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Arms Market] 동아시아 각국이 ‘잠수함’에 목 매는 이유

한국해군의 214급 1800t 디젤 잠수함 안중근함. 공기불요장치를 탑재해 수중에서 2주간 작전수행이 가능하다. <사진=해군>

중국 해군력 팽창 맞서 ‘비대칭 무기’ 증강 사력

중국은 지난해 8월 항공모함 바랴크를 띄워 위풍당당하게 항해하고 있다. 일본도 이에 뒤질세라 헬기 항모와 최신형 잠수함, 이지스함으로 중무장해나가고 있다. 대한민국과 바다를 맞댄 일본과 중국은 세계 2, 3위 해양강국으로 한국 해군력의 3∼4배나 된다.

이런 현실 속에 동아시아 각국이 왜 잠수함에 결사적으로 매달리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천안함 폭침에서도 확인됐듯이 잠수함은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비대칭 무기’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각국은 상대 국가의 잠수함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잠수함 도입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잠수함의 위력은 영국이 어뢰 두 방으로 아르헨티나의 1만3000t급 순양함을 침몰시킴으로써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한 포클랜드 전쟁에서 잘 드러났다. 미국 해군잡지 은 “잠수함은 그 어떤 세력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고 했다. ‘바닷속 스나이퍼’라 불리는 잠수함은 기밀성과 은닉성을 기반으로 해상 세력의 절대강자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국가 가운데 동아시아 지역은 잠수함 도입이 가장 활발한 곳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러시아 은 10월3일 러시아가 베트남에 잠수함 6척을 32억 달러(약 3조8000억 원)에 판매하기로 했으며, 이는 러시아 해군 장비 수출사상 최대 액수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조선소에서 매년 1척씩 건조해 베트남에 인도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그동안 10여 년 전에 북한에서 도입한 유고급 잠수정(85t) 2척을 운용하고 있어, 킬로급 잠수함(약 3000t)을 도입하게 되면 수중 전력이 크게 ‘업그레이드’ 된다.

베트남이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잠수함 도입에 나선 것은 중국의 잠수함 전력 증강 때문이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파라셀(西沙)·스프래틀리(南沙) 군도를 놓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해역은 석유부존 가능성이 매우 높아 양국이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당할 수 없는 베트남은 비대칭 무기인 잠수함을 도입해 중국의 군사력 사용을 저지하겠다는 계산이다. 중국도 잠수함 증강을 서두르는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해외 물동량의 팽창으로 이를 보호할 해군 전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서해-동중국해, 남중국해를 이용한 중국의 항로는 대양으로 나가기 이전에 인근 국가에 노출되는 약점을 안고 있다. 결국 은밀성 측면에서 잠수함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군사전문 인터넷 사이트 ‘글로벌 시큐리티’에 따르면 중국 잠수함은 1995년 48척, 2005년 55척, 2010년 63척에 이르고 2025년 78척으로 대폭 증강된다고 한다. 결국 중국은 남중국해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으며 하이난다오(海南島)에 잠수함 기지를 건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는 앞서 말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필리핀·브루나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자극하고 있다.

베트남 해군이 구입한 러시아제 잠수함(킬로급). 크루즈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사진=AP>

해상 세력의 절대강자, 바닷속 스나이퍼

말레이시아는 2009년에 프랑스와 스페인이 공동 개발한 최신형 스콜핀 잠수함 2척을 작전 배치했다. 인도네시아도 킬로급 잠수함 4척과 라다급 잠수함 2척을 러시아로부터 구입하려 했으나 경제위기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209급 잠수함을 한국으로부터 구입하기로 결정함으로서 경쟁 대열에 서게 됐다. 한국 잠수함 도입 배경에는 한국 해군의 탁월한 잠수함 운영능력이 뒷받침됐다. 한국 해군은 1992년 세계에서 43번째로 늦게 잠수함을 본격 운용하기 시작했지만, 21년간 무사고 운용, 지구를 204바퀴를 도는 거리인 150만 마일을 잠항 항해한 신기록을 달성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에서 처음으로 공기불요추진(AIP) 체계를 갖춘 스웨덴제 잠수함 2척을 2009년에 인도받았다. 태국도 항공모함 확보에 이어 예산 사정으로 미루고 있지만, 잠수함을 보유하려고 서두르고 있다. 남태평양 지역에서 안정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는 현재 6척의 콜린스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지만, 야심찬 잠수함 증강 계획을 갖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오는 2025년까지 해군 현대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크루즈 미사일을 탑재한 최신 잠수함 25척을 보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부다비 방위산업박람회에 전시된 러시아산 아무르1650 잠수함 모형 <사진=신화사>

일본은 2000t급 이상 잠수함 16척을 작전 배치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잠수함을 증강하지 않는 대신 매년 신형 잠수함 1척을 건조하고 있다. 퇴역 잠수함의 보관과 신형 잠수함의 기술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12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은 2025년까지 26척으로 늘릴 계획이며, 타이완도 2001년 미국에서 도입 계획이 실패했지만 자국 생산 등을 모색하고 있다.

냉전 이후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잠수함 세력은 대부분 철수했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퇴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도 있었다. 2006년 10월 26일 중국의 쑹급 잠수함이 오키나와 해상에서 작전 중인 미국 항공모함 키티호크에 5마일(9㎞)까지 접근해 떠올랐다. 10여 척의 호위함에 둘러싸였지만 대잠 경계망에 탐지되지 않았던 것이다.

남중국해 바다 속 힘의 공백에 손을 뻗히는 중국. 중동~인도양~말라카 해협~동남아시아~태평양을 잇는 수송로와 바다에 전략적 이해관계를 걸고 있는 나라들에게 중국 잠수함은 엄청난 위협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세력균형 변화에 대응하고자 동아시아 각국은 ‘비대칭 무기의 꽃’인 잠수함의 도입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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