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식별권’ 둘러싼 전략적 함수관계는?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해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한국정부도 방공식별권을 확대해 발표했다. 관련국들은 이를 둘러싼 전략적 함수관계 풀이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방공식별권(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ADIZ)은 본래 영토 방위를 위한 완충지대로 설정된 공역이다. 자국 항공기가 평상시 타국 방공식별권 안으로 비행할 때 사전에 비행계획을 알려 우발적 충돌이나 군사적 긴장을 제거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방공식별권은 국제법상 보장된 권리가 아니며 더구나 영공이나 영토의 범위가 아니다.

영해는 12해리이며, 이는 국토 수호의 완충작용을 한다. 상대국 항공기가 영해에 도달할 때까지 여객기의 경우 1분 정도, 초음속 군용기는 수십 초 만에 도달 가능하므로 영공침범을 확인하고 대응하기에 너무 늦다. 그래서 영공의 외주에 방공식별권을 설정하고 있다. 항공기가 이 공간을 신고 없이 진입하면 전투기를 출동해 경고한다. 만약 지시에 따르지 않고 영공을 침범하면 공군력으로 대응하게 된다.

방공식별권은 자국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가 아니며, 강제력을 가진 법적 근거가 없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메릴랜드~볼티모어~워싱턴에 걸친 수도지역 일부를 영공 비행허가를 받은 민간 항공기조차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특별 방공식별구역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중국정부가 지난 11월23일 설정한 방공식별권은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한국의 이어도와 중일 분쟁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과 둘째, 공해상 넓은 공역을 마치 자국의 ‘영공’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국방부가 발표한 ‘공고’는 중국영공에 들어가려는 항공기뿐 아니라 방공식별권을 통과하는 모든 항공기가 비행계획을 제출하고 반드시 무선교신을 준수하라고 했다. 이 지시를 따르지 않는 항공기에 대하여 “중국군이 방어적 긴급조치를 취한다”고 선언했다.

방공식별권은 영공에 접근하는 항공기를 식별하여 의심되는 항공기가 영공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완충장치다. 그런데 중국이 이번에 설정한 방공식별권은 영공 불법침입 방지 조치를 넘어 공해 상공의 넓은 범위를 자국의 배타적 권한이 미치는 ‘영공’인 것처럼 취급해 ‘공해상공 비행의 자유’에 위배된다.

공중에 관해서는 민간항공기, 군용기를 불문하고 국제민간항공조약과 유엔해양법조약에 명시된 원칙에 따라 국제법상 비행의 자유가 보장된다. 이 일반원칙이 세계 항공질서의 토대를 이룬다. 이번 중국의 조치는 영토·영공의 ‘안전’이나 비행질서를 위한다는 방공식별권 설치목적과 달리 지역긴장을 조성하고 항공안전과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동아시아 평화와 우호관계를 지향하는 노력과는 상반된다.

중국은 베트남과 공조를 이뤄 대중포위망을 형성하려는 러시아에 대한 견제, 제공권을 통한 제해권 및 해양자원 확보 전략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동북아 정세 꼭짓점

중국의 일방적, 기습적 방공식별권 설정에 대응해 한국정부는 지난 12월8일 방공식별권 확대를 발표했다.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권이 겹치는 공역이 생겼지만 국방부는 관련국에 충분한 사전설명을 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협의할 방침이라며 “주변국의 영공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새 방공식별권은 항공관제 인천비행정보구역(FIR)과 일치하도록 남방으로 확대해 이어도 상공을 포함한다. 이로써 이어도는 중국이 발표한 방공식별권과 한국, 일본의 방공식별권에 동시에 포함되게 됐다.

한국의 방공식별권확대에 대해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한국정부의 조치는 중국 정부와 달리 즉시 한일 양국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민간항공기에 특별한 영향이 없다. 오히려 일본의 안전보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중국의 반응은 “일본이 중국의 방공식별권에 과민 반응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등 중국과 한국의 방공식별권에 대해 일본의 반응이 다른 데 불만을 나타냈다.

중국 외교부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방공식별권(KADIZ)을 확대해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이 문제를 원활하게 처리하자고 했다. 한국정부가 이어도 상공을 포함한 방공식별권을 발표한 이후 중국이 보인 첫 공식반응이었다.

한국의 신속한 맞대응은 옳았다고 평가한다. 중국의 방공식별권 설정에는 고도의 전략적 함의가 숨어 있다. 중국은 한국이 다가오기를 바란다. 미일동맹이 강할수록 더욱 한국의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이 그럴 때라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은 한일 3국공조를 기반으로 한 대중국 전략에서 한국의 중국 지향을 껄끄럽게 여기던 차에 이를 계기로 3국공조 복원을 꾀할 것이다.

일본이 요즘 독도문제에 시비하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경중완급 우선순위가 일본에게는 동중국해 센카쿠에 있다. 한국의 눈길을 이어도로 돌려 중국이라는 상대를 공동의 위협대상으로 설정하는 고도의 전략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최근 영토를 접하고 있는 나라와 선린외교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동북아 접근로는 한반도와 대만이다. 한반도 루트에 남북한이 있다.

한국과의 교류는 중국이나 일본에게 모두 중요하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 국제원조에 과감한 경제대국 일본,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 3개국이 한국을 꼭짓점(pivot)으로 삼아 움직인다. 한국이 동북아 갈등을 푸는 데 중핵이 되어야 한다. 어느 일방이 힘으로 강제해서는 안 되고 관련국이 협상으로 나아가야 긴장 해소와 공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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