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이야기] ③ “유니폼 입은 개들”

*<샤마위스로 가는 길> 세 번째 이야기. 이 소설은 2011년 1월25일 ‘이집트 혁명’ 이전인 2008년에 이미 한국어로 번역 출간됐는데, 이집트 혁명을 예언이라도 한 것처럼 내용이 맞아들어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샤마위스(Shamawes)는?아랍지역 어딘가에 실재하는 공간이 아닙니다.?소설 속에서 만들어진 장소죠. 그렇지만 이 소설이 발간된 뒤 아랍어 사전에서 ‘샤마위스’는?새로운 어휘로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엔(The AsiaN)

3
빌라 현관 계단을 지나 도로에 올라서서 나는 기사를 찾았다. 그는 이미 포장도로 위에 있었다. 그는 담배꽁초를 휙 던지고선 내 쪽으로 왔다. 나를 위해 꽁초를 버리는 일이 그의 임무인 것처럼 보였다. 의자에 앉는 순간 카세트의 사드 사기르의 테이프에서 노래가 경쟁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테이프의 소리를 낮췄다.

“선생님을 바싹 긴장시키는 장소입니다. 처음에 선생님은 들녘의 풍광에 끌리고 매혹되어 즐거우실 거예요. 그런데 개들이 선생님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하면…….”

내가 놀라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개들!!”

그는 발로 가속 페달을 밟으며 말을 이었다.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개 천지입니다. 유니폼을 입은 개들입니다. 선생님께서는 그런 개들을 시리즈로 생각하실 겁니다. 저는 선생님이 빌라로 들어가실 때 빌라를 살펴보았습니다. 오른쪽 빌라 앞에 미쳐 날뛰는 개들이 있었어요. 줄에 묶여 있지 않았다면 지금 선생님은 떨어져 나간 시신 조각들을 모으기 위해 의료진의 도움을 받고 있을 계실 겁니다. 찢긴 제 시신도 있겠죠.”

그는 화난 척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제 말을 믿지 않으시죠? 함께 돌아가 눈으로 직접 보시면 믿으실 거예요!”

개 짖는 소리가 들리자, 분지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가 심통 난 아이에게 쫓겨 다니는 길 잃은 개들이 짖어 대는 소리라고 상상했던 것이 떠올랐다. 나는 기사가 운전하면서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도록?미소를 띈 채 그의 비위를 맞춰가며?질문을 이어갔다.

“왼쪽의 ‘유니폼’을 입은 개들 이야기가 무엇입니까?”

“미국 영화 속 세 남자들 보디가드에서처럼 말입니다. 그저 접근만 했을 뿐인데 저는 그들의 눈에서 사악한 기운을 보았어요. 그래 저는 ‘진짜 개들은 차라리 괜찮은데, 알라께서 개들 사이에 혼자 사시는 선생님을 도와주시겠지’라고 혼잣말을 했어요.”

“거 참 이상하다!”

나는 마스우드 기사가 이야기한 개들을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은 회자되고 있었다. 나는 화가 카림 압둘 마지드의 말 속에서 두려움과 불안, 고통을 보았고 그의 주변을?맴도는 글자들을 이빨로 잡아채는 개들이 느껴졌다. 그는 착 가라앉는 목소리로 문장과 문장 사이를 끊어가며 간결하게 말을 이었다.

그는 의미 있는 몸짓과 손짓도 하고 자주 말을 멈췄다. 이웃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면 마치 그들이 두려운 듯 말을 멈췄다. 미술에 관한 그의 이야기를 듣으려고?왔는데, 그는?자신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와 헤어지면서 내가 그를 다시 찾아가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그의 의도였음을 깨달았다. 또 그는 누군가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하고?있었다. 그가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그?두려움의 근원은 무엇일까?

