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Arms Market] 무인항공기 시장 ‘날개’ 달았다
로봇·스텔스 등 세계 무기시장서 각광받는 첨단무기들
지난 7월10일 미국 버지니아 주 인근 대서양을 항해 중이던 원자력추진 미 항공모함 조지 부시호에 가오리처럼 생긴 독특한 항공기가 내려앉았다. 미 해군의 X-47B 무인전투기(UCAV)다. 무인전투기로는 사상 처음으로 항공모함 착함에 성공한 것이다. 무인전투기는 말 그대로 무장을 장착한 무인기로 조종사 없이 공대공 또는 공대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항공기를 말한다.
미국 방산업체 노스롭 그루먼이 만든 X-47B는 앞서 지난 5월 항모 조지 부시호에서 증기 사출기를 이용해 사상 첫 항모 이륙에 성공했다. 이로써 X-47B는 사상 처음으로 항모 이착륙에 성공한 무인전투기가 돼 항모에 탑재되는 무인전투기 시대를 열게 됐다. X-47B는 세계 어디든 출동할 수 있는 항모의 장점을 활용해 지상기지에서만 이착륙하는 무인기에 비해 융통성이 매우 크다. 지난 5월 미 X-47B가 처음으로 항모 이륙에 성공하기 직전 인터넷에선 중국 무인전투기의 첫 지상 활주 시험 사진이 화제가 됐다. 미 스텔스 무인전투기와 비슷한 형태의 무인기 ‘리젠(利劍)’이었다. 리젠은 중국어로 ‘날카로운 검’이라는 뜻이다.
항모 이착륙 성공…어디서든 작전 가능
미국, 중국 외에 유럽, 러시아 등에서도 스텔스 무인전투기를 개발 중이다.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는 2010년 7월 영국의 첫 무인전투기로 세계에서 가장 큰 무인항공기 중 하나인 ‘타라니스(Taranis)’를 공개했다. 타라니스는 여러 종류의 정밀유도폭탄을 탑재해 목표물을 정확히 공격할 수 있고, 적 항공기의 공격으로부터도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게 설계됐다. 프랑스는 ‘뉴런(Neuron)’이라 불리는 무인전투기를, 독일은 ‘바라쿠다(Barracuda)’라는 무인전투기를 개발 중이다.
미국은 앞으로 10년 안에 군용기의 30%를 무인기로 대체할 계획을 세워 무인정찰기와 무인공격기(전투기)의 역할은 비약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무인전투기는 미래전의 핵심무기로 꼽히면서 날로 비중이 커지고 있는 국방 무인로봇 무기 중 하나다. 국방 무인로봇은 기존의 지능형 로봇이 갖는 이동 능력과 지능을 포함하면서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거나 원격제어로 병사의 임무를 수행·지원하는 군사용 장비를 말한다.
로봇 무기들은 활동 영역에 따라 크게 지상 무인로봇, 무인잠수정 등 해양 무인체계, 무인정찰·공격기 등 항공 무인체계(무인항공기)로 나뉜다. 이중 무인항공기(UAV)는 무인정찰기, 무인전투기를 비롯한 무인공격기 등이 포함된다. 무인정찰기는 최근 주일 미군기지 배치계획이 발표됐고 한국 군도 도입을 추진 중인 ‘글로벌 호크’ 전략 무인정찰기, 이라크·아프간전에 투입된 ‘프레데터’ 등이 대표적이다.
국방부 산하기관인 국방기술품질원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011~2020년 10년 간 2만2700여 대의 무인항공기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총 269억 달러 규모로 매년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무인기 시장은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 독일 등이 주도하는 양상이지만 중국, 한국 등 세계 각국이 개발에 뛰어들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무인 지상무기는 미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미국 다음으로 많은 투자를 해왔다. 미국은 이라크·아프간전에서 급조폭발물(IED) 탐지·제거에 광범위하게 소형 무인로봇 차량들을 활용했고, 휴대용 소형 감시정찰 로봇도 개발했다. 이스라엘은 국경시설 경계 순찰용으로 ‘가디엄’이라는 로봇 차량을 개발해 2009년 실전배치했다. 무인 지상차량(UGV) 시장은 2011~2020년 10년 간 총 53억80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연평균 성장률 3.6%로 잠재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미·중 스텔스 2종 동시 개발 중
스텔스 무기도 미래전 무기로 각광받는 분야 중 하나다. 최근 공군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에서 단독 후보로 올랐던 미 보잉사의 F-15SE가 예상 외로 탈락하고 재검토에 들어간 가장 큰 이유는 스텔스 성능 논란이었다. 중국·일본 등 주변국은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 중이거나 도입할 예정인데 우리만 스텔스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전투기를 차기 전투기로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로 논란이 빚어진 것이다. 스텔스 성능은 그만큼 전투기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중국은 J-20, J-31 등 두 종류의 스텔스 전투기를 동시에 개발 중이며, 일본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 42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러시아도 T-50이라는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 중이다. 세계에서 두 종류의 스텔스 유인 전투기를 동시에 개발하는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곤 중국이 유일하다.
스텔스 항공기가 각광받는 만큼 ‘창과 방패’의 발전처럼 이를 탐지하기 위한 레이더 개발에도 각국이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4~5년 내 스텔스기를 탐지하는 레이더가 본격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고 스텔스기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2020년대 이후 주요국의 전투기 부대는 스텔스기와 비스텔스기가 적절히 혼재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스텔스 기술은 항공기뿐 아니라 전차 등 지상무기, 수상함정과 잠수함 등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의훈련이나 무기개발에 활용되는 국방 시뮬레이션(M&S: Modelling & Simulation) 분야도 무기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세계 각국이 국방비 압박 속에서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효용성이 높은 국방 시뮬레이션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민원 때문에 기계화·포병부대의 실탄사격 훈련이나 야외기동 훈련이 어려워지고 있어 모의훈련 시스템이 각광받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세계 군용 시뮬레이션 시장 규모는 88억 달러였으며, 2014년쯤 1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 시장 규모는 2020년까지 1110억 달러로 매년 5% 수준의 성장이 전망된다. 이같은 시장 규모는 첨단무기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는 무인항공기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현재 군용 시뮬레이션 시장에서 미국의 비중이 가장 크지만 유럽, 아시아가 맹추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