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Arms Market] 중국이 열쇠 쥔 남동중국해 안보 ‘격랑’
중 열도선-미 방위선 겹쳐…충돌 가능성 상존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분쟁이 심상치 않다. 남중국해에서는 난사군도·서사군도 영유권, 석유·천연가스 개발을 둘러싸고 베트남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중국 간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해양 권익이 대만·티베트 문제와 같은 주권·영토 관계 핵심 이익이며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선언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두 해역은 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이며 중요한 해상교통로다. 따라서 어느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장악하면 군사충돌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이 해역은 미국의 아시아 방위선과 중국의 해역확대 계획인 ‘열도(列島)선’ 전략이 만나는 곳이다.
여기서 중국의 열도선 전략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오쩌둥 시대까지 중국은 인민전쟁 전략이었다. 광활한 국토로 적을 끌어들여 싸우는 게릴라전으로 베트남 전쟁과 같은 형태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자국을 전장화하는 인민전쟁 전략은 세계적 추세에 대응할 수 없다면서 당시 최고실력자 덩샤오핑의 지시로 국토 밖에서 적을 맞아 싸우는 적극방위 전략으로 바꿨다.
덩샤오핑의 전략개념을 해군 총사령관이던 류화칭이 바다에 적용해 전장을 해양으로 확대했다. 그는 1980년대 중반 근해 적극방위 전략을 제창함으로써 해군의 방위범위를 외양(外洋)으로 넓혀가기 시작했다. 남중국해·동중국해역에서 활발해진 중국 해군의 활동은 이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작전해역 중 근해의 범위는 쿠릴열도를 시작으로 일본에서 대만, 필리핀, 말라카해협에 이르는 제1열도선이며, 외양의 범위는 오가사와라, 괌, 사이판, 파푸아뉴기니를 연결하는 제2열도선이다.
중국 국방대학 전략연구소장 양이(楊毅)가 최근 “중국의 해양진출은 필연이며 어떤 포위망도 중국의 해군활동을 방해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미뤄 ‘제1열도선 전략’은 완성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어 2020년을 목표로 한 ‘제2열도선 전략’이 수립돼 그에 따른 군사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미, 중국에 목책(hedge) 둘러 행동제한
중국의 항공모함 건조나 대함 탄도미사일 개발 등은 본격적인 해양진출 포석이다. 결국 미래 어느 시점에서는 중국이 태평양 미 해군에 도전하는 구도가 될 수 있다. 두 나라의 중첩된 방위선 안에 한반도, 대만, 동중국해, 센카쿠열도, 남중국해 등 분쟁요소가 잠재돼 있다.
그러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은 어떨까. 미국의 대중 전략은 협력과 경쟁이 기본을 이루고 있다. 중국을 둘러싸는 목책을 뜻하는 ‘헤지(hedge)’가 그 키워드다. 중국을 적국은 아니지만 잠재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고 ‘책임 있는 이해당사국(responsible stakeholder)’으로 간주하되 협력이 불가능할 경우는 경쟁한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까지 대중정책의 비중은 ‘헤지’에 주어졌으며, 헤지를 위하여 한미일 공조, 호주·일본을 고리로 한 해양세력화를 중시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중관계는 ‘G2체제’ 확립과 ‘전략적 재보험(Strategic Reassurance)’으로 선회했다. 전략적 재보험은 중국의 부상(China-rising)을 인정하되 타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고 이를 ‘상호확인’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권은 중국의 지역패권을 인정하는 대신 미국의 기득권도 인정하는 ‘공존관계’를 제시했다.
왜 이 시점에서 중국과의 ‘G2’ ‘공존’이라는 협력방안이 나왔을까. 바로 수렁으로 빠져든 아프간전쟁과 악화된 미국경제 때문이다. 2010년 당시 아프간 전황은 점점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고 2010회계연도 재정적자는 사상 최악인 1조4710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은 독자적인 국제질서유지에 한계를 느끼게 된 셈이다.
고래싸움에 새우 춤출 ‘중심’ 갖춰야
최근 국제정치학계에선 권력이동(power-shift)이론으로 미중 충돌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국가 간 힘의 균형이 급격하게 변할 경우에 국제관계가 불안해져 전쟁이 일어나기 쉽다는 것이다. 약해지고 있는 패권국에 다른 강대국이 도전함으로써 전쟁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부상해도 세계패권국 조건을 만족하지는 못한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패권국이 되기 어렵다.(George Modelski) 또한 미·중은 상호 경제의존도가 깊다. 군사충돌은 많은 손실이 따르므로 가능한 한 삼갈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오인, 즉 상대국에 대한 정보, 국제정세를 잘못 읽어 발생할 수 있다. 내륙에서 외양으로 전장범위를 확대해 미국의 작전영역까지 파고든 중미 충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한편 경제대국 일본은 중국에게 2위 자리를 빼앗기자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자’는 보수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아베를 다시 전선에 투입했다. 헌법개정을 서둘고 있으며 자위대 해병화, 태평양안전방위조약(ANZUS), 미일동맹을 통한 해양세력 결집, 중국 포위외교로 중국과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안보상황에서 한국은 고래싸움에 새우 춤출 정도의 중심이 필요하다. 중층적 안보(overlapping security) 개념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정부는 두드러지게 중국에 다가서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6·25전쟁 이전 주한미군을 떠나보내면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주한미군을 떠나보내지만 일본의 미군은 빼지 마소. 만약에 빼면 일본 군국주의가 부활하거나 소련과의 동맹으로 한국은 북과 남의 협공을 받을 처지가 됩니다.”
박근혜 정부는 중국과의 역사연대로 일본의 반성을 촉구함으로써 파생되는 일본 내부의 반한운동에 직면해 있다. 미국이 공들였던 대북 한미일 공조는 물 건너갔다. 전시작전권에 혼선을 빚고 있는 것도 미국의 한국정부에 대한 실망이 내재돼 있다. 경제와 안보라는 양륜(兩輪)이 각기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점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심사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