4
해가 지기 전 비올라는 잠들었지만, 개 짖는 소리가 허공을 가로질러 청각을 깨웠다. 다시 잠들려고 애쓰는 비올라는 뭔가 불안하고 불편해 잠들 수 없었다. 그녀는 일어나 침대에 앉아 지난밤의 흔적을 눈 밑에서 찾아보려고 몸을 기울여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눈 밑의 다크 서클은 또렷했고, 눈가에 세월의 흔적인 주름살이 또렷하게 생기기 시작했다.

훤칠한 키의 그녀는 흰 피부를 갖고 있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핑크빛 옷을 입고 있다면 벌거벗은 그녀가 빛을 발하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그녀의 두 뺨은 어제 마신 술로 인해 붉었다. 자신을 잠들지 못하게 했던 파샤의 개들을 중얼거리며 저주하던 그녀는 화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사디야, 사디야, 이리와. 그만 자. 귀 먹었니?”

문지방 옆 바닥에 누워있던 사람 형체의, 한 볼품없는 뭉치가 움직였다.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 작은 체구의 젊은 여성은 마담 비올라의 침실 방문을 흔들리는 손으로 두드렸다.

“너는 개의치 않고 당연히 잤겠지? 개 짖는 소리가 아직도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는데, 네 귀는 진흙 아니 밀가루 반죽으로 빚어서인지 안 들리지? 누군가 나를 죽이러 들어온다면 너는 그걸 제일 마지막에 알게 될 사람이야.”

그녀는 몸을 떨며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비올라의 덧신 쪽으로 다가갔다.

“나쁜 일이 있고 난 뒤에는 매우 안전해요, 마님. 마님께 마수를 뻗칠 사람이 없었으니 망정이지. 문 앞 신사들에게 축복을. 알라의 이름으로, 브라보. 개들은 짖을 수 있고 사람들은 목청을 높일 수 있어요. 그렇지만 멀리서에요. 집은 안전해요.”

비올라는 거울 가까이에 있는 의자를 향해 몸만 돌리고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순진한 것, 안전하다고? 네 개의 벽으로 둘러싸인 안전은 안전한 게 아니야. 그것은 감옥이야. 돌아다니는 일이 네게는 쉽지. 어느 한 사람 너를 쳐다보지 않으니까. 그런데 나는 혼자 외출할 수 없어. 경호원을 데리고 외출해야 해.”

비올라는 바람에 흔들려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 위로 바람이 지나가듯 그녀가 한 말의 대부분을 사디야가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지껄이는 말을 사디야가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녀는 큰 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하고 나니 그녀의 기분은 한결 풀렸다.

“목욕 준비해 줘.”

“예, 마님.”

“목욕하신 다음 무엇을 하실 거예요? 해가 길어서 여전히 낮일 텐데. 그동안 밤이 되어 친구들이 오시길 기다리실 거예요? 어떻게 밤이 되어야만 친구들이 찾아오게 하실 수 있으세요? 개집은 파괴되고 그 주인은 멸망하기를.”

사디야가 목욕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러 비올라의 방으로 돌아왔다. 사디야는 그녀의 수다를 들었지만 자신과 관계된 것만을 알아들었다. 그녀는 비올라가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야기를 들어줄 귀만 원했지 자신의 하녀가 혀를 놀리기를 원치 않았다.

사디야의 주인은 다시 침대에 몸을 뉘이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잠이 몰려 왔다. 사디야는 비올라의 발에서 덧신을 벗기고 베개 위 머리를 바르게 눕히고 얇은 잠옷 아래 팽팽한 몸매가 훤히 드러난 그녀의 몸에 이불을 덮었다. 그녀는 방문을 닫고 방을 나왔다. 그리고 목욕탕으로 가서 문을 열고 잠시 후 그녀의 뒤로 문을 닫았다. 그녀는 누더기 같은 옷을 하나씩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조금 뒤 그녀는 거품이 가득 찬 욕조에 빈약한 그녀의 몸을 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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