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이야기] ⑮ “두 개의 탈을 쓰고 살 수 없어”

*<샤마위스로 가는 길> 열다섯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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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녀를 남겨두고 너 혼자 여기로 돌아왔단 말이니!”

사이드 무르시가 이마드 카말의 얘기를 듣고 격분하여 말했다.

“제가 뭘 할 수 있었겠어요, 사이드 아저씨. 제가 그녀를 데리고 와서 농가에 그녀와 함께 들어왔다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을 거예요. 우리들이 돌아오는 광경이 이상해 보였을 거라구요. 만일 어제 돌아왔다고 해도 별로 다를 건 없었을 거예요. 그녀는 그전에 갔었고 제가 아는 것처럼 당신은 그녀를 알고 있잖아요. 나르지스가 뭔가 실수를 저지를 여지는 없었어요. 또 제가 아는 한, 제 머리로 의심해 보는 한 나르지스는 실수를 할 사람이 아니예요.”

사이드 무르시는 자기 자신의 커피를 한 잔 더 따르고 벽 쪽으로 등을 기대어 섰다.

“의심은 없어지지 않아. 그렇지만 네 누이 나르지스는 이미 잘못을 한 거야. 우리 주님께서 너희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해 너와 나르지스를 덮어주신 것을 알고 있잖니. 이 일이 너희들이 모르는 다른 쪽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어. 나르지스가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어디로 나갈지 알 수 없을 거다.”

이마드의 한숨소리가 점점 높아져 마치 물잔 가운데서 원을 그리며 끓는 커피처럼 끓어오르고 다시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사이드 무르시가 무자비하게 내뱉었다.

“나는 샤마위스 농가에서 십 년 전부터 살아왔다. 나는 아무도 알지 못했지, 나 자신밖에. 그래서 나는 내 스스로가 넘을 수 없는 나만의 경계선을 그렸어. 그래, 카이로 도심에서 이 농가는 한 시간 거리야. 나는 오랜 세월을 거쳐 시내 중심가에 진출했어. 젊은 시절에 시작해서 내 이름의 가게를 마련했지. 거기에서 아무 것도 없이 나오게 될 때까지도 그 가게를 내가 떠날 수 없을 거라고 느꼈어. 그렇지만 샤마위스에 도착했을 때 나는 내 자신을 이곳의 아들로 만들었어. 이곳의 모든 사람을 두려워하며 내가 카이로 사람이란 것을 말하지 않았어. 필요한 물건을 사러가는 경우 외엔 여기서 나가지도 않았고 나가서도 빨리 돌아왔지. 마치 카이로 시내가 나를 삼켜버릴까 두렵기라도 한 것처럼. 여기 내가 사는 것과 생각하는 것, 숨 쉬는 것이 쓰여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전에 내 소망은 크리스털로 에워싸인 내 가게를 갖는 것, 나만의 작업실이 있고 내 수하에 여러 일꾼들을 거느리는 것이었다. 나만의 은행 계좌를 갖고 자동차를 갖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어. 카이로는 내게 돌아오지 않았고 나도 거기로 돌아가지 않았다. 카이로에서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해 여기를 떠나는 사람들은 그들이 여기에 속한다는 것을 알아야 해. 그들은 두 개의 탈을 쓰고 살 수 없어. 그들은 샤마위스와 카이로 모두의 아들이 될 수는 없다. 카이로는 하나의 세상이 아니야. 각각의 세계를 가진 여러 부분으로 쪼개져 있고 그들은 여기 아니면 저기에 있는 거지.”

사이드 무르시의 얘기는 끝나지 않는 밤과도 같았다. 이마드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길을 찾기 위해 이 나이 많은 넉넉한 친구를 찾아왔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이마드를 막다른 길에서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는 모두에게 운명을 받아들이라고 선고한다.

나르지스는 일탈하지 않기 위해 실수하지 않기 위해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닌가? 사이드 무르시는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를 좋아하지 않는가? 여러 가지 다른 내일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단지 비슷한 내일들만이 있는가? 사이드 무르시는 확고한 생각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걸 모르는 걸까? 차라리 이마드가 그에게 물어보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한 가지 위로가 되는 점은 그가 과묵하다는 것이다. 마치 그 자신에게 늦은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든 고민거리를 물은 것처럼 그를 믿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마드는 사이드 무르시의 가게를 나와서 집으로 향했다. 문 여는 소리와 아버지의 기도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가 그를 위해 우두(세정)할 물을 준비해 주셨겠지. 이마드도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들을 씻을 물이 필요하다. 그의 마음과 이성을 정화 시킬 수 있는. 그러나 새벽이 지난 시간 머리가 무거워져 그는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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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예술 난에 작가 카림 압둘 마지드의 대담이 실린 신문의 첫 번째 인쇄본이 나오기가 무섭게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서둘러 큰 봉투에 신문 다섯 부를 넣었다. 자신의 돈으로 택시를 타겠다고 결심했다. 내일 신문이 발간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의 유명 예술가 친구가 그 얘기를 읽는 첫 독자가 되게 하기 위해.

