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이야기] ⑥ “당나귀는 어느 문명에서건 똑같아”

*<샤마위스로 가는 길> 여섯 번째 이야기.

8
“당나귀들? 이런 터무니없는 말이라니, 화가의 집까지 두 번 간다고. 이틀의 휴가. 카메라, 자동차, 운전수, 대화. 당나귀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온다고.”

무스타파 술레이만에게 말을 하며 샤으반 살리흐 부장의 목소리는 화가 나 커졌다.

“이런 얼토당토하지 않은 말을!”

청년은 부장의 화를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그는 가방에서 레코드판을 꺼냈다.

“샤으반 부장님, 맹세코 제 잘못이 아닙니다. 카림 압둘 마지드 선생은 화제를 바꾸려 하지 않고 당나귀에 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그는 제게 첫 만남이 그와 제가 서로 알게 되는 필연적인 만남이라고 했어요. 그는 제게 자신에 관해, 떠남과 귀향에 관해, 그의 집과 딸, 제자들에 관해 말했어요. 그가 다시 만나자고 해서, 약속시간에 맞춰 방문하니까 그는 저를 들판으로 데려가더군요. 그는 앉아서 당나귀들을 그렸어요. 정말로 백 번도 더 스케치를 했어요. 강한 태양 때문에 멍했습니다. 그는 저를 그림에 담기 시작했어요. 레코드판은 제가 갖고 있습니다. 제가 그의 다음 전시회에 관해 썼죠. 그가 당나귀 전시 작업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회고전은 전통적이고 한물간 것이며 항상 존재하는 것이잖아요.”

부장의 어조가 변했다.

“금주 그 제목으로 지면을 채우기로 하지 않았나? 지난 호에 이미 그것을 공지했고. 카림은 오랜 친구인데 내가 게재를 막았다고 나에게 화가 날까 겁나네. 무스타파, 도입부를 바꿔 봐. 기록보관소에서 그의 옛 작업 기록들을 가져다 그에 관해 써보게. 당나귀에 관한 새로운 글을 쓰기 전에 말이야.”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곤경에 처했다고 느꼈다. 만일 제목을 바꾼다면 화가는 그에게 화가 날 것이다. 그대로 게재한다면 부장 샤으반 살리흐가 그를 향해 분노를 쏟아 부을 것이다. 적절한 해법을 찾는다 해도 술레이만은 그 기사 전체가 결코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그는 주제가 유기적 통일을 이룬 새로운 기사를 쓰고 싶었다. 화가 카림 압둘 마지드가 옹호하는 당나귀가 인간적인 면모 즉 인간성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그는 사실 수긍하고 있었다.

기사의 도입부는 화가의 주장들을 그대로 옮겼다.

“정말로 그들은 당나귀를 못살게 괴롭힌다. 새로운 과학적 연구가 발표되었다. 당나귀들은 그 연구를 자랑할 만하다. 당나귀는 구별하지 않고 모든 문명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당나귀는 국가 간, 대륙 간 얼굴의 생김새와 그 특징이, 코의 크기가, 두 눈의 크기가 다르지 않은 유일한 존재다. 이스탄불의 당나귀가 그리스 국경과 터키 국경을 구분하지 않고 겉모습이나 습성, 성격 등 모든 면에서 사이프러스의 당나귀와 같다. 티베트 산봉우리들을 향해 나 있는 오솔길의 당나귀도 아틀라스산맥의 봉우리에 있는 그의 형제들과도, 나일강변의 고요한 마을에 있는 짝과도 같다. 학자들은 그 이유를 당나귀의 손쉬운 이동성과 참을성이라고 밝혀냈고 그 두 가지는 당나귀를 간편한 이동수단으로 만들었다. 당나귀가 가장 쉽지 않다 해도 식량과 장비를 수송하거나,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거나, 대륙 간 이동하는데 있어서 그의 친척인 노새만이 당나귀와 필적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여기저기서 시도된 노새와 당나귀의 교배로 두 마리의 통합된 특징을 지닌 새끼가 탄생되었고 그 새끼는 눈 색깔, 귀의 크기, 최대한 태울 수 있는 사람의 무게에서 누구를 닮았는지 구분할 수 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스케치들을 보시오. 그러면 한 눈에서 세상 전역의 지도가 들어올 것이다. 당나귀는 문학 속에서 명예를 얻었고 소설의 세계에서 당나귀는 가장 바람직하게 등장한다. 세계문학에서는 세르반테스가, 아랍문학에서는 타우피 하킴이 당나귀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었다. 그들 외에도 세계의 신화와 문학 속에서 당나귀는 환영받고 있다. 세상에서 당나귀는 다윈의 진화론이 잘못되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동물인 것처럼 보인다.”

나는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글도 쓰고 기록도 하며 나처럼 대화를 즐기는 것처럼 생각되는 당나귀들을 주시했다.

