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이야기] ⑭ “듣기를 원했던 말”

*<샤마위스로 가는 길> 열네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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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공 사이드 무르시는 싸바흐와 결혼한 이후 카이로 도심에서 샤마위스로 이사했다. 그가 그의 부인을 알게 된 것은 그의 가게가 있는 건물의 수위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그녀가 왔을 때이다. 구두를 만드는 작은 가게인 그의 ‘알 아시야 마으딘’은 중국 물건들이 카이로 거리에 쏟아져 들어오기 전만 해도 싼 가격의 구두와 다목적 도구들, 여러 가지 유용한 제품들로 카이로 거리에서 유명했다. 이 제품들로 인해 많은 소규모 가게들이 문을 닫아야 했다. 주인들이 임대료와 각종 세금들, 매일 내야 하는 여러 가지 요금들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이드 무르시는 싸바흐에게 청혼했고 그녀는 동의했다. 가게 뒤의 조그만 방에서 행복한 신혼생활을 시작하려고 준비하던 중 갑자기 건물 주인이 집을 부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왔다.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이고 그대로 둘 수 없으며 언제든지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 그 핑계였다.

한순간 사이드 무르시는 거리의 노동자로 변해 버렸다. 두 남자 중 어느 한쪽도 이런 불길한 일이 그들에게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약혼하자마자 상황이 나빠진 새 신랑도, 그의 딸을 사이드 무르시와 약혼시키기로 하자마자 실직을 하게 된 아버지도. 그러나 그 둘은 함께 살 길을 강구하기로 결정했다.

싸바흐 아버지는 새 신랑을 돌봐야 하는 것과 자신의 딸의 곤경을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딸의 약혼자에게 샤마위스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면서 농가 사람들의 구두를 수선해 주는 작은 가게를 열 것을 제안했다.

그의 친구들은 종종 그를 사으드 자그룰에 비유하곤 했다. 그는 그 비유가 즐거웠다. 그는 지금 형식적이나 내용면에서 와프드 당원이다. 사이드 무르시의 성향도 그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그가 의식이 생기면서부터 신문을 읽고자 했던 것은 그가 오래된 와프드 당원임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러한 성향은 그가 인심이 후한 정치인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현 정치와는 동떨어져 있다. 어떤 뉴스가 전해지면 그는 이내 사으드 자그룰이 비슷한 경우 어떻게 처신했는지, 알 누하스 바샤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시라즈 알 딘이 이 사건에 대해 뭐라고 말했을지 등에 대해 기억을 떠올렸다.

사이드 무르시는 그의 이웃 이마드 카말이 전형적인 친구임을 발견했다. 생각의 차이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또한 그들이 서로 다른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사이드 무르시의 막내아들인 푸아드는 그의 아버지 친구를 좋아했다. 그는 자주 그 둘과 함께 앉아 있기를 좋아했고 아버지가 작은 놋쇠 주전자에 두 잔의 커피를 준비하여 마치 금덩어리를 따르듯 한 잔씩 커피를 따르며 여러 가지 얘기들을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푸아드가 상품 판매 대행업자로 일하기 위해 출장을 떠난 후, 사이드 무르시는 이마드 카말에게서 떠나버린 아들의 모습을 찾았다.

이마드 카말은 비올라 여사의 빌라를 나온 이후 외삼촌 나빌 주나이힘이 자신의 생각을 들어줄 상황이 아님을 알았다. 사이드 무르시의 가게로 날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와 함께 앉아 그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얘기하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어느새 이마드와 외삼촌은 이마드 어머니의 집에 도착했다.

그녀에게 나르지스에 대해 안심시키며 그녀가 병원에 잘 있다고 얘기하고 나빌 주나이힘은 그의 아내에게로 돌아갔다. 이마드는 사이드 무르시의 가게로 향했다. 오늘은 커피에 우유를 잔뜩 넣거나 또는 한 잔 이상 마셔야겠다는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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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지스는 밤 동안 감쌌던 모든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자 오랫동안 알고 지낸 얼굴들과 새롭게 알게 된 얼굴들 사이에 있던 그녀도 평온을 찾기 시작했다. 나르지스는 잠깐 동안 처음의 위기감을 잊었다. 비록 나중의 결말이 이렇게 조용히 끝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지만. 두 시간 동안 이백 번도 더 시계를 훔쳐보았다. 이것은 비올라의 영민함이나 와지흐 이삼 알 딘 장군의 두 눈에서도 사리진 것은 아니었다.

비올라의 친구들은 그녀의 빌라를 여러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공항처럼 만들고 있다. 그들은 여기서 카이로 시내의 소음과 많은 눈들을 피해 조용히 즐기고 있고, 마치 도시의 오염된 공기에서 떨어져 순수한 공기를 즐기듯 유희를 즐기고 있다.

무엇보다 그들은 부드러운 음악의 리듬 위에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관계를 즐기고 있다. 전직 대사들, 무역상들, 투기꾼들, 금융 비즈니스계의 스타들, 그러나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빌라에서의 도발 행위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 정도로 친구가 되셨으니 이제 안녕히 가시라고 말해야겠군요.”

이 말은 그녀가 이 비즈니스센터를 나이트클럽이나?매매춘 장소로 바꾸고자 하는 사람을 내쫒기 위한 단호하고 진지한 신호이며, 파티 내내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그녀의 경호원을 부르는 은밀한 말이다.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 달려와 궤도를 이탈하려는 손님을 원 위치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나르지스의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그녀가 비올라의 빌라에서 들었던 언어들 중 히브리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무시하고 못들은 척하였다. 집 주인이 유대인들을 영접하는 것에 아무 오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녀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던가? ‘네 자신이 유엔에 있는 것으로 간주해’라고.

오늘 밤 나르지스는 비올라에게서 듣기를 원했던 말 외엔 들은 것이 없다. 비올라가 그녀의 귀를 말하는 사람에게 가까이 하면 그것은 나르지스에게 통역을 하라는 신호다. 나르지스와 비올라가 주고받는 무언의 신호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것은 여러 날 밤을 무사히 언어 소통을 하며 지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마지막손님과 더불어 와지흐 이삼 알 딘 장군의 행동은 처음보다 훨씬 느려졌다. 이 모든 시간을 그는 나르지스와 얘기하기 위해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뭐라고 그녀에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은 우리와 함께 오늘 밤을 충분히 지새우셨어요, 장군님.”

비올라의 짧은 말 한마디는 충분히 의미하는 바가 있었다. 그것은 그가 그녀들과 헤어짐의 인사를 하기 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준비해 두었다.

“가기 전에 나르지스양에게 두 마디만 하고 싶군요.”

“당신은 지금이 적당한 때라고 생각하나 보군요. 우리들은 모두 필요 이상으로 지쳤어요. 내일 얘기 하시는 게 어떨까요?”

비올라의 말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명령이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단호히 말했다.

“내일 아침에 우리 함께 앉아서 얘기해요. 내일 11시 경에 일어날게요. 그녀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장군님.”

그 말과 나르지스의 미소를 뒤로하고 와지흐 이삼 알 딘 장군은 계단을 내려와 길 건너편에 있는 자신의 빌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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