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방산개혁? 이회창 율곡감사가 ‘타산지석’

감사원이 국방부, 방위사업청(방사청), 기술품질원(기품원)을 포함하여 방위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를 벌인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방위사업청을 국방부 외청으로 두는 것이 타당한가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재검토가 이루어진다면 의의가 있겠다. 그러나 기존의 감사와 같은 수준과 방법으로 이루어진다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기품원은 원래 국방품질관리소인데,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방산업체에 대한 감리를 맡은 기관이다. 이처럼 방사청 자체의 감리기관이 있는데도 이 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면 감사원 감사는 이를 넘어서는 전문성 있는 감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감사원이 이만큼의 전문성이 있는가?

방산업무에 대해서는 현재도 감사원의 상시감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새삼스럽게 감사를 벌이다면 지금까지의 차원과 방법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인데 감사 방법 자체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감사원의 기능은 회계감사와 공무원의 감찰이 주업무이며 법령과 규정에 어긋나는지를 살핀다. 이런 방법으로는 정책차원의 감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미 국방부가 객관적 위치에서 전체를 보고 있는 감사관(comptroller)을 중시하는 연유와 운용방법을 잘 보아야 한다. 그는 국방부에서 합동참모본부에 맞서 절약과 효율성이라는 민간인의 요구를 대변하는 탁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이란 콘트라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된 안보와 정보기관을 개혁하기 위해 가동시킨 타워특별위원회(Tower Commission)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타워 상원의원은 안보나 정보 전문가로서 위원장에 기용된 것이 아니다. 이 종류의 특별 사문위원회를 이끌기에 적합한 자질과 경험을 갖추었다고 보았기 때문에 발탁된 것이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지도자급 인재는 흔하지 않다. 그는 무엇보다도 먼저 공정해야(impartial)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배나 활동분야에 있어 현직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도 문제를 전반적으로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론적, 논리적으로 탁월하여 참여자들을 주도하여야 하고, 국방부에 버금가는 조직을 움직여본 경험을 가지면 좋다.

우리는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창설멤버로 통신혁명을 주도한 오명 박사 같은 지도자를 꼽을 수 있겠다. K-1전차나 K-2소총 등이 성능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은 혹시 너무 완전국산화에 매였던 때문은 아닌지? 발전에는 다그칠 수 있는 것이 있고, 아무리해도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우리의 산업화 수준은 표준화된, 대량생산에 대해서는 거의 선진국을 쫓아왔다. 그러나 이것으로 되지 않는, 연륜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영국, 독일, 스위스 등의 수백년 역사를 가진 중소기업 중에는 우리가 아직도 따라가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스스로 터득해야지 남이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백년 앞서 근대화를 시작한 일본을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은 이 부분이다. 일본은 중소기업에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나오는 나라다.

국산화 달성 의욕에 쫓기지 말고 하나하나 기본을 배우고 익혀나가는 겸손이 중요하다. 국방 각 분야에 나름대로 길러진 전문가가 있다. 이들을 존중하고 잘 엮어야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1993년 이회창 감사원장의 율곡감사가 왜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疋)이 되었던가를 깊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현실에서는 경험이 진리와 진실을 검증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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