화가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코끼리가 조상 매머드의 가장 훌륭한 후손이라든가 비둘기나 다른 새들이 아르케옵테릭스, 플레시오사우루스, 알로사우루스 등과 같은 공룡의 후손이라는 것은 익히 들어왔습니다. 이들은 사라진 중생대 쥐라기에 속하는 공룡들의 이름입니다. 어느 누구도 그것을 바꾸지 못합니다. 우리들은 당나귀의 조상이 당나귀가 아닌 다른 동물이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길들인 동물들과 야생 동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면 그 가운데서 이미 멸종한 것과 앞으로 멸종될 것이라는 예상일 것입니다. 당나귀에 대한 진실을 감소시킨 것들 중 하나인 결점으로 우리가 당나귀를 수치스럽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나귀가 어느 날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고에는 항상 종말이 있습니다. 당나귀의 종말은 문명을 일군 사람들의 종말처럼 덧없는 문명의 종말은 아닙니다. 내가 할 일은 이 동물에게 다시 경의를 표하게 하는 것입니다. 나는 문학 속에서 존중받는 것처럼 그림으로 당나귀에게 경의를 표할 것입니다. 50장의 마분지에다 말입니다. 당나귀의 삶에는 인간적인 면모가 있습니다. 만일 그들이 탄성을 자아내는 당나귀를 원한다면 그렇게 될 것이고 그들이 당나귀에게서 애정을 원한다면 그보다 더 사랑스러운 것은 없을 것입니다.”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자신 속에 갇혀 있었다.

“나는 그 제목 그대로 게재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기사의 지면 편집자로 하여금 지면을 분할하게 할 것이며, 화가의 옛 작품들에 눈에 띄는 프레임을 만들 것이다. 나는 그 틀에 내 이름은 올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이 인식의 눈이다.”

9.
다니야는 자말렉의 무나지르 갤러리로 다시 가기 전, 아름다운 예술대학과 마주보고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케이크를 사서 예술관으로 가는 길에 그것을 먹었다. 그녀는 갤러리에 갔다가 아버지와 함께 이른 저녁을 먹거나 늦은 점심을 먹으러 돌아올 것이다.

도자기 인형 같은 가느다란 몸매의 우아한 소녀, 그녀는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그녀는 이야기할 때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그녀는 안경을 벗으려 하지 않았다.

카디르 아저씨가 단과대학 정문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아버지가 여행에서 돌아와 운전을 포기한 뒤 아버지의 운전수가 되었다. 그는 공개적으로 운전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곳 사람들은 자동차를 모는 게 아니라 죽을 작정이야. 운전자만 죽나, 탑승자도 죽고 멀쩡히 두 발로 걷던 보행자도 죽을 텐데.”

그녀의 아버지가 집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한 운전수가 그녀와 함께 할 것이다. 그는 약속도 강의도 없었다. 다니야는 아버지와 함께 이집트로 돌아와 대학에 입학한 뒤 그녀의 옆을 지키는 카디르의 존재를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의 행동을 살피도록 그녀 주위에 심어둔 감시의 한 부분이라고 여겼다.

“다니야 아가씨,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입니다.”

“카디르 아저씨, 제 스케줄을 잘 아시잖아요. 저를 예술관으로 데려다 주세요. 건물 안까지 들어가면 조금 늦겠어요.”

“돌아올 때까지 문 앞에서 꼼짝 않고 있을 겁니다. 이건 아버지가 제게 충고하신 안전사항입니다. 아담과 이브의 자손, 카림 박사님, 존경합니다!”

화가 카림 압둘 마지드가 여행에서 돌아와 믿을 만한 운전수를 찾았다. 카림이 이마드를 신뢰하게 만든 많은 조언들 가운데 이마드가 이 운전수를 추천한 것도 있다.

카디르는 걸프지역의 자동차 회사에서 일했었다. 그 자동차 회사의 사장은 동서양의 차-일본차, 한국 차, 미국차, 유럽차-의 판권을 갖고 있었다. 그는 러시아의 라다 자동차 딜러의 전권을 갖게 된 후 걸프지역이 아닌 곳에서 일했다. 라다 자동차는 걸프지역의 열기를 견디지 못 했다. 결국 라다 자동차는 어려움을 초래하고 소비에트 연합이 붕괴되듯이 몰락했다.

한 인기 있는 시인이 라다 자동차에서 생산된 자동차 중 하나를 사기로 결정하면서 엄청난 재앙이 시작됐다. 자동차가 시인을 성가시게 했기 때문이다. 시인은 나바트 양식의 까시다(아랍의 장시)를 지어 자동차를 조롱했다. 까시다는 국경을 넘어 멀리 퍼져나갔다. 회사 경영진은 라다 자동차 판매 사업을 접기로 결정하고 그에게 부품 하나까지 라다 자동차의 모든 판매권을 맡겼다.

카디르는 이집트인들이 일하는 학교와 연구소를 들락거렸다. 그는 그들에게 그 만이 알고 있는 라다 자동차의 장점들을 보여 주었다. 그 어떤 자동차보다 라다 자동차는 가격이 쌌지만 이집트인들이 라다 자동차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장점, 아니 단점이 있었다.

이집트인들은 어느 곳에서나 판매되는 자동차 정품 부품으로든, 모조품으로든 이집트에서는 결코 교체할 수 없었다. 카디르는 라다 자동차를 기다렸다. 그는 정당하게 그 이름과 모든 라다 자동차 판매권을 얻었다. 그가 아시아 자동차 담당 부서 중 한 곳으로 옮기기를 희망하며 회사의 마지막 판매 쿠폰을 갖고 돌아왔을 때, 그가 기대했던 업무 계약의 종료가 결정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비에트연합이 종식되고 그와 함께 걸프지역에서 라다 자동차와 함께 한 카디르의 시절도 끝났다. 그가 귀향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저축했던 몇 푼의 돈이 바닥을 드러냈고, 운전수로 일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등이 굽은 노인을 받아줄 곳은 없었다. 그가 이마드의 이웃이 아니었다면 그는 이 기회를 잡지 못 했을 것이다. 그는 소일삼아 시샤(아랍의 물 담배) 연기를 마시고 뜨거운 커피나 차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쐬는 노인클럽에 틀림없이 가입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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