가는 길에 무스타파가 카림 압둘 마지드에게 전화를 했고 카림은 집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무스타파 술레이만이 과수원 빌라에 도착했을 때 다니야는 아버지와 함께 베란다에서 주스를 마시고 있었다. 이 젊은 기자가 들어가도록 기사가 빌라의 대문을 열어주자 카림 압둘 마지드가 그를 맞이하기 위해 내려왔다.

“자네 아주 즐거워 보이는구먼. 대담이 맘에 들었나?”

“저 혼자만이 아닙니다, 카림 박사님. 저희 부장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이 예술가에 대한 과장된 표현이 누구에게도 해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림 박사는 신문을 들고 페이지를 넘겨 예술면의 대담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기사가 이집트 조형예술계 전체에 다시 전해지리라 믿으며.

다니야가 대학교에 가기 전 아버지와 인사를 나누기 위해 왔다. 마치 백합꽃과 같은 그녀의 얼굴이 젊은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그가 수줍어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아버지가 말했다.

“인사 드리거라. 무스타파 술레이만씨야. 고맙게도 이 분이 신문에 나의 대담 기사를 써주셨다. 한 부 가져가서 가는 길에 읽어보렴.”

다니야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무스타파 술레이만과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곧 기사 쿠다이르가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로 갔다.

“조심하렴.”

다니야가 집을 나와 자동차를 타자 그녀의 아버지는 자동차가 길거리로 사라질 때까지 계속해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무스타파에게로 돌아와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차라도 마시겠나?”

무스타파가 지금까지 카림 압둘 마지드와 몇 번을 만나면서 이해하기로는, 그 말은 그 자신이 차를 준비해야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문과 카림 박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잠깐 기다리게. 아마 내 제자 이마드 카말일거야.그가 자네 대신 차를 준비해 줄 걸세.”

문을 두드린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히샴 와지흐였다. 그는 딸이 나가자마자 카림 박사를 만나러 왔지만 손님이 있으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저는 히샴 와지흐 대위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교수님의 이웃이신 와지흐 이삼 알 딘 장군이시죠. 제가 교수님께 뭔가 볼 일이 있어 왔는데 바쁘신 거 같군요. 미리 약속을 정하지 않고 와서 죄송합니다.”

카림 압둘 마지드 박사는 난처해하며 예기치 않은 손님으로 인해 놀란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말했다.

“언제든지 환영이네.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낯선 분이 아냐. 기자이고 친구지.”

히샴 와지흐는 베란다 쪽을 향해 가며 주인과 단 둘만의 은밀한 얘기를 원하듯 말했다.

“저는 뭔가 특별한 문제로 박사님을 찾아 왔습니다. 박사님 시간을 많이 빼앗지는 않겠습니다.”

카림 압둘 마지드 박사는 그의 손님과 함께 베란다 쪽으로 가며 무스타파에게 말했다.

“잠시 동안만 양해를 구하겠네, 무스타파.”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신문과 예술 서적들을 뒤적이며 앉아 있었다. 카림 압둘 마지드 박사의 눈에는 뭔가 근심이 어려 있었다. 그의 손님의 눈빛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누군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가 문을 열어주어야 했다. 카림 박사가 아까 말했던 그의 제자 이마드 카말일 것이다. 그가 문을 열어주자 이마드의 놀란 두 눈이 그를 맞이했다.

“분명 당신은 이마드 카말이시지요? 지금 카림 압둘 마지드 박사님은 손님과 함께 베란다에 계십니다. 들어오세요. 카림 박사님은 우리가 여기서 기다리길 원하실 거예요.”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카림 박사의 대담이 실린 신문 한 부를 그에게 주며 말했다.

“제가 여기 카림 압둘 마지드 박사님과의 대담 기사를 썼죠. 20페이지 쪽입니다.”

이마드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 거기엔 뭔가 당황한 흔적과 고민이 담겨 있었다. 이 곳은 그가 사랑하고 있는 여인의 집이다. 그녀가 나가는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집에 오니 웬 젊은이가 자기 집인 것처럼 앉아 있고 카림 압둘 마지드 박사는 또 다른 손님을 영접하고 있다니, 도대체 이 세상과 그의 주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카림 압둘 마지드 박사의 손님이 나갔을 때 이마드의 미소는 완전히 사라졌다. 장군의 아들 히샴 와지흐는 그가 아는 인물이었다. 히샴의 얼굴은 화가 나 있었고 두 젊은이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나가 버렸다. 그의 뒤로 카림 압둘 마지드 박사가 말했다.

“잘 가게, 히샴. 아버지에게 안부 전해주고.”

히샴 와지흐가 나가고 난 뒤 카림 압둘 마지드 박사는 이마드 카말에게 말했다.

“이마드, 드디어 내가 전에 말했었던 그 젊은이를 만나게 되었군. 조형예술 비평가 무스타파 술레이만씨네. 그가 쓴 대담 기사도 보게 될 걸세. 그런데 내가 자네가 만들어 주는 차를 한 잔 대접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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