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이야기] ⑬ “진담 섞인 농담들”

*<샤마위스로 가는 길> 열세 번째 이야기

21
“나는 후회할 만한 일을 하지 않았어. 오빠도 잘 알잖아. 우리는 잘못된 길로 가게 자라지 않았고, 또 그릇된 길을 원하지도 않아. 그렇지만 나는 야망이 있는 여자야. 오빠도 알다시피 대학교에 다니려면 많은 돈이 필요해. 그 비용은 우리 부모님이 해줄 수 있는 능력 이상이야. 오빠에게도 여러 가지 사정이 있고 난 오빠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아. 사디야가 여기서 일했는데, 나에게 비올라 여사를 위해 외국인 손님이 올 때마다 통역 일을 해줄 것을 제안했어. 그렇지만 맹세코 난 그들과 어울려서 술을 마시거나 하지 않았어. 이번이 네 번째야. 내가 이 일을 숨긴 건 오빠가 이 일을 이유 없이 반대했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야. 이 일이 알려지면 조용히 문제가 넘어가지 않을 것이고 명예를 지킨다는 구실로 모두들 앞에서 내 사진을 처형하고 나를 죽여겠지.”

마치 누군가 뒤에서 대사를 일러주기라도 하듯 나르지스는 숨을 거칠게 쉬며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와지흐 이삼 알 딘 장군은 멀리 떨어져 앉아 안경을 꺼내 잡지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가끔씩 놀라워하는 이마드의 얼굴을 힐끔거리며.

금방이라도 나르지스를 때릴 준비가 되어 있던 히샴의 두 손이 굳어버렸다. 겉으로 보기에 그의 누이는 아무 잘못도 없었다. 그러나 그 속에 뭐가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나빌 주나이힘은 와지흐 장군이 앉아 있는 구석을 바라보며 다가가 말했다.

“장군님.”

“와지흐 이삼 장군입니다. 내가 나르지스양의 외삼촌에게 연락했었죠. 나르지스가 우리와 함께 잘 있다고.”

“저는 나르지스 외삼촌 나빌 주나이힘입니다. 압둘라 함디 학교에서 이집트 역사와 지리 담당 교사로 있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빌 선생. 의심이 가셔졌기를 빕니다. 나는 비올라 여사 말을 따라서 그녀를 돕기 위해 병원 얘기를 했던 겁니다. 나는 그녀의 이웃이거든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사디야가 들어왔다.

“주스 드시겠어요, 이마드씨?”

이마드는 사디야의 존재가 이상하지 않았다. 비올라의 당당함이 그를 놀래키지도 않았고 나르지스의 말이 그를 언짢게 하지도 않았다. 거기엔 그 외에 다른 손님도 없었다. 세 명의 여인 속에 남자가 있는 것이 오히려 가시방석 같았다.

“이마드씨, 우리와 함께 오늘 밤 파티를 완성하는 게 어때요? 들어가서 당신과 나빌 교수님 세수를 좀 하세요. 우리 손님 중에는 많은 분들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오죠. 그러니 나르지스에 대해 안심하시고 함께 돌아가세요.”

나빌 주나이힘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는 기다려라, 이마드. 나는 알 이얄 엄마에게 돌아가야겠다. 너와 함께 오길 잘했어. 그렇지만 내가 없어진 것에 대해 그녀가 뭐라고 할지 걱정되는구나. 이마드, 엄마에게 들러서 안심시켜드릴게. 그녀는 네가 돌아오기 전에 아마 못 주무실 거야. 자 모두들 좋은 밤 되세요.”

이마드도 수긍하듯 조용히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미동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 했다. 여러 얼굴들이 바람처럼 그를 스쳐갔다. 아침에는 카림 박사, 오후엔 그의 딸, 저녁엔 그의 어머니와 외삼촌, 한밤중엔 나르지스, 비올라, 장군, 사디야.

그는 외삼촌을 불러 세웠다. 그의 팔을 잡으며 얼굴을 조금 전 올라왔던 계단 쪽으로 향하며 절망에 빠진 눈으로 말했다.

“외삼촌, 나도 함께 가요.”

22
히샴 와지흐가 카페를 나왔을 때 그는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오마르의 진담 섞인 농담들, 그의 대담한 생각들과 말들, 타르타르 시샤의 연기와 복잡한 카페의 소음들, 이 모든 것들이 히샴 와지흐로 하여금 그가 올 때 가졌던 걱정을 잊어버리게, 아니 잊어버린 듯 하게 만들었다.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듯이 자기 자신이 검증된 인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모두 다 그를 황금 숟가락을 입에 지닌 채 태어난 유복한 집안의 자손으로 본다. 그를 위해 오랜 동안 학교 가방을 들어다 준 군인이 있다. 모든 일에 사사건건 그에게 충고를 해주고 여러 가지 선물, 그는 무엇이든 가질 수 있고 행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의 생각과 상관없이 그에게 주어진 것이고 그가 원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살아온 삶이다. 그는 이 안에서 어떤 가치 있는 것을 찾지 못한다. 기계공의 아들, 양철공의 아들, 포장쟁이의 아들도 모두 그와 물질적으로는 동등하다. 그의 가방을 들어준 군인의 이야기는 아이들이 그와 놀아주게 할 만큼 특별하지도 않았고 그가 스스로 가방을 들지도 못할 만큼 연약하다는 것을 부인하게 만들어주지도 못했다. 그의 가족이 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특별한 것이었고 그의 동료들은 그의 남자답지 못한 약점을 발견했다.

고인이 된 그의 어머니만이 그를 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얼마나 그가 어머니에게 경찰대학에 들어가기 싫다고 말했던가. 얼마나 그녀가 아버지에게 아들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두자고 간청했던가. 히샴은 가까이서 아버지의 고충을 보았고 그가 집을 거의 매일 비우다시피하는 것, 휴가 때마저도 며칠씩 임무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또 다시 이렇게 자신이 원하지 않는 길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그의 아버지처럼 옳지 않은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가 있을까. 더구나 그는 아들을 저버리고 그 나이에 결혼을 위해서 아들을 버리려 하고 있다.

달리는 자동차 창문으로 향긋한 꽃 내음이 실린 공기가 들어왔다. 오마르의 충고대로 다시 한 번 자신을 진정시키고자 노력해 보았다.

“네 인생은 네 스스로 만드는 거야. 너의 아버지는 잊어.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 그리고 왜 너는 그 빌라에서 살기를 원하는 거지? 자유롭게 살지 못할 텐데. 너의 아버지는 다른 신도시에 빌라를 살 정도의 충분한 돈이 있어. 거기서 2년이나 3년 지내다가 안정이 되면 합법적으로 그것을 차지하면 되지.”

오마르는 새로운 시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그는 가족으로부터 독립해서 살고 있다. 그는 경찰서 내 동료들과도 밤의 여자들을 주고받을 만큼과 놀이 카드를 주고받을 만큼 친하게 지낸다. 그의 아파트는 알 라합시에 있지만 누구도 그가 거기서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고 그의 가족을 거의 보지도 못했다.

히샴은 그의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오마르처럼 되기도 원치 않는다. 그는 히샴 와지흐가 되길 원한다. 자연스럽게 살기를 원하고 그래서 다니야 카림에게 청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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