을 가진 나라들이 속한다. 이들 국가는 종종 대규모 무기 수입국인 동시에 최근 늘어나고 있는 신흥 무기수출국이기도 하다(일본과 이란 제외).

셋째 그룹은 사우디아리비아,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파키스탄 등 대규모 무기 수입국이지만 자체 개발능력은 아직 갖추지 못한 나라들이다. 호주와 캐나다의 경우는 산업수준을 갖추기는 했지만 경제성과 정책성향 등의 문제로 주로 무기를 수입할 뿐 수출은 하지 않는다.

나머지 나라들은 나름대로 국방비를 쓰고 있지만 위 그룹에는 속하지 않는 순수 무기수입국이다. 다만 수입규모가 작거나 무상 군사원조에 의존하기 때문에 무기거래 차원에서는 존재가 부각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이집트의 경우 매해 미국으로부터 10억 달러 이상 군사원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상업적 교역 기반 무기체계 수입은 거의 없다. 그 외 남미, 아프리카 국가들은 소화기와 공용화기 등을 중심으로 소규모 무기 수입을 한다. 북한은 이런 나라들을 대상으로 염가 무기를 상당량 수출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 거래여서 정확한 실상은 베일에 싸여 있다.

아시아 무기시장은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 남북한 군사적 대치, 중국과 베트남·필리핀 간 해상분쟁, 태국과 캄보디아 분쟁,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분쟁, 중동의 각종 갈등과 분쟁이 지속되는 한 확대의 길을 걸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가까운 미래에 아시아 각국에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위기가 재발하지 않는다면 무기교역 확대와 증폭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시아에 지역별 평화안보체제가 도입돼 군사력 경쟁 필요성이 줄어들고 무기시장에 파리 날리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평화에 기회를 주라(Give Peace a Chance!)’는 말이 절실한 시절이다.

One comment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