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거주 ‘한국인’과 ‘일본인’ 쉽게 구분하는 법
[아시아엔=문종구 <아시아엔> 필리핀 특파원, <필리핀바로알기> 저자] 필리핀에는 장기 체류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인들이 10만명, 일본인들이 20만명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이전에는 일본인들 숫자가 30만명 이상이었으나 전쟁에 패한 후 보복이 두려워 거의 대부분 일본으로 귀국했다가 1960년대 이후 다시 필리핀에 들어오는 일본인들의 숫자가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특징적으로 어디엘가나 눈에 띨 정도의 언행으로 휘젓고 다녀서인지 실제 수적으로는 적은데도 필리핀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한국인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한다. 필리핀 서민층들이 들려주는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의 차이점은 대충 다음과 같다.
주재원 : 한국인들은 가족이 동행하지만, 일본인들은 거의 대부분 가족을 일본에 남겨두고 혼자 와서 생활한다. 퇴근 후에 한국인들은 가정에 일찍 들어가고, 일본인들은 일본계 술집에 많이 모여 있어서 젊은 술집 여자들을 많이 사귀고 현지처를 두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일본계 기업체들과 요식업체들이 한국계보다 훨씬 많다)
호기심 : 한국인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이곳저곳을 많이 기웃거리며 시끄럽게 싸돌아다니기 때문에 예기치 않는 사고나 봉변을 당하기가 쉽다.(다양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마당발’이라 하여 한국 사회에서 높이 평가해주는 것을 필리핀 서민들은 모르고 있다) 일본인들은 경험을 쌓은 선임자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거의 일정하게 정해진 곳들에만 쏙 들어가서 지내기 때문에 거리에서 시끄럽게 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거래처이건 술집/음식점이건 일단 마음에 들면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려 하지 않는다.
서민층 직원들에 대한 태도 : 한국인들은 서민들에게 관심이 많다.(관심은 애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서민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 태도나 생각이 맘에 들지 않으면 고쳐주려 하고 참견하느라 잔소리가 많다. 말을 많이 섞다 보니 영어든 따갈로그어든 일본인들보다 빨리 습득하고 유창하게 한다. 일본인들은 무관심한 척 하므로 참견하지 않고 잔소리도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일본인들은 현지어나 외국어가 서툴다) 일하는 태도나 생각이 맘에 들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일을 아예 다른 사람에게 시키고 거리를 두어 버리니 사소한 마찰이 적다.(일본인들끼리 모이면 서민층 직원들의 흉을 많이 보고 멸시하는데, 그러한 일본인들의 습성을 필리핀 서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서민들은 자기들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적극적으로 개조하려 드는 한국인들이 거만하다며 불편하게 느끼는 데 반하여, 좀처럼 간섭하거나 나무라지 않는 일본인들에 대해서는 신사답고 배려심이 많다며 더 친근하게 느낀다. 서민층들과 함께 다니면서 돈을 쓸 때에, 한국인들은 순간적인 감정에 많이 좌우되어 기분이 좋으면 어리둥절할 정도로 후하게 쓰지만 기분이 나쁘면 상대의 가슴에 상처를 줄 정도로 야박하게 군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감정의 노출 수위가 낮고 평소에 한국인들보다 적게 쓰더라도 야박하게 구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한국인들보다 일본인들을